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현직 및 퇴직 2년 미만의 전직교사에 대한 교원 임용고사 응시 자격 제한 규정이 없어졌다. 이 때문에 도 단위 학교에서는 40대 이하 교사중 상당수가 임용고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비록 이 판결 근거는 규제를 위한 법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지만, 설령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다시 헌법 소원의 대상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이 판결이 가져올 파급 효과를 면밀히 검토하고, 그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별한 보완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이 번 판결은 단기적으로는 도 단위 학교의 교사들이 교단을 이탈하는 현상을 가져오고 장기적으로는 도 단위와 광역시(특별시 포함) 지역간의 교육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40대 이하 교사들이 합격할 때까지 계속해서 임용고사를 준비하고 일부 교사들이 광역시 지역으로 옮겨가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도 단위 학생들의 교육 기회 균등권 침해, 남아있는 교사들의 지역 교육에 대한 헌신도 및 사기 저하, 임용 시험 준비로 인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및 학교 행정 지원 업무 소홀, 교사와 학부모의 학교 및 교사에 대한 신뢰도 저하 등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자녀 교육에 관심이 높은 부모는 결국 도 단위가 아닌 광역시 지역으로 자녀를 유학시키거나 이주함으로써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학생들이 도시로 몰려들게 되어 이는 농어촌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문제로 바뀌게 될 것이다. 당장 부족한 농어촌 교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책이 필요한데 여기서 유념할 것은 중등처럼 초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양산하거나 자격 기준을 크게 완화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중등교원 교육과 달리 교육과정의 특수성 때문에 교대 졸업자는 다른 직업을 갖기가 어려워 신입생의 질이 크게 저하되고, 농어촌 지역은 교사 자리는 채울 수 있으나 결국 우수한 교원을 확보할 수 없게 되어 지역간 교육 격차 심화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근본 대책은 농어촌 근무 교사들에게 충분한 유인을 제공하고, 광역시 근무 교사들이 도 단위에서 일정 기간 근무를 하도록 유인하거나 강제하는 제도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농어촌특별진흥법을 내실있게 제정하여 농어촌 지역 근무 교사에 대한 병역 혜택 부여, 자녀 양육비 및 자녀 대학 교육비 지원, 교사의 대학원 진학비 지원 등 충분한 유인을 제공하고, 광역시의 경우에도
일정 기간 도 단위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을 조건으로 신규 교사를 임용하며, 해외 연수나 국비 유학 등의 각종 혜택과 승진을 위해서는 최소한 3년 이상을 소외된 지역에서 봉사하는 것을 필수조건으로 부여해야 한다.
다양한 조치가 취해진다고 하더라도 자녀 교육 문제, 문화적 혜택, 젊은이의 도시 선호 경향, 도 단위 학교의 열악한 근무 환경 등등 때문에 광역시 지역 선호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교원 준비 교육 단계에서 교사들의 소외된 지역 교육에 대한 소명 의식을 고양하고, 도 단위 학교 5년 근무 조건의 신입생을 별도로 뽑으며, 교육대학교의 정원을 필요 예상 인원의 1.3배 이상으로 늘리고, 농어촌 학교 5년 근무 조건의 교육대학교 학사 편입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각 도 교육청은 교사들이 근무하고자 하는 지역이 되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도지사들도 학교가 죽으면 주민이 떠난다는 인식하에 우수 교사 유인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떠나는 교사들을 탓하기 전에 이들이 떠나고자 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조사하여 지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먼저 할 때 국가 차원의 지원도 받기가 용이할 것이다.
이러한 조치가 따르지 않을 경우 장기적으로는 도 단위 내에서도 다른 지역 때문에 우수 교사 확보에서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대도시들이 도교육청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하고자 하여 지역내의 갈등도 심화될 우려가 있다. 우수한 교사들이 소외된 지역에서도 근무하도록 충분한 유인을 제공하는 것은 단순히 그 지역 주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 균형 발전을 통한 국가 자원 활용도 제고, 국가 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산층 육성, 그리고 동시에 도시민을 위한 것임을 깨닫지 못한다면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고, 우리는 역사의 오류를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 복구하고자 하면 상처도 크고 복구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대법원 판결 태풍이 도 단위 학교를 초토화하기 전에 범 국가 차원의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피해를 최소화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