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시 이순신인가, '임진왜란 1592'

2016.10.04 09:47:00

최근 색다른 드라마가 전파를 탔다. KBS 1TV가 9월 3일부터 5회에 걸쳐 방송한 ‘임진왜란 1592’가 그것이다. 방송사상 최초의 팩츄얼 드라마를 표방한 ‘임진왜란 1592’ 첫 방송은 토요일이었지만, 2~5회는 9월 8~9일, 22~23일 등 목⋅금요일 밤 10시에 방송했다. 9월 29일 밤 10시엔 ‘제작기-숨겨진 이야기들’이 방송되었다.

이미 알려져있다시피 이순신의 임진왜란은 여러 차례 이런저런 콘텐츠로 만들어졌다. 가령 2001년 김훈 장편소설 ‘칼의 노래’가 출간되었다. 2004년 탄핵정국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읽은 책으로 화제를 모은 ‘칼의 노래’는 그 해에만 50만 부 가까이 팔리는 등 밀리언셀러가 되기도 했다.

2004년엔 ‘칼의 노래’를 원작으로 한 대하드라마가 제작⋅방송되었다. 2004년 9월 4일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한 KBS 100부작 ‘불멸의 이순신’이 그것이다. 드라마는 평균 시청률 22%(최고 시청률 33.1%)로 대박이었다. 그때 ‘전주공고신문’ 지도교사였던 나는 학생기자들을 데리고 ‘불멸의 이순신’ 촬영세트장 부안영상테마파크를 다녀온 바 있다.

그리고 2014년 여름 이순신은 영화 ‘명량’으로 다시 왔다. 그냥 힐끗 온 것이 아니다. ‘명량’을 극장에서 본 관객 수는 무려 1761만 1849명이다.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5년간 차지하고 있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를 400만 명 넘게 앞선 수치이다. 그야말로 하늘도 놀라고 땅도 놀란 이순신의‘명량’이었다.

2015년엔 KBS 대하드라마 ‘징비록’에서 또 모습을 드러냈다. 류성룡을 주인공으로 한 50부작이었지만, 임진왜란이란 시대적 배경이 이순신을 자연스레 불러낸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이순신은 한중 합작의 팩츄얼 드라마 ‘임진왜란 1592’의 한 주인공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징비록’ 종영이 2015년 8월 2일이니 13개월 만의 ‘등판’인 셈이다.

우선 한중 합작의 팩츄얼 드라마란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4년 방한한 시진핑 중국 주석의 서울대 강연이 계기가 되었다지만,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다. KBS와 중국 CCTV의 공동제작에 커다란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임진왜란 1592’가 중국에선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최초의 영상물이기 때문이다.

방송사상 최초의 팩츄얼 드라마란 의미도 만만치 않다. 사실에 충실하게 입각한 팩츄얼 드라마 ‘임진왜란 1592’는 기존 대하사극보다 사실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예컨대 1, 2, 5부에서 다룬 ‘사천해전’⋅‘당포해전’⋅‘한산대첩’⋅‘노량해전’ 등 해상 전투신은 가장 정교하면서도 스펙터클한 영상을 보여준다. 그 핍진감이 영 새롭게 다가와 오싹할 정도다.

특히 거북선 전투장면이 그렇다. 선발대인 거북선 안 격군들의 전쟁에 대한 공포감과 결사항전의 의지를 담아내 이순신(최수종)만의 나홀로 나라지키기가 아니었음을 환기하고 있음도 새로워 보인다. 또한 판옥선 선회 공격으로 왜군의 키리코미(적군의 배에 건너가 병사를 칼로 베어 죽이는 기술)를 저지하는 등 고증에 충실한 팩트가 팩츄얼 드라마답다.

또 하나 새로운 것은 바로 관점이다. 이것은 제3부를 침략자 도요토미 히데요시(김응수) 일대기를 통한 일본정세, 제4부를 명군 출병과 임진왜란의 판도를 바꾼 평양성전투에 고스란히 할애한 데서 알 수 있다. 요컨대 임진왜란이 16세기 3국의 최대 국제전쟁이라는 관점인 것이다. 그런데도 무려 144년 동안 왜와 왕래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오늘날 정보나 외교, 그리고 통상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콤플렉스가 있는 히데요시를 연기한 김응수의 미친 존재감이 제법 강렬한데, 이순신 역의 최수종은 기자 시사회장에서 말한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영원히 남을 수 있게 하는 작품이 될 것같아 하게 되었다”고. 그것이 어찌 학생들만이겠는가. 왜 다시 이순신인가에 대한 확실한 답이 될 듯하다. 전쟁 같은 비극적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면 분명히 알기부터 해야 된다는 교훈, 그것 말이다.

아쉬운 점도 있긴 하다. 전회에 나온 내용이 다시 나오는 등 잦은 중복화면이 그렇다. 제3부에서 왜장 할복에 여자들이 빵 먹는 장면은 무슨 의미인지 썩 이해 안 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한중 합작이란 한계 때문인지 몰라도 왜군의 만행에 비해 우군인 명군의 조선인에 대한 민폐가 전혀 없는 것은 좀 의아한 대목이다.
장세진 전 교사, 문학⋅방송⋅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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