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송별회에 참석하다

2016.02.25 09:17:00

2월은 교육계에 있어 특별한 달이다. 이별과 만남이 교차하는 달이다. 송별회의 달이기도 하다. 전보, 승진, 전직, 퇴직 발령이 바로 2월에 나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경우, 3월 1일자 정기인사 이동으로 초등 3,694명, 중등 4,735명, 교육전문직원 122명에 대한 인사가 있었다. 얼마 전에는 관리자(교감과 교장) 753명에 대한 인사 발표가 있었다. 각급 학교와 교육기관에서는 송별회 날짜를 잡고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필자의 경우, 2월 29일자 명예퇴직 발령을 받았다. 그 동안 경기도 교육계에서 초등학교 교사, 중학교 교사, 장학사, 교감을 거쳤다. 교장도 S중학교와 Y중학교에서 근무를 하고 도교육청 장학관, 교육지원청 중등교육지원과장도 하였다. 이제 원로교사로 명예퇴임을 하는 것이다.

얼마 전, Y중학교에 근무했던 부장교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나의 명예퇴직을 축하하는 송별회를 한다는 것이다. 굳이 사양을 했지만 그 당시 근무했던 교감, 부장교사들이 뜻을 모았다고 전해준다. 내가 사양을 하는 이유는 명퇴가 그리 자랑스러운 일도 아니고 Y중학교에서 헤어진 지 벌써 2년이 지났는데 재회가 어색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필자가 현재 재직하고 있는 학교의 송별회 후에 하려고 계획 했었나 보다. 당시 부장교사들이 미리 약속을 했다고 한다. 여행 계획이 있다고 하니 일정을 앞당긴다. 그래서 얼마 전 일요일 모 한식뷔페에서 송별식을 가졌다. 2년 전 Y 중학교 동지들이 모인 것이다. 변경된 급한 연락에 몇 명이나 모였을까?

필자를 비롯해 부장교사 6명, 교감과 장학관 각 1명 등 모두 8명이 모였다. 2년 반 동안 재직하면서 정들었던 분들이다. 교감 한 분은 올해 교장 자격연수 대상자로 지명 받았다. 장학관 한 분은 그 학교 교감을 거쳐 교장 2년을 하고 교육지원청 장학관이 된 것이다.

오늘 이 모임이 왜 ‘특별한 송별회’일까? 점점 사회가 각박해지다보니 교육계도 그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함께 근무할 때는 가까운 사이 같지만 헤어지고 나면 거리가 멀어진다. 그런 세상을 탓할 수도 없다. 그게 인지상정이란 것이다. 한 직장에서 매일 만날 때는 미운 정, 고운 정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헤어지 나면 그만이다.

그런데 옛 상사가 명퇴를 한다는 이유로 2년 전 부장교사들이 모인다고? 송년회 모임을 주관하는 교사에게 신신당부 하였다. 절대로 억지로 모이게 해서는 아니 된다고. 모임에 부담을 갖게 해서는 아니 된다고. 어디까지나 자발성을 전제로 해야 된다고 하였던 것이다. 명퇴하는 사람이 과거 인연을 붙잡고 모이게 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Y중학교 6대 교장으로 부임하였다. 초임 교장 4년을 바탕으로 교직원이 한 마음이 되었다. 교육부 지정 연구학교를 마치자 혁신학교를 지정 받아 선도학교 역할을 수행하였다. 2013학년도에는 우수교로서 교육감 표창 4개, 교육장 표창 1개를 받았다. 모두 선생님들 노력 덕분이었다.

초임교장 시절도 행복했다. 3년간 학교표창 19개를 받았다. 교장이 잘 나서가 아니었다. 부장교사를 비롯해 모든 교직원이 한 뜻이 되어 움직였다. 도지정 봉사활동 시범학교 2년을 마치고 보건교육 시범학교 2년을 다시 선정 받도록 한 열성파 선생님들 덕분이었다.

교장은 어느 때 가장 행복할까? 자신의 교육철학대로 선생님들이 움직이고 학교를 운영할 때라고? 아니다. 교장은 혼자서 가슴 뿌듯할 줄 모르겠으나 선생님들은 아마 괴롭지 않을까? 그 당시 Y중학교는 선생님들이 학교 운영의 주체가 되어 주인정신으로 학교 운영에 참여했다. 교사들은 마치 자신이 교장인 듯이 말하고 행동한다. 교장은 교사들을 100% 믿고 권한을 위임한 결과다.

송별회에 모인 분들이 고맙다. 일요일에 모였으니 소중한 개인 시간을 할애한 것이다. 화환과 작은 선물도 받았다. 재직학교의 아름다운 추억, 직연(職緣) 누가 만들까? 바로 그 학교 소속원들이다. 상경하애, 인격적 존중, 배려, 책임감, 창의적인 아이디어, 자율성, 주인정신 등으로 무장한다면 직장이 바뀌더라도 재회의 기쁨을 느끼지 않을까? 모여서 이야기를 꽃 피우다보니 송별회 시간이 짧기만 하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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