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恨) 많은 부부의 환생(?) 검은머리물떼새

2006.05.01 09:00:00

사라져가는 갯벌에서 만난


검은머리물떼세.


이들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김연수 | 생태사진가


구슬픈 노래로 어민들의 시름 달래
고기잡이 나갔던 남편이 돌아오지 않아 백일기도하던 아내가 너무도 슬퍼서 자신도 바닷물에 빠져 자살했다. 그러나 남편은 배가 표류해 몇 개월 뒤에 살아 돌아왔고, 아내가 자신을 그리워하다가 죽은 것을 알고 그 남편도 바닷물에 빠져 아내 곁으로 갔다. 이 한 많은 부부가 환생한 것이 바로 '검은머리물떼새(천연기념물 326호)' 라고 영흥도의 한 할머니는 말한다. 아마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던 섬사람들이 주위를 맴돌며 구슬픈 노랫소리를 내는 이들을 보고 만들어낸 전설이 구전되어 오는 것 같다. 사실 번식기에 들어선 검은머리물떼새들이 사랑을 구하는 소리가 사람들에게는 구슬프게 들렸을 지도 모른다.

육중한 타이어에 희생된 어린 영혼
검은머리물떼새는 5~6월에 서해의 섬 주변에서 번식한다. 특별히 둥지는 만들지 않으며 옴폭 들어간 마른 풀숲이나 자갈밭에 2~3개의 알을 낳는다. 2005년 6월 영종도 신공항입구의 제방길에 둥지를 튼 녀석이 있다. 공사용 덤프차량들이 지나는 길인데 놀랍게도 차바퀴 길의 중앙에 둥지를 터, 보는 이들을 가슴 조이게 만들었다. 암컷이 약 22여 일 포란하면 새끼는 알에서 깨어나다. 부화된 새끼는 어미를 따라 바로 갯벌로 이동, 지렁이나 연체동물들을 잡아먹으며 성장한다.

그러나 이곳의 검은머리물떼새는 결국 부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포란 후 13일째 되던 어느 날 2개의 알이 모두 차량바퀴에 희생되고 말았다. 알 속에서 어미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세상 밖으로 부화되려던 검은머리물떼새의 어린 영혼이 개발이라는 인간의 욕심에 희생된 것이다. 16일째 되던 날 필자가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 육중한 타이어에 짓밟힌 둥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단지 알껍질 사이에 붙은 어린 새의 사체를 분해하려는 개미와 파리떼들만이 극성을 부렸다. 필자는 차마 그 광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탄생의 기쁨을 기록하려던 아쉬움과 자식을 잃은 검은머리물떼새 어미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귓전을 교차하면서 인간으로 태어난 나 자신이 부끄럽고 한탄스러웠다.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소중한 둥지
검은머리물떼새 중 소수의 무리는 초여름에 금강, 만경강, 남양만, 강화도 등지의 바닷가와 무인도에서 번식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러시아 캄차카반도에서 월동을 위해 찾아온 개체들이다. 특히 유부도 앞 갯벌은 우리나라에서 검은머리물떼새 무리가 가장 많이 월동하는 곳이다. 금강하구의 풍부한 먹이와 만조 때도 완전히 잠기지 않은 갯벌이 이들에게는 천혜의 보금자리가 된다.

그러나 유부도 갯벌은 이들의 영원한 보금자리가 아니다. 새만금 간척공사가 완공되면 이곳은 조류의 흐름이 바뀌어 죽음의 바다로 변할 것이라고 해양학자들은 예견하고 있다. 그 재앙은 이미 오고 있다. 유부도 갯벌에서 어패류들이 사라지고 있다. 주 생계수단인 조개잡이를 빼앗긴 상태에서 이곳에서는 생활이 어렵다며 주민들도 하나, 둘씩 고향을 떠나고 있다. 철새가 살 수 없는 곳은 결국 인간도 살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서남해안 갯벌은 세계 4대 갯벌 중의 하나인데 환경에 무지한 위정자들은 우리의 소중한 갯벌들을 마구 짓밟고 있다. 우리 후손들도 공유해야 할 천혜의 자원인 갯벌을 당대의 왜곡된 경제논리로 무차별 훼손하고 있다. 후대의 역사가들이 어떻게 평가할 지 그 해답은 이미 다 나와 있다.

시간을 잊게 하는 갯벌의 신사들
필자가 검은머리물떼새를 두 번째로 즐겨보는 곳은 전남 신안 앞바다의 압해도 갯벌이다. 밀려오는 파도와 바닷물과 더불어 위장한 카메라 앞으로 날아 들어오는 갯벌의 신사들을 보다 보면 뭍으로 나갈 마지막 배편도 잊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곳도 위기가 오고 있다. 전남도청이 신안으로 옮겨짐에 따라 이곳 압해도가 행정배후도시로 뒤바뀐다는 정책이 입안됐고 그 사전공사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낙후된 섬이 도시로 뒤바뀌는 대역사를 지역에서는 환영하겠지만 왠지 씁쓸한 마음은 감출 수 없다.

'삐빅~ 삐빅~ 삐희이요' 천성적으로 구슬픈 이들의 울음소리는 인간에게 또 다른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슬픈 전설 속 주인공 검은머리물떼새의 모습을 새교육 5월호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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