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렵한 물고기 사냥꾼 물수리

2006.01.01 09:00:00

송어나 숭어양식장 주인이 가장 싫어하는 새가 있다면? 사람 손가락 크기보다 작은 치어 일 때는 물총새가 눈에 가시가 되겠지만, 물고기가 상품성 있는 크기로 성장했을 때는 물수리(환경부 지정 법정 보호종)가 그 대상이다.

김연수 | 생태사진가


양식장이 주된 사냥터
언제 어디서 날아왔는지 소리도 없이 양식장의 5배가 넘는 하늘을 배회하다가 물고기가 수면위로 부상하려는 순간에 낚아챈다. 이 때 물고기가 하늘의 움직이는 그림자를 느낄 수 없도록 멀리 사선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그야말로 쏜 살보다 빠르게 내리꽂는다. 날개도 활 모양처럼 굽혀 공기저항을 최소화 한다. 멀리서 물속의 움직이는 물고기들의 동태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시력도 발달됐다. 대부분 수리류들이 그렇듯 멀리 있는 물체를 클로즈업해서 볼 수 있는 망원렌즈와 가까이 다가와서는 광각렌즈로 바뀌는 줌 기능을 지녔다.

물수리 이동기 때는 전남 신안군 한 숭어양식장에 한꺼번에 3~4마리의 물수리들이 나타나 하루에 10마리 이상의 숭어들이 제물로 바쳐진다. 양식장 사장님은 숭어 값으로 따지면 하루에 10만원이 넘는 금액을 물수리에게 퍼주는 꼴이 되지만, 단 한 번도 물수리를 성토하지 않는다. 그저 그들과 더불어 먹고 산다며, 어린 시절 강 하구에서 숭어가 올라오는 물길 따라 찾아오던 물수리를 그리워한다.

전 세계에 단 1종 뿐
물수리는 전 세계에 단 1종 밖에 없다. 북아프리카, 유라시아대륙과 북미에 폭넓게 분포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한 때는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서남해안의 가파른 절벽에서 소수가 번식했지만, 곳곳이 개발된 지금은 번식지를 찾을 수가 없다. 가을철 러시아에서 월동하러 남하한 녀석들이 동서해안이나 강을 따라 멀리 제주도까지 이동하면서 탐조객들에게 이따금씩 포착되는 것이 전부다. 제주도 성산읍 하도리 양식장에서는 비교적 긴 기간인 11월부터 4월까지 이들을 관찰할 수가 있다. 물수리의 이동경로 중에 하나인 제주도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먹이를 포획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수면위로 부상할 때 노려
몸길이 58~60㎝, 펼친 날개 길이는 147~169㎝나 되며, 암컷이 수컷보다 크다. 머리와 배만 하얗고 온 몸이 짙은 갈색이다. 특히 머리에는 눈 주위에서 등으로 이어지는 짙은 갈색의 눈 선이 있다. 다른 수리류에 비해 날개는 폭이 좁고 길며, 꼬리는 짧다. 해안가나 하천 하류에서 비교적 눈에 띄는 까닭은 바다에서 회귀하는 숭어들이 많기 때문이다. 물고기가 수면위로 부상할 때 두 다리를 앞으로 쭉 뻗어 날카로운 발톱으로 낚아채지만, 몸 전체가 물속으로 '첨벙' 빠지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2~3회 시도에 성공하지만 경험이 없는 유조들은 물고기의 부상 타임과 자신의 비행속도를 적절하게 계산하지 못해 여러 차례 실패한다. 물속에서 창공으로 비상해서는 여지없이 온 몸을 '부르르' 떨어 깃털에 스며든 물기를 제거한다.

공기저항 고려하는 비행술
물고기를 낚아채서 비행할 때는 공기저항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유선형의 물고기 머리가 앞쪽으로 가도록 조정한다. 잡은 물고기는 근처 갯벌이나 모래톱에서 시식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멀리 이동해 방해꾼이 없는 나뭇가지 위에서 해치운다. 해안가에서는 떼 지어 집단 서식하는 갈매기들이 비린내를 맡고 달려들어 귀찮게 하기 때문이다. 갈매기들은 떼 지어 쫓아 가다가 일정한 지역을 벗어나면 대부분 되돌아오는데, 경험이 없는 물수리들은 떼 지어 달려드는 갈매기들에게 놀라 잡아온 물고기를 떨어트려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때 떨어진 물고기는 갈매기들 차지가 된다. 나뭇가지 위에서 잡아온 물고기를 흔적도 없이 다 먹어 치우지만, 실수로 바닥에 떨어트릴 경우 이를 주워 먹지 않고 새롭게 사냥을 떠난다.

*날렵한 물수리의 모습은 새교육 1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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