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발전하죠"

2010.03.01 09:00:00

경기 이천제일고가 독특하고 실제적인 평생교육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성공하게 된 중심에는 이 학교 곽수영 교장(58)이 있다. 초빙교장으로 4년간 근무한 경기 이천 부발중에서의 다양한 교육실험으로 주목을 받은 곽 교장이 이번에는 이천제일고에 새 바람을 불어 일으키고 있는 것. 그는 “왜 학교가 주민들의 평생교육까지 해야 하느고 반문하지만 이제는 학교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라며 “학교가 평생교육을 통해 지역 교육의 중심적 역할을 하면 학교도 자극을 받아 발전하고 지역사회도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처음 어떻게 평생교육을 시작하셨나요?
“이천제일고는 우리나라에서도 드문 형태의 학교입니다. 인문계, 공업계열, 농업계열, 도예계열, 특수학급 5반 등으로 다양하고 학생수도 1600여 명이 됩니다. 여러 분야로 나뉘어 있는 이 학교의 특성을 살리면서 학교를 변화시킬 방법을 찾다 생각한 것이 훌륭한 실습실을 이용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이었죠. 처음에 ‘이 지역은 평생교육을 해도 주민들이 오지 않는다’는 반대가 많았습니다. 일단 우리 여건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고, 학교시설을 개방하는 만큼 지역 주민에게 최대한 잘해주자고 설득했습니다. 평생교육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해서 실제로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고, 보통 주중에 하는 교육을 주말로 바꿔 바쁜 직장인들도 참여할 수 있게 했더니 정원을 넘길 정도로 많은 분들이 오셨죠. 반대하던 선생님들도 깜짝 놀랐습니다.”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의 ‘칭찬합시다’ 코너에 이천제일고의 실제적인 평생학습 프로그램과 교장선생님의 열정을 칭찬하는 글이 눈에 띕니다. 다른 학교와는 차별화된 이천제일고만의 평생교육프로그램들을 소개해주세요.
“행복한홈베이킹반(46명), 조경기능사반(15명), 오색다문화합창단(20명), 수타자장면반(7명), 도자기공예기능사반(10명), 바리스타반(19명) 6개 강좌 7개 반에 110여 명이 수강하고 있습니다. 제빵기능사가 목표인 홈베이킹반은 15명 정원에 46명이 몰려 두 반으로 편성했죠. 수강료 만 원에 재료비까지 지원합니다. 조경기능사는 은퇴 후를 걱정하는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많아 장호원에서도 교육받으러 옵니다. 도자기공예기능사반은 도예전문가인 교사, 기능대회 출신의 도예전공 학생들이 1:1 개인지도를 해 수강생들의 칭찬이 자자한 프로그램이죠. 교사들의 친절하고 자세한 수업에 특히 수강생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자격증 취득 후에는 지역기관, 산업체와 연계해 취업 및 창업을 후원하는 등 실질적인 평생교육을 통해 더 나은 삶의 길을 열어주려고 합니다.”

“‘수타자장면 프로그램’ 만든다니 다들 웃었죠”
‘수타자장면’이 특히 파격적인 프로그램입니다.
“수타자장면은 학생들의 직업교육에서 출발했습니다. 전문계고 학생들 취업이 잘 안 되고 대학만 가려고 합니다. 좋은 직업교육이 없을까 고민하다 누구나 좋아하는 ‘자장면’을 떠올리게 됐죠. 조사해보니 수타자장면은 일대일 도제식 교육이어서 배우기가 쉽지 않고 보통 6개월 정도를 배우는데 연봉이 4000만 원 정도에 취업이 아주 용이했습니다. 수타자장면 교육을 하겠다고 하니 모두 농담인 줄 알고 웃더군요.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대학이 목표인 아이들도 있지만 취업, 창업을 원하는 아이들에게 수타자장면은 충분히 매력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열심히 수소문해 서울의 한 중국집 주방장님을 강사로 모셔왔죠. 3년간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니 실력은 충분히 쌓이고, 취업한 선배들이 다시 후배를 길러내면 연계성 있는 교육이 됩니다. 특수반 학부모 한 분은 이 프로그램에서 희망을 봤다고 합니다. 지적장애 1급인 아이가 수타로 면을 뽑고 평생교육을 받고 있는 어머님은 소스를 배워서 ‘웰빙 수타자장면’ 가게를 내겠다고 해요. 저는 직업교육이 거창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살아갈 길을 적극적으로 열어줘야죠.”

이천제일고에는 특수학급이 5반이고, 그래서인지 남다른 장애 학생 직업교육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특수반이 다른 학교에 비해 많은 편이죠. 장애학생 교육을 살펴보니 교과 중심이고 사회적응을 위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 체험학습에 의존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특수교육의 근본 취지는 아이들의 사회적응이라고 봅니다. 자활 능력, 직업을 가지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교육이 중요합니다. 바리스타 교육도 평생학습프로그램에 개설되기 전에 특수반 학생 직업교육으로 먼저 출발했습니다. 학생들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기는 어렵지만, 커피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취업도 가능하죠. 보석가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희 학교 보석가공 동아리 학생들은 전국 대회에서 금메달을 받은 인재들입니다. 아이들은 보석을 디자인하고, 특수반 학생들은 그것을 붙이고 땜질하는 역할을 할 수 있죠. 인터넷으로 판매해 수익금은 나누면 되고요. 요즘은 특수반 학생들의 직업교육을 위해 다리미질, 만두피 만들기 등을 교육에 도입하려고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처음에 반대가 많았다고 하셨는데 평생교육하시면서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반대하는 분들이 왜 학교에서 평생교육까지 해야 하느냐고 했지만 저는 반대로 이제는 학교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평생교육이나 직업교육에는 새 바람이 불고 있어요. 이전에는 먹고 사는데 급급했다면 요즘은 삶의 가치 추구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그분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학교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부모와 지역사회, 학교의 유기적인 관계가 돈독해지고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것이죠. 저희 학교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졌던 분들도 평생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학교를 이해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됐다고 합니다. 이천제일고의 팬이 되신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힘을 얻어 학교도 변화하고 지역사회도 평생교육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이죠. 또 성인들의 평생교육을 직접 보면서 아이들이 자신들의 미래의 모습을 대비하게 되는 잠재적인 교육효과도 거둘 수 있습니다.”

전임지인 부발중에서 치료교육센터를 만드신 것으로 유명합니다.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오색다문화합창단을 구성한 것이나, 장애학생 직업교육에 힘쓰시는 것 등을 볼 때 유독 소외된 계층 교육에 많은 열정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들은 상대적으로 교육적인 기회나 혜택을 받기 어려워 힘닿는 한 돕고 싶습니다. 다문화가족들은 취업하려고 해도 자격증이 없습니다.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직업교육을 받는데 정말 기뻐합니다. 다문화가족들로 구성된 오색다문화합창단은 매주 한 번씩 모여 노래를 부르며 우리말도 배우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그 즐거운 모습을 보면 보람 있습니다. 20가족을 선정해 ‘다문화 가족 무료 야외 가족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죠. 전임 학교의 치료교육센터도 이천에 장애학생 치료시설이 전무해 학부모들이 서울, 분당, 수원 등으로 찾아다니는 게 안타까워 추진했습니다. 센터 덕분에 비싼 언어치료, 운동치료를 쉽고 저렴하게 받을 수 있게 됐죠. 저는 그렇게 돕는 게 학교교육이 해야 할 일 같습니다. 최근에는 경기 안성 한겨레중 · 고와 연계해 새터민 학생들의 직업교육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천제일고 영화사 JSF 대표”
이천제일고에 영화사가 있다는데 소개해주십시오.
“(명함을 보여주며) 제가 이천제일고 영화사 JSF(Jeil sundance film) 대표이사입니다.(웃음) 남들이 들으면 학교에 무슨 영화사냐 하겠지만 저는 아이들이 꿈을 가지려면 학교에 영화사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스태프를 정했고 이미 대본도 나왔죠. 학교 학생 20명, 이천 지역 학생 30명 등 총 50명이 참여해 배우 오디션도 봤습니다. 예산 부족으로 실제 영화 촬영은 올해 다시 시도할 예정이지만 이런 시골에서 그런 걸 해본 적 없는 아이들이 너무 신나합니다. 공부를 포기한 학생들도 대본을 보면서 울고 웃으며 연습하죠. 공부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런 게 정말 좋은 교육이 아닐까요? 전문계고 학생들의 의욕이 떨어져 있는데 동아리 활동, 예술 활동을 통해서 사기를 올려주고 싶습니다. 물론 올해는 꼭 영화를 찍어야죠.(웃음)”

다른 곳보다 다양한 구성을 이루고 있는 학교, 경영하기에 어렵지 않으십니까?
“즐거워서 하는 일이고, 오히려 저에게 이런 좋은 학교를 만들 기회가 와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학교가 큰 만큼 형식적인 일은 생략합니다. 직원회의도 최대한 줄이고, 전달 사항이 있다면 오전보다는 오후에 하죠. 보조칠판도 다 없애고 환경정리도 하지 않습니다. 잡무를 줄이고, 선생님들 각자 자율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제 경영방침입니다. 그렇게 아낀 시간들을 수업이나 연구에 힘쓰시라고 권유하죠. 새벽 7시든, 밤 11시든 교장실에 찾아오시는 학부모님들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됩니다. 교장실 불만 켜져 있으면 언제든지 오시라고 했더니 저에게 ‘25시 교장, 5계절의 교장’이라는 별명을 지어주셨습니다. 교육은 정말 알고 보면 보람 있고 재미있습니다.”
이상미 월간 새교육 기자 smlee24@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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