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는 엄청난 일이다. 적어도 자기의 자녀를 직접 지도하는 선생님을 성폭행 하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담임교사를 폭행하는 일도 슬픈 일이다. 그런데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하고 참담한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이 사건을 보면서 초임 시절 남도의 끝자락 시골 학교에 초임 발령을 받았던 때가 생각났다. 힘들게 방을 구한 곳은 우리 반 학생 집이었다. 동네 사람들도 아껴주고 생각해 주어서 어렵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런데 나보다 나중에 전입해 온 여선생님은 사정이 달랐다.
학교 이웃 동네에 방을 구했지만 안전하지 못해서 늘 불안해했다. 시골집의 보안이 허술할 수밖에 없었다. 밤이면 문고리에 수저를 끼워 놓아야 했다. 한 번 방에 들어가면 그날 밤 내내 화장실도 못 갈 만큼 밤을 무서워했던 후배 선생님의 겁먹은 얼굴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가끔 문을 흔들어대는 동네 청년들의 짓궂은 장난 때문이었다. 결국 그 선생님은 다른 후배 선생님과 함께 방을 쓸 수 있는 동네로 이사를 하면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첨단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섬마을 여선생님을 그처럼 힘들게 하고 온 나라를 뒤집어 놓은 이번 사건은 어떤 식으로든지 엄단을 해야 한다. 그리고 철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사전에 모의를 했던, 우발적이던 간에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 선생님의 삶이 걱정이다. 그리고 그런 파렴치한 행위를 저지른 그 학부모의 자녀도 걱정이다. 자신의 선생님을 유린한 사람이 자기 아버지라는 기막힌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이제 보니 그 지역은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서마저 타 지역의 관할아래 있다고 한다. 국가가 예산 타령을 하며 흐지부지 된 채 이런 사건까지 몰고 온 건 아닌지 들여다보아야 할 일이다. 일이 생기면 인력 보강부터 예산부터 따지고 드는 방법이 일처리의 첩경은 아니겠으나 처음부터 탄탄한 보안대책마저 없었다면 책임지는 사람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사건이 터지면 펄펄 끓다가 어느 사이 흐지부지 되어 버리는 일이 너무나 흔해서 탈이다. 낭비하는 예산이 얼마나 많은지, 불요불급한 예산을 쏟아 붓고 밑 빠진 독처럼 줄줄 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국가 예산은 가장 기본적인 치안 유지에 쓰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치안 유지비는 국민의 생존을 위한 최저 생계비다. 이제라도 그 지역을 관장하는 경찰서를 배치하고 취약 지역에는 감시 카메라를 다는 방법과 같은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교육은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초석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그 초석을 흠집 내고 갈구는 행위만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 교권 추락을 걱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교권을 내동댕이친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교육의 수치스런 모습이다. 학생의 인권은 강조하면서 교권을 소중히 하지 않은 결과다. 지금이라도 교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엄정한 대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더 큰 태풍과 해일이 오기 전에 정신을 차리고 튼튼한 방파제를 세울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