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저수지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2016.04.21 11:22:00

봄이 생동하는 계절이 되니 일월저수지를 산책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점심시간에는 인근에 있는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고 나서 산책을 즐긴다. 요즘 가장 많이 보이는 사람은 반려견 산책객이다. 하루 종일 집안에 갇혀 지내던 개를 데리고 나와 운동을 시키는 것이다. 명색이 주인이지 대개의 모습은 주인들이 개에 의해 끌려다니는 모습이다. 그 만치 개가 나들이를 좋아하는 것이다.

내가 구운동에 정착한 것은 결혼하고 나서 1991년이다. 셋방살이 1년을 하고 아파트 분양을 받은 것이 00아파트다. 저수지가 바라다 보이는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 온 것은 2005년이다. 그러니까 일월저수지를 본격적으로 가까이 한 것은 10년이 넘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할 때 일월저수지를 찾은 것은 주 1회나 격주 1회 정도였다. 저수지가 가까이 있지만 막상 산책을 하려면 마음을 먹고 외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1인 산책보다는 부부산책이 좋기에 항상 아내를 대동한다. 산책하면서 부부간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주고받으며 건강도 다지고 부부애를 돈독히 하는 것이다.




일월저수지를 산책하면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을 떠올려 본다. 아마도 몇 년 전이었을 것이다. 어미 오리 한 마리가 새끼오리를 데리고 나들이를 한 것이다. 그 당시 새끼를 세어보니 10마리 정도 되었다. 생명의 신비를 보는 것이다. 도심 한가운데서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고 부화시켜 새끼를 키우는 장면.

그 당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호수 위를 어미를 따라 다니는 새끼들. 마치 유치원 원아들이 선생님을 따라다니는 모습과 같다. 어미는 헤엄을 치면서 새끼 10마리를 거느린다. 먹이 먹는 장면도 시범으로 보이고 주위를 경계하면서 새끼 대열이 흩어지지 않게 이끄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다음 장면은 겨울철 눈이 덮인 호수 위를 나르는 오리들의 군무다. 대개 철새들의 도래지에서만 볼 수 있는데 아침에 수 십 마리의 오리가 떼를 지어 나르는 모습은 볼 만하다. 지금도 이 장면은 가끔 볼 수 있는데 저녁 무렵 하늘을 바라다 보면 오리 수 십 마리가 V자 모양을 지어 나른다. 아마도 이 저수지에서 다른 저수지로 이동하는 것이다.




얼마 전 일월저수지에서 둥지를 품고 있는 물닭을 보았다. 물닭은 온 몸이 검은색인데 성조의 크기는 40cm 정도 된다. 물닭은 부리와 머리 부분만이 흰색인 것이 특징이다. 원래 겨울철새인데 텃새로 정착한 것도 여러 마리다. 짐작컨대 이 곳이 생육조건에 맞는 환경이라고 보는 것이다.

2014년 수원 경계에 있는 왕송호수에서 물닭은 본 적이 있다. 호수 데크에서 내려다보이는 둥지를 물닭 한 마리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둥지 속에 알은 보이지 않았다. 내 눈에는 그 모습이 한 편으로 신기하면서도 매우 불안하게 보였다. 그 특이한 모습을 카메라 줌을 당겨 기록 사진으로 남겨두었음은 물론이다.

일월저수지에서 발견한 물닭 둥지와 어미 물닭. 오리가 알을 낳고 부화기간 한 달여 동안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새 생명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어미와 새끼가 저수지를 나들이 한다면 이보다 장관은 없으리라. 그러면 산책객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어미를 따라가는 새끼들 숫자를 세고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될 것이다.

일월저수지에서 물닭이 이처럼 새끼를 치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이 저수지가 생육환경에 적합한 것이다. 첫째, 물이 오염되지 않았다. 둘째, 수생 동식물 등 먹이가 풍부하다. 셋째, 부들 갈대 등이 자라고 있어 새끼치기에 적당하다. 일월저수지는 농업용수 공급원이지만 시민들에게는 소중한 자연 휴식공간이다. 인성 치유공간이다. 시민들 행복공간이다. 물닭 가족의 나들이를 손꼽아 기대해 본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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