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굣길. 교문에 들어서자, 학생회장 후보로 나온 학생들의 구호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안녕하십니까? 기호 ○번 학생회장 후보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하는 후보, 기호 ○번 ○○○입니다."
"여러분과 함께 하는 후보, 기호 ○번 ○○○입니다."
학생회장 입후보를 마친 2학년 학생들의 선거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피켓을 들고 각각의 후보를 응원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마치 기성 정치인의 선거운동과 너무나 흡사했다. 그리고 대중가요를 개사한 선거 로고송 또한 지난 2016 국회의원 선거 때 자주 들었던 곡이었다. 한 입후보 학생은 함께할 러닝메이트(Running Mate) 사진과 공약을 SNS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도가 지나친 학생들의 선거운동이 자칫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의 본래 취지를 흐려 놓을까 걱정되었다. 한편, 학생들의 선거운동이 기성 정치인의 모습을 너무 닮아가는 것 같아 씁쓸함이 감돌았다. 그리고 일부 정치인의 공약처럼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난무하는 선거가 될까 심히 염려스러웠다.
대학 수시모집이 생긴 이래로 매년 학생회장 후보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그러다 보니, 가끔 학생회장 자격이 되지 않는 학생이 당선되어 지탄받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 모든 것은 지나친 대학입시가 초래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교 학교선거관리규정에 의거 학생회장은 3명(회장 1명, 부회장 2명)이 한팀이 되어 다른 팀과 경쟁하여 최다 득표한 팀이 학생회장과 부회장으로 당선된다. 본교의 경우, 이번 학생회장 선거에 총 3팀(기호 1번∼기호 3번)이 입후보하여 각축을 벌이게 되었다. 아무쪼록 선거가 끝날 때까지 학생회장에 입후보한 학생들은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모든 입후보자는 소견발표 시 학생 신분에 어긋난 내용을 배제해야 할 것이며 당선을 위해 상대방을 비방한다든지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는 삼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선거와 관련된 집회와 개인접촉을 금하는 학교선거관리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학생회장에 입후보한 후보의 됨됨이라 생각한다. 후보는 학생의 권리를 대변하고 학교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교 실정에 맞는 공약을 설정하고 거기에 따른 구체적인 안(案)을 제시해야 한다.
선거공약(公約)은 학생과의 약속인 만큼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오직 당선을 목적으로 지키지도 못하는 선거공약을 남발하여 오히려 불신을 심어주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교사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소중한 권리를 포기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행사한 투표가 무효처리가 되지 않도록 사전 아래 사항을 여러 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 소정의 투표용지를 사용하지 않은 것
- 투표자의 의사 표시가 분명하지 않은 것
- 2인 이상의 후보자에게 기표한 것
- 투표용지에 기표 외에 낙서가 된 것
- 기타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 것
학생회장 선거는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배운 이론을 직접 행사해 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학생 개개인의 소중한 한 표가 학생회장을 뽑는 데 얼마나 중요한가를 인식시켜 줄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민주주의 선거의 중요성과 투표의 의미가 무엇인지 한 번쯤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선거가 끝난 뒤, 입후보자는 선거결과에 승복해야 한다. 학생회장 당선자는 패자의 몫까지 학생과 학교 발전을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할 것이며 패자는 패배를 인정하고 당선자가 학교 일을 하는데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당선자는 학생과 학교가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기보다 학생과 학교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선거일 며칠을 남겨놓고 막바지 선거운동을 벌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학생과 학교를 생각하는 아이들의 열정이 그 어느 때보다 교정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선거 포스터와 연설문을 직접 그리고 작성하는 모습에서 그 어떤 성숙함을 엿볼 수 있었다.
"학생 여러분, 7월 ○○일 꼭 투표해 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