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교원평가 추진 과정
1. 교원평가 시발점과 시범운영까지의 과정
“교원평가”라는 용어가 인구에 회자되자 가장 반긴 집단은 교육부가 아니었을까 싶다. 공교육 붕괴로 대변되는 교육현실에서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불만을 일거에 교원에게 전가시킬 수 있는 좋은 호재로 활용할 수 있는 전가의 보도가 나타났으니 말이다. 이후 교원평가는 학교교육력 제고에 이르는 최고선으로 포장되고 언론과 학부모단체의 절대적 지지 속에 교육부의 교원평가 시범실시 및 후속조치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왔다. 이 가운데 교원평가 실시에 이르는 방법과 과정만 남아 있을 뿐 교육적 효과, 교원 전문성 신장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 지, 교원평가의 궁극적 목표가 수업효과성이나 수업만족도 향상인지, 학생의 학업성취도 향상인지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어 버렸다.
사실 교원평가시스템 개선 논의는 1964년 교육공무원승진규정이 제정된 이래 계속되어 왔다. 1995년 문민정부의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 1998년 국민의 정부 대통령자문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 등에서 논의되다가, 1999년 교육발전 5개년계획 시안, 2001년 교육부 교직발전종합방안에서 제안되었다. 물론 위의 방안 및 시안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학생, 학부모를 포함한 교원평가적 성격보다는 승진규정상의 개선․보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후, 참여정부들어 2003년,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원인사정책혁신방안의 하나로 검토되었으나 교원단체의 반발로 합의에는 이루지 못하였다.
2004년 2월 당시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사교육비경감대책의 일환으로 교원평가시스템을 도입하고 교원의 능력개발과 전문성 신장 지원을 위한 평가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교육계 안팎에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교육부는 새로운 교원평가시스템 모형개발연구를 한국교육학회, 한국교육행정학회, 한국교육평가학회에 의뢰, 3개 학회는 새로운 교원평가방안을 마련하여 교육부에 제출되었다. 이 평가방안을 토대로 교육부는 교원평가제도 개선방안 공청회(1차, 2005. 5. 3)를 개최하려다 전교조의 물리적 방해로 무산되었다. 이후 교원평가와 둘러싼 교원단체와의 갈등으로 난항을 걷다 2005년 6월 20일, 김진표 교육부총리와 교원3단체장간에 정부, 교원단체, 학부모단체가 참여하는 ‘학교교육력제고를위한특별협의회’를 구성․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이 협의회는 합의(9. 5)를 통해 부적격교사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교육부가 합의안이 마련될 때까지 시범학교 선정을 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시범학교 48개교를 확정․발표(11. 7)함으로써 해체되기에 이르렀다. 이후 교육부는 19개교를 추가 지정하여 총67개교의 시범운영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에대해 한국교총 등 교원단체는 강도 높게 교육부의 행태를 비판하고 전국학교에 교육부의 졸속적 교원평가 시범운영 참여에 신중을 기해야 함을 알리는 활동을 전개하였고,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선생님께 드리는 호소문(11. 24)을 통해 교원의 협조 당부와 함께 교원증원, 수업시수 법제화, 교원잡무 감축 등의 교육력 제고사업 추진을 약속하였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교육위원인 이주호의원은 학교별로 교원평가관리위원회 설치를 주요골자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하여(2005. 10. 21)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2. 교원평가 시범운영 과정 및 결과
교육부의 67개교 시범운영 기간에 한국교총은 올해 시범학교 10개교 평가담당 교사, 교장, 교감을 대상으로 방문 면담조사를 실시하였다. 면담조사 결과 동료교사와 학부모와의 평가차이가 커 이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평가주체가 학생인 경우에는 장난 섞인 평가현상이 나타났으며, 수업개선과 교사개인의 선호여부에 대한 평가를 혼동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학생지도에 엄격함을 요구하는 생활지도 담당 교사들의 학생평가가 낮게 나타나는 등 인기에 편중되는 평가결과가 나타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소규모학교의 경우 평가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어, 이에 대한 대안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교육부는 48개 교원평가 시범학교 중간 점검 결과를 발표(2006. 3. 6)하여, 시범학교 교사 67%가 “수업 개선될 것”, 학부모 82%, 학생 73%가 긍정적으로 답변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원단체는 정부의 전폭적인 행․재정적 지원에 따른 당연한 결과일 뿐, 평가방법, 신뢰도에 의문이 가며, 당위적 결론도출보다 문제점을 보완해야한다며 교육부의 긍정적 평가를 폄하하였다.
한국교총은 리서치 앤 리서치와 공동으로 시범학교 교원 756명을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를 실시(2006. 8. 30 - 9. 5)하였는데 응답 교원의 93.8%의 교원이 “더욱 충분한 시범운영기간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평가 결과를 인사․보수에 반영치 말아야 한다“에 82.3%가 응답했다. 이에 따라 한국교총은 시범운영기간 연장을 통해, 교원평가 수정․보완해야 함을 주장했다. 이후 한국교육개발원은 교원평가 정책 포럼(교원평가제 시범 운영 결과와 개선방향)을 개최(2006. 9. 26)하여 2006년 3월부터 8월까지 시행되었던 2차 교원평가 67개교 시범학교 운영 결과를 발표하였다. 더불어 교육부는 보도 자료를 통해 시범학교 교사 73.9% “내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 학생 67.8%, 학부모 77.9% “수업과 학교 경영에 자신들 의견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은 교원평가는 공정성 미확보, 소규모학교(10학급 미만, 3,455개교) 동료평가 현실성 결여, 연 1-2회 공개수업평가, 실효성 의문, 정부, 교원충원 등 교육여건개선 약속 이행 촉구 등의 이유를 들어 연내법제화 추진을 반대하고, 시범운영을 더 연장하여 문제점을 보완해야 함을 주장했다. 전교조는 교원평가의 반교육적 위험성, 시범학교 선정과 운영 과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 부족, 시범운영기간이 너무 짧다는 점에서 교원평가제의 도입문제는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한국교육개발원의 2차 시범실시 결과보고 이후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교육전문가 등의 여론수렴을 듣는 차원에서 “교원능력개발평가 정책 추진 방행 공청회”를 개최(2006. 10. 20)하였다. 이 과정에서 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공청회 이전에 교육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교원평가 시행을 사전 확정하고 공청회를 요식절차로 진행한다며 강력 반발, 공청회가 파행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공권력을 동원, 25명의 전교조 교사들은 연행, 이중 3명은 구속, 22명은 불구속 입건되었다.
이 공청회에서 교육부 시안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교원평가 → 교원능력개발평가(명칭 변경) ▲ 평가대상 : 국․공․사립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원(유치원교원,전문상담교사,사서교사,보건교사,영양교사 제외) ▲ 평가자 : 교장, 교감, 동료교사, 학생, 학부모 ▲평가영역 : 단위학교 평가관리위원회에서 정함(교사 : 수업계획, 수업실행, 수업평가, 교장, 교감 : 학교운영 전반) ▲ 평가주기 : 3년에 1회의 평가(본회 요구 수용) ▲ 평가방법(동료교사 : 평소관찰, 수업참관 등, 학부모 및 학생 : 설문조사 작성, 제출, * 학부모의 경우 초등3년까지는 학교경영만족도 조사, 초등4학년부터는 학급경영만족도 조사 형태로 참여) 이 같은 교원평가방안을 2007년도에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통한 법제화를 통해 2008년도 3월 1일부터 전국학교를 대상으로 단계적 확대하여 정착시킨다는 구상이다.
3. 교원평가 관련 각 교육주체의 입장
교원단체에 있어 한국교총과 전교조의 입장은 차이가 있다. 즉, 한국교총은 전문직 교원단체로서 올바른 교원평가는 찬성하되, 충분한 시범운영과 문제점보완을 통해 졸속적인 교원평가가 아닌 올바른 교원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교조의 경우 교원평가가 가지고 있는 반교육적 문제점을 감안할 때, 교원평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교원평가 이전에 학교교육력 제고를 위한 제반여건(교원증원, 수업시수법제화, 잡무감축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양 교원단체가 공히 하고 있다.
교원평가의 교원평가에 대한 학부모단체 및 시민단체의 입장은 절대적 찬성이라는 기본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나아가, 교원평가를 통해 부적격교원 선별이 가능하게 하고, 보수, 인사에 반영되어야 하며, 평가를 3년 주기가 아니라 1년마다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의 시안에 대해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은 허상뿐인 교원평가 법제화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반면 한국국공사립초․중․고교장회 회장인 배종학 교장은 교육부 공청회에서 원칙적으로 교원 평가에 동의하였고, 국민 모두가 열망하는 진정한 교원평가제도가 정착되어 평가로 검증된 우수한 교원이 학생들로부터 존경받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Ⅱ. 교원평가의 과제
그간 교원단체는 마치 교원평가만 시행되면 학교의 모든 문제가 해소되고, 교원 전문성 신장의 만병통치약이라는 착각, 공교육 불신과 붕괴의 원인을 교원으로만 돌리는 듯한 사회적 분위기를 경계하고 교원평가의 궁극적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교육여건 개선 및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반면 교육부는 교원평가 2008년 실시를 위해 입법절차를 강행하려 할 것이다. 교육부는 1년도 안 되는 시범운영으로 단지 교원평가에 대한 이해도나 만족도 내지는 적응성이 높아졌다고 해서 교원평가 적용의 타당성이 확보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2006년 법제화 추진, 2007년 500개 선도학교 선정, 2008년 전국 학대 실시를 강행해서는 안 된다.
참여정부 임기 내에 성과주의나 한건주의식으로 교원평가를 무리하게 강행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교육현장에 돌아올 것이며, 이러한 우려는 영국이 교원평가제의 후유증으로 교직이 3D 업종으로 인식되어 교직 기피현상이 심화되자 러시아, 페루, 아프리카 등 55개에 이르는 국가에서 교사모집 공고를 내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한 것을 볼 때 이는 기우가 아님이 증명되고 있다. 대학교수의 경우 강의평가제가 도입되는데 5년여가 소요되었고, 성인인 대학생들마저 강의평가를 성의 없게 하는 태도가 문제가 되고 형식적인 운영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교원평가 도입은 교육여건, 평가의 문제점 보완, 인프라 구축 등 충분한 준비와 기간을 전제로 추진되어야함을 강조한다.
교육정책은 포퓰리즘에 의해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되며, 교육 본질적으로 접근해야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진실을 교육부가 다시 한 번 인식해야 하며, 정부가 졸속적인 교원평가를 강행할 경우 이에 따른 혼란과 갈등은 고스란히 학교현장으로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