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 텃밭 속에 가득 고인 행복

2016.05.09 09:45:00

오늘도 나는 일월저수지를 한 바퀴 산책하고 공원텃밭을 다녀왔다. 아무리 바빠도, 정신이 없어도 도시텃밭을 방문하여 안부를 전하는 것이다. 그 곳에는 내가 가꾸는 농작물이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요즘 내린 비로 땅이 흠뻑 젖어 물주기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오늘은 잘 자라는 것을 살피는 관찰 이외에 토마토 줄기 순치기를 하였다. 벌써 토마토 모종마다 순치기 할 것이 2∼3개 정도 보인다. 순치기란 무엇인가? 줄기와 잎 사이에서 새롭게 나오는 순을 잘라내는 것이다. 줄기의 자람을 좋게 하고 열매를 잘 맺게 하려는 것이다.

작년까지 우리 아파트 베란다에서 화분에다 고추나 토마토를 심고 가꾸었다. 벌써 몇 년째다. 올해엔 수원시의 지원을 받았다. 바로 일월저수지 둑 아래에 있는 공원 텃밭을 분양받은 것이다. 그것도 희망자가 너무 많아서 운 좋게 당첨된 것이다. 해당과에서 주관하는 텃밭운영자 사전교육도 받았다.




오늘 이슬비를 맞으며 텃밭을 돌아보는데 이곳을 찾은 어느 부녀의 대화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텃밭을 분양받은 가족인 듯싶었다. “아빠, 이건 뭐야? 왜 시래기 같은 것을 여기에 꽂아 놓았지?” “응, 그건 고구마 순이란다.” 아마도 딸은 이곳을 처음 방문하였나 보다. 고구마 순도 미처 몰랐으리라.

얼마 전에는 저녁 식사 후 물주기를 하러 나갔는데 부부 한 쌍을 보았다. 이들도 분양받은 공원텃밭을 가꾸고 있었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데 부부가 힘을 합쳐 농사를 짓고 있다. 남편은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땅의 수분증발을 막으려고 짚을 두껍게 깔아놓은 사람이다.

부인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농사 지어보셨나 봐요?” “아니, 처음이여요.” “그런데 이렇게 상추를 잘 가꾸시네요?“ 그녀는 남편이 퇴근 후 부지런히 가꾸고 있다고 남편에게 공을 돌린다. 그녀의 손에는 상추 두 봉지가 들려 있다. 묻지도 않은 자기집 식탁 이야기를 한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로 뜯어가는 상추예요. 아이들이 삼겹살도 잘 안 먹었었는데 상추를 뜯어가니 고기를 상추에 싸서 그렇게 잘 먹을 수가 없어요.” 그래 바로 이거다. 도시농업이 가족 간의 대화와 소통을 가져다주고 건강을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인가, 아내가 밤 10시에 텃밭을 간다고 한다. 얼마나 잘 자라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한참 후에 아내가 들어왔다. 우리 텃밭에 물을 주고 왔다는 것이다. 조리로 두 통이나 주었다고 말한다. 도시텃밭으로 인해 부부간 대화거리가 하나 늘어난 것이다.

아 곳에는 농기구 창고도 있어 필요한 농기구를 도시농부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가뭄 때에는 농작물에게 물을 공급하도록 수도꼭지 두 개가 있다. 농작물을 지지해 주는 대나무도 수원시에서 공급하고 있다. 심지어 지지대와 농작물을 묶는 노끈도 창고에 보관되어 도시농부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교직에 몸 담은 지인 중 경기도 여주나 강원도 홍천에까지 가서 농사를 짓는 분들이 있다. 휴일에 왕복 자가용 기름값을 제하고 나면 농사짓는 것이 적자다. 그래도 그 분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그 곳을 방문한다.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하는 일월 공원텃밭. 수원시에서는 이렇게 행복텃밭을 여러 곳 운영하고 있다. 도시텃밭은 도시민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작지만 소중한 공간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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