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차게 吐하는 汽笛소리에/ 南大門을 등지고 떠나가서/ 빨리부는 바람의 形勢같으니/ 날개가진 새라도 못따르겠네”(최남선의 ‘경부철도가’. 1908년) 육당 최남선은 경부선이 개통(1905년)되고 3년이 지난 1908년 창가 ‘경부철도가’를 지었다. 창가의 내용은 경부선의 시작인 남대문역에서 종착지인 부산역까지의 연변의 도시들을 차례로 열거하면서 그 도시의 풍물과 인정·사실·서구문화의 충격 등을 서술하는 것이었다. 당시의 기관차모형은 모갈탱크형이나 터우형으로, 모갈탱크형기관차는 최고 속도가 시속 55킬로미터 평균속도 20~22킬로미터에 불과했으나, 최남선은 날개 가진 새보다 빠른 바람에 비유했다. 2004년에 개통될 시속 300킬로미터의 고속전철을 봤다면 최남선은 무엇에 비유했을지 궁금해진다. 이때는 우리 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노량진`~제물포)이 개통된 지 9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미카3기관차, 전쟁중 딘 소장 구출작전에 동원
가장 대표적인 서구문명 중의 하나인 기차가 우리 나라에 도입(1899년)된 지도 103년이 되었다. 기차의 역사는 교통뿐만 아니라 통신의 발달사이기도 하다. 교통·통신의 발달사를 한 눈에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 경기도 의왕시 부곡역 곁에 있는 철도박물관(관장 이송식)이다. 서울역에도 철도박물관이 있지만 부곡관의 규모가 4배 정도 크다. 실내박물관과 옥외차량전시장으로 구성돼 있는 부곡관은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좌우편에 전시돼 있는 실물기차들이 눈에 확 들어온다. 정문 오른편에 전시돼 있는 기차 중에는 시커먼 색깔로 듬직한 위용을 자랑하는 미카3 기관차가 가장 눈에 띈다. 미카3기관차는 6·25전쟁중 북한군에 포위된 윌리엄 F.딘 소장을 구출하기 위해 동원되기도 했다. 전쟁중 전세가 불리해진 국군은 대전지구 방어선을 대구로 이동했다. 딘 소장은 부대를 대구로 이동시켜 놓고, 자신은 끝까지 대전을 사수하려고 남아 있다가 북한군에 포위당하고 말았다. 1950년 7월 19일 딘 사단장을 구출하기 위해 미군 특공대 33명을 태운 미카3-129기관차를 몰고 김재현 기관사가 대전역으로 돌진했으나, 매복중인 북한군에 의해 특공대원 전원과 김기관사는 함께 숨을 거두었다. 철도인으로는 처음으로 국립묘지에 안장된 김재현 기관사의 유품은 부곡관에 전시돼 있다.[PAGE BREAK]
모형철도파노라마·공작교실 등은 체험학습장소
실내박물관은 역사실과 차량실, 모형철도파노라마실, 시설·보선실, 전기·신호·통신실, 미래철도실, 상설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역사실은 한국철도의 발자취와 증기기관차 모형, 한국 최초의 레일 등 역사자료가 전시돼 있고, 차량실에서는 세
계 기관차의 발달과 객·화차의 변천, 새마을호 객차 절개 부분 등을 볼 수 있다.
전기 ·신호·통신실에는 전기설비 발달사, 신호기의 종류, 전력통신시설의 변천 등을 볼 수 있다. 시설·보선실에서는 철도건설의 변천사와 장비를, 운수·운전실에서는 철도승무원의 제복 변천, 승무원 휴대품 등을 갖춰 놓고 있다. 미래철도실은 우리 나라와 세계의 고속철도를 비교하고 꿈의 열차라는 자기부상열차, 무인열차, 경전철 등에 관한 자료를 사진과 모형으로 구경할 수 있다. 모형철도파노라마실은 실물 기차를 87분의 1로 축소 제작한 모형기차를 서울역을 중심으로 운행되는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코너로 차량운행체험실과 우주관광열차, 기차만들기공작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열차운전실험실은 어린이들이 직접 열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가상의 열차운전연습장으로 첨단 시설인 시뮬레이터가 마련되어 있어 실제 운전과 속도감을 느낄 수 있게 돼 있다.
우주관광열차는 실물기차를 개조하여 음향과 조명시설 등으로 실제 우주여행을 떠나는 느낌을 줄 수 있게 한 것으로 유아와 초등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기관차 만들기 공작교실은 우리 나라 최초의 기관차인 모갈형탱크기관차와 협궤열차, 세계 최초의 실용기관차인 로코모션 호, 거북선, 전투기 등을 온 가족이 둘러앉아 조립할 수 있게 객차를 개조해 놓았다. 1981년 서울 용산에서 철도기념관으로 출발한 철도박물관은 1988년 1월 26일 의왕시 부곡동으로 이전했고, 1997년 4월에는 서울역관을 개관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