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문 한겨레중·고 교장

2006.07.01 09:00:00

국내 첫 학력인정 새터민 특성화 학교


“새터민 학생, 이제 걱정 없이 공부해요”


지난 3월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에 새터민(북한이탈주민) 청소년들의 남한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한 중·고 통합 특성화 학교 한겨레중·고가 개교했다. 학교법인 전인학원(이사장 박청수)이 설립하고 교육부가 시설비를, 통일부에서는 운영비를 지원했다. 곧 다가올 새터민 1만명 시대를 앞두고 이 학교의 곽종문 교장을 만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한겨레 학교의 개교 의미, 새터민 청소년들의 남한사회 적응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통일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이념과, 문화 격차를 줄이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다음세대를 길러낼 교육”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새터민 학생들은 늘어나는데 정부지원은 갈수록 줄어 고민”이라고 우려했다.

-한겨레 중·고는 어떻게 설립하게 됐나요?
“2003년에 새터민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관련 기관, 학자들 사이에서 학교 설립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당시에 한국에 입국하는 새터민들 중 청소년의 비율이 20% 정도로 높았는데 이들의 남한사회 부적응 문제가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습니다. 나이가 어려 적응이 빠른 초등학생은 취학률이 100%에 이르지만 중학교는 70%, 고등학교는 취학율이 10%밖에 안되는 실정이어서 이들을 전담하는 학교가 절실했습니다. 현재도 8000~9000명 정도로 추산되는 새터민 중에 1200~1300명이 청소년이어서 이들의 교육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학교 설립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경기 이천 율면에 학교를 설립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혐오시설로 생각해서인지 그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거셌어요. 때문에 주민들의 반대가 적고, 하나원과 가까운 곳을 찾아 안성시 죽산면으로 옮기게 됐죠. 하지만 이곳에서도 반대하는 주민들이 있어 학교 설립이 1년 넘게 보류됐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설립이 계속 지연되면서 지난해에는 관련 부처에서 예산을 절반으로 삭감했습니다. 처음에 280명 규모의 학교였다가 지금은 140명 규모의 학교로 설립되는 상황입니다.”

-아직 학교가 완공된 것은 아니지요?
“지금 수업을 하고 생활하는 곳은 임시 학교입니다. 처음에는 학교법인이 학교 부지를 마련하면 교육부에서 시설비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해 특별법을 만들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관련 법규에 따라 학교가 먼저 지어져 인가를 받아야 교육부의 시설비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 지어진 학교는 법이 허용한 최소한의 기준만 충족시킨 규모이고, 내년 3월 정식 개교를 할 예정입니다.”

-280명 규모에서 140명 규모로 예산이 줄었는데 앞으로 학교 운영하는데 문제가 없을까요?
“예산을 삭감할 당시 두 달 정도 일시적으로 새터민의 입국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죠. 임시 학교 생활이라 올해는 40명 정도의 학생수를 유지하려고 하는데 현재 학생 증가 추세를 보면 연말에는 150명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저희 학교가 중·고 통합학교인만큼 6개 학년이 모두 누적되면 400명 규모의 학교가 될 것 같은데, 학교는 현재 140명 규모로 짓고 있는 실정이죠. 남한 학생들은 교실이 부족하면 다른 학교로 보내면 되지만 이 학생들은 다른 학교로 보낼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정책 판단이 합리적이지 못했죠.”

-한겨레중·고 개교가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까?
“지금까지는 새터민의 사회적응을 위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대북지원사업은 해왔지만 국가가 정책적으로 국고를 들여 새터민을 위한 학교를 세운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습니다. 정부가 이제는 그들을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보살피겠다는 것이죠. 이런 의미에서 한겨레중·고 개교는 통일을 준비하는 공식적인 첫 발을 내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겨레학교에서 새터민 학생을 가르침으로써 통일을 대비하고 남북통합교육의 기초 작업도 할 수 있어 여러 가지로 발전적인 출발입니다.”

-새터민 청소년들이 남한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같은 민족이지만 서로의 언어가 너무 달라 의사소통이 잘 안될 때가 많고, 사회체제와 문화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또 새터민 학생들이 탈북해서 한국에 입국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생긴 심리적인 상처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해요. 아울러 탈북 기간 동안의 학습 공백이 크고, 북한에서도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인민학교 중퇴자가 40%가 넘을 정도로 학습 결손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런 이들이 3개월 동안의 하나원 적응교육만으로 남한사회에 제대로 적응하길 바라는 것은 그저 바람일 뿐입니다.”

-한겨레 중·고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일단 북한이탈주민이 국내에 입국하면 조사를 거쳐 하나원에서 3개월간 남한사회 적응 교육을 받게 됩니다. 한겨레학교는 하나원을 퇴소 하는 학생들 중에 신청을 받아 입학하게 돼요. 현재 34명의 새터민 학생, 30명의 위탁교육생들을 17명의 교사가 지도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는 국고로 지원돼 학생들이 기숙사비와 학비가 면제되고 일반 학교와는 달리 순수하게 새터민 학생들의 수준과 학습능력을 고려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 가장 결정적인 특징은 일반학교와는 달리 초월반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열심히 공부하면 학력심사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학력을 인정받아 졸업이 가능하고, 일반학교에 편입도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방학도 없이 1년 3학기제로 운영되는데 최소한 중학교 2년, 고교 2년 총 4년이면 정규 교육과정을 마칠 수 있습니다.”

-새터민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교육과정 중 40%정도 국민공통기본과정을 배웁니다. 이것은 남한 학교와 공부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죠. 이밖에도 특기적성·직업능력 교육이 30%, 심리치료 및 사회적응 교육이 30%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방학이 없어 학생들의 학습량은 많습니다.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선생님과 같이 공부하고, 또 매주 수요일과 주말에는 현장체험학습을 갑니다. 남한 학생들과의 학력차 때문에 기초학력을 다지기 위해 6개 학년을 12단계로 세분화 해 맨투맨 집중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남한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를 경험 할 수 있는 현장학습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옳은 이야기입니다. 공부도 공부지만 학생들이 우리 사회의 보통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삶과 배움, 자신의 생활이 함께 어우러지는 교육이 이 아이들에게는 절실하죠. 새터민 학생들은 대부분 남한사회의 부유한 상위계층에 대한 환상을 많이 갖고 옵니다. 꿈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현실을 정확히 바라봐야 해요. 현장학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 농촌, 서민 등 여러 계층의 생활을 경험하게 합니다. 서울 포이동의 판자촌을 찾는다거나 소록도 봉사활동을 다녀오기도 합니다. 현장학습 후에는 서로 느낀 점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고, 이후 분석해 보고서도 제출합니다. 무엇이든 정확히 보고 분석하는 능력을 기르는 훈련이죠.”

-새터민 학생들을 교육하시면서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새터민 학생들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의욕이 대단하죠. 그런 아이들이 저는 너무 매력 있어요. 조금만 도와주면 얼마든지 우리 사회의 훌륭한 인재로 자라날 것입니다. 또 이들이 가지고 있는 통일에 대한 절박함은 우리의 통일을 이루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을 교육하시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도 예산 부족 문제입니다. 교육자로서 학교에 들어오겠다는 학생들을 막을 수는 없어요. 그리고 이들은 맨투맨식 집중교육이 필요해 남한의 일반 학교보다는 예산이 더 많이 듭니다. 얼마 전에도 학교 운영비를 담당하고 있는 통일부에서 예산을 절반 가량 삭감한다는 연락이 왔어요. 계속 늘어나는 아이들과 줄어드는 예산을 가지고 학교를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입니다.”

-한겨레중·고에서 올해 계획하고 있는 일들을 소개해 주세요.
“새터민 아이들의 교육을 맡다 보니 이들의 모든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 학교홈페이지와 전화를 통해 상담할 수 있는 ‘새터민 상담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 교사들이 누구든, 어떤 내용이든 상담을 하고 있어요. 새터민 뿐 아니라 이들을 돕고 싶어 하는 분들도 상담이 가능합니다. 정확히 알아야 도와줄 수 있거든요. 또 ‘통일문화형성을 위한 시범학교’도 운영할 예정입니다. 이 프로그램에는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 인근 안성의 학교, 대안학교 등 각각 2개교씩 총 10개교가 참여하는데 청소년 또래 문화교육, 사회 적응 도우미 학생 간 교류 등을 통해 남북한 학생들이 서로 문화를 바꿔서 이해해보고 공통으로 통일에 대한 인식을 갖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아직도 새터민에게는 더 많은 정보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간단한 실수가 평생을 어렵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의료보험의 개념을 몰라 병을 키우기도 하고, 거주지 이전이 안되는 것을 모르고 직장을 따라 이사를 해 집을 잃기도 합니다. 또 이제는 우리도 자세를 바꾸고 통일을 위한 준비를 해 나가야 해요. 이를 위해서는 학교에서도 올바른 통일교육을 해야 합니다. 지금 세대가 바라보는 통일은 막연하기만 해요.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미래를 제시하는 통일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 이상미 smlee24@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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