난징 대학살 기념관 관람기

2015.08.17 09:37:00

2015년 8월 6일 오후,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화로와 같은 날씨 속에 국외독립운동사적지 탐방단은 중국의 난징시(南京市)에 위치한 난징대학살 기념관을 찾았다. 입구에서 중국 오성기를 판매하고 있었으나 그것을 사는 중국인들은 별로 없었다.

입구에 세워진 여러 개의 조형물들. 그 표정부터가 비참하고 슬프다. 애절하다. 모두가 검은색의 그 조형물은 표정을 해석하기가 어렵다. 차마 보아서는 아니될 그런 표정이다. 죽은 어머니의 젖을 빨고 있는 어린아이와 그것을 바라보는 자식들 모습을 상상해보라.

이 기념관은 입구부터가 다른 기념관과 다르다. 입구부터 전시장 내내 분위기가 어두컴컴하다. 음산하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다만 관련 사진이나 기록, 증언 동영상이 나오는 부분은 조명을 비추어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게 해 놓았다.




필자는 중국의 역사에 대해 잘 모른다. 다만 일본군인들의 남경에서의 30만명 대학살은 그 참혹함이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라고 들었다. 그러나 그 실제의 참상은 보지 못하였다. 바로 이 기념관에 그 증거 사진들 수 만 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관람을 하러 온 중국인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들은 입구에서부터 여러 줄을 서서 하나하나의 사진과 사진 설명을 읽고 있다. 표정이 심각하다. 웃거나 떠드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이 참혹한 사진을 보면서 무엇을 생각할까?

리포터인 필자는 이 기록을 차마 카메라에 담을 수 없다. 난징대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당시 이 만행을 저지른 일본인들은 사람의 DNA를 지니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중국 포로와 어린아이, 여성, 노인 등 사람을 가리지 않고 학살하였다.




죽이는 방법도 상상 그 이상이다. 칼로 찌르고 베고, 총으로 쏘고 땅에 묻고, 휘발유를 끼얹어 불태우고, 가족끼리 강간하게 하고 가족을 모두 죽이고. 어린 아이를 공중에 던져 내려오는 것을 칼로 찌르는 것을 마치 스포츠로 생각했다니? 임산부의 배를 갈라 죽이고 아이를 꺼내 놓고. 이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일본 군인 두 명은 중국인 죽이기 시합까지 했다. 줄 세워 놓고 누가 더 많이 사람을 죽이나였다. 그리하여 그 기록을 재었는데 각각 100여명을 죽였다는 기록이 일본 신문에 게재되기도 하였다. 당시 참전한 일본 군인들의 증언에 의하면 무료하면 사람을 죽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1937년 12월 13일부터 6주간 살상된 중국인이 무려 30만 명이다. 하루에 평균 7천5백명을 죽인 것이다. 당시 시체를 치우는 데만 3달 정도 소요되었다고 하니 이들의 무자비한 살상은 끔찍하기만 하다. 특히 이 기념관이 세워진 곳이 유골이 대량으로 발굴된 곳에 위치하여 그 생생함이 더 전해진다.

그러면 이 난징대학살과 우리나라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으로 시작된 중일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진다. 중일전쟁에 참가한 일본군인 무라세 모리야스(村瀨守安·1988년 사망. 1937년 일본군 운전병으로 중국전선을 돌아다니며 3천여 장의 사진을 찍음)에 의하면 병사들을 상대해야 했던 위안부 여성 대부분은 조선인으로 속아서 오거나 강제로 연행됐다고 증언하고 있다.


우리는 ‘난징학살’이라 하지만 중국인들은 ‘닌징도살’이라고 하고 일본인들은 ‘난징사건’이라고 한다. 역사를 보는 눈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일본은 아직도 난징대학살 자체를 부정하거나 희생자 수를 20만이라고 줄인다는 이야기다. 일본 우익단체들은 난징대학살을 구체적으로 증언하는 사람들을 위협한다고도 한다. 그들은 역사를 감추고 왜곡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왜 난징학살기념관을 세운 것일까? 기념관 마지막 부분에 희생자 30만명 한 명 한 명의 이름과 신상이 선반에 꽂혀져 있다. 그리고 그 옆 벽에는 크고 선명하게 글자가 새겨져 있다. 바로 전사불망 후사지사(前事不忘, 後事之師). 지나간 일을 잊지 말아야 후사에 스승이 된다. 단재 신채호 선생도 일찍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간파했다. 그렇다. 힘이 없는 민족이나 국가는 강자에게 당하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애국과 국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절실히 깨달은 난징대학살기념관 방문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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