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효과는 정말 있을까

2006.03.01 09:00:00


신동호 | 코리아 뉴스와이어 편집장


수재 가운데 뛰어난 연주자 많아
'모차르트 효과'라는 말이 있다. 음악이 머리를 좋게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피아노를 배운 학생이 학업 성적도 우수하다는 조사 결과가 그 동안 여려 차례 나왔다. 그러나 과연 학생이 연주를 하면서 똑똑해져 성적이 좋아진 것인지 아니면 피아노 레슨을 받는 학생이 사회경제적으로 좋은 환경에서 자라 성적이 좋은 것인지 밝혀내기란 쉽지 않다. 얼른 보기에 간단해 보이지만 인과 관계를 따지기 매우 어려운 것이 음악과 두뇌 발달의 관계이다.

연주가 두뇌 발달을 촉진한다는 것은 손놀림이 두뇌를 자극할 것이라는 생각과 유명한 과학자들 가운데도 뛰어난 연주가가 많은 데서 막연히 추측돼 왔다. 상대성 이론을 만든 아인슈타인은 모차르트 연구가였다. 양자역학의 기초를 세운 막스 플랑크는 작곡을 하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직업적 음악가 못지않게 피아노 연주에도 능했다. 현대 물리학의 두 거장인 아인슈타인과 플랑크는 친한 친구이자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요셉 요아힘을 불러 삼중주를 하기도 했다. 필자도 수재가 모이는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연수를 하면서 학생들의 피아노 연주 실력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2003년 6월 음악과 두뇌 발달의 관련성이 정말 근거가 있는 얘기인지 알기 위해 많은 심리학자들이 다양한 방법의 실험을 고안했다. 미국 어바인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 프랜시스 라우셔 교수팀은 1993년에 모차르트의 음악이 머리를 좋게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놔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유명하다. 이른 바 '모차르트 효과'로 불리는 이 연구 결과가 발표된 뒤 실험에 쓰인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장조(K448)'가 미국 레코드 가게에서 동이 날 정도였다.

악기 연주가 뇌의 구조를 개선
연구팀은 대학생들을 상대로 이런 실험을 했다. 종이를 접어 가위로 오린 뒤 펼치면 나타나게 될 모양을 미리 상상하게 한 것. 첫째 집단은 모차르트의 소나타를 10분 동안 들었고, 둘째 집단은 단순한 구성의 음악만 들었다. 셋째 집단에게는 아무런 음악도 들려주지 않았다. 이 결과 모차르트의 소나타를 들은 집단은 종이에 어떤 구멍이 뚫릴지 예측하는 능력이 다른 두 집단보다 훨씬 뛰어났다.

'공간―시간' 추론이나 형태 비교, 패턴 사이의 관계를 감지하는 능력은 신경세포 사이에 특별한 회로가 잘 발달해야 좋아진다. 이런 종류의 사고는 수학과 과학에 필수적이다.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는 것은 바로 뇌 안에서 이런 신경세포 연결망을 늘려서 더 잘할 수 있게 한다고 연구팀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모차르트 효과가 정말 존재하느냐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다른 연구팀이 반복 실험을 해보았지만 같은 결과를 얻은 팀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 뒤 라우셔 교수팀은 대학생이 아닌 어린이를 상대로 피아노 레슨과 어린이들의 인지 능력 향상이 관련성이 있는지 알아내기 위한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만 3∼4살 어린이를 4개의 집단으로 나눠 그림 퍼즐 맞추기를 했다. 이어서 한 집단은 매일 10분 동안 피아노 레슨을 했고, 두 번째 집단은 노래만 했고, 세 번째 집단은 매일 10분 동안 컴퓨터를 가르쳤다. 마지막 집단은 아무런 훈련을 시키지 않았다. 6개월 동안 이런 훈련을 한 뒤 연구팀은 어린이들의 그림 퍼즐 맞추기 능력을 다시 시험했다. 피아노를 배운 집단의 퍼즐 맞추기 능력은 놀랍게도 34%나 향상됐다. 다른 집단은 능력의 향상 속도가 상대적으로 매우 떨어졌다. 연구팀은 연주가 뇌의 구조를 개선함으로써 두뇌 능력이 향상된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어린 학생들은 수학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비례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특히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데 음은 주파수 간격이 일정하기 때문에 반복적인 음악 훈련을 받으면 뇌에 비례 개념이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이다. 2003년 7월에는 홍콩 중국대 심리학자들이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하면 기억력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심리학회가 발행하는 '신경심리학지'에 발표했다. 이 대학 아그네스 찬 박사팀은 악기 연주가 건강한 어린이뿐 아니라 뇌에 손상을 받은 사람이 빨리 회복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그네스 찬 박사팀은 "어린이에 대한 음악 교육은 왼뇌의 측두엽을 발달시키고 재조직화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뇌의 같은 영역이 관장하는 언어 기억력도 발달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의 두뇌
음악이 귀를 자극하면 귀의 청각세포에서 만들어진 전기 신호는 주파수별로 뇌의 여러 부위로 퍼져 한바탕 불꽃놀이를 일으키게 된다. 질서 있고 조화된 불꽃놀이는 쾌감을 만든다. 그러면서 뇌 구조에도 질서와 조화를 부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시험관 아기 시술 전문병원인 차병원은 시험관에서 수정란을 성숙시킬 때 음악을 들려준다. 콘서트 홀 같은 실험실에서 자란 수정란은 자궁에 성공적으로 착상될 확률도 높다고 한다. 농촌진흥청 이완주 박사는 비닐 하우스 내의 식물에게 음악을 들려주면 병충해에도 강해지고 성장도 잘 한다고 실험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옛말에 "곡식은 주인 발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는 말이 있다. 곡식도 이렇게 소리를 좋아하는데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기계인 사람의 두뇌가 음악을 싫어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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