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문화프로그램으로 행복한 학교 만드는 경남창원 대암초

2011.05.01 09:00:00

경쟁을 강조하는 교육현실 속에서 점점 삭막해지는 학교현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가야 할 학생들이 때로 폭력성까지 드러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최우수 학교문화선도학교에 선정된 경남 창원 대암초의 모습은 귀감이 될 만하다.


졸업은 끝이 아닌 더 힘찬 출발의 시작점
졸업식 당일 오전 9시, 졸업을 눈 앞에 둔 대암초 6학년 학생들과 교사들이 모인 곳은 학교가 아닌 대암산 초입. 약 2시간여에 걸쳐 사제가 함께 산을 오르며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고, 산을 내려와서는 미리 숨겨 놓은 소중한 추억이 담긴 사진을 찾으며 그 의미를 되새긴다. 그런 후 졸업생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자신의 장래희망과 소원, 포부를 적은 노란 풍선을 하늘로 힘차게 날려 보낸다.
여기까지가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는 창원 대암초(교장 이상승) 졸업식 전 행사 모습이다.
보통, 졸업식 하면 운동장에 모여 졸업장과 상장을 수여한 뒤 사진 촬영을 하며 석별의 정을 나누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별의 아쉬움과 새로운 출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졸업식장의 분위기는 자못 무겁기까지 하다. 이때 졸업식장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것은 바로 ‘이별’이라는 단어다.
이와 달리 창원 대암초 졸업식의 중심이 되는 단어는 바로 ‘축복’과 ‘출발’이다.
오후 6시 졸업식 본행사가 시작되면, 추억의 졸업영상에 이어 사회 저명인사의 졸업축하메시지를 담은 영상이 방영된다.

창원 대암초등학교 졸업생 여러분의 새 출발을 축복합니다.
자기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그것은 청소년기뿐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이 점을 깊이 생각해보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이 자리를 빌어서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다섯 가지 마음가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다른 분야에 대한 상식과 포용력을 들고 싶습니다.
둘째,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셋째,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넷째,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입니다.
끝으로, 자신의 한계를 끊임없이 높이려는 마음가짐입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하며 무한히 펼쳐질 미래를 향해 힘차게 달려나가시길 바랍니다.
-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졸업축하메시지

안철수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이주호 교과부 장관, 조국 서울대 교수, 첼리스트 장한나 등 여러 저명인사의 축하메시지에 어린 졸업생들과 학부모들의 가슴이 뭉클하다. 이는 이상승 교장의 작품으로, 졸업생들을 위해 직접 유명 인사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취해 만들었다.
이어 재학생 합주부와 어머니합창단 프리마베라, 교직원합창단 에스페란사의 축하공연이 펼쳐지고, 촛불의식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이렇게 문화적 감성이 듬뿍 들어가 있는 졸업식을 통해 모든 참석자들이 따뜻한 추억과 무한한 희망을 갖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감동을
대암초 이 교장은 “학교가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여러 이벤트를 통해 모든 구성원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학교가 즐거워야 공부하는 것도 즐겁게 받아들여 평생 공부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 간의 관계에서 즐거움을 느끼도록 해주어야 장차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한 프로그램 중 하나가 매월 두 차례 실시되는 전교생 산행이다. 함께 도우며 산을 오르면서 협동심과 호연지기를 키울 수 있다.
합주부와 풍물반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함께 조화를 이루어 멋진 음악을 연주해냄으로써 예술적 감수성과 조화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도록 할 수 있다.

모두의 마음 울린 ‘어머니의 편지’
이와 함께 구성원 모두의 호평을 받은 프로그램이 ‘사랑의 편지글’이다. 전교생의 학부모로 하여금 자녀에게 편지를 쓰도록 해, 하나의 문집으로 역어낸 것이다. 처음에는 쑥스럽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설득을 통해 실천으로 옮기고 나니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도 많은 점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짧은 글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면서 무엇이 진정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를 깨닫게 됐고, 학생들은 자신에 대한 부모님의 큰 사랑을 느끼며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학교에 대한 만족도도 한층 향상됐음은 물론이다.
교사들 역시 학생들에 대한 부모의 깊은 사랑이 담긴 글을 본 후, 학생들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됐다고 한다.
짧지만 진정한 사랑이 묻어 있는 글을 통해 학교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교육을 결정하는 것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세
“요즘은 인터넷 등 매체가 발달해 좋은 교육 프로그램은 금세 널리 전파됩니다. 그렇지만 모든 학교교육의 질이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좋은 교육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이 교장은 좋은 교육을 위해서는 항상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운동 하나를 가르치더라도 단순히 아이들의 흥미나 프로그램의 화려함을 따지기보다는, 학생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생활화시켜주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끝으로 “문화 · 예술이 아이들의 창의력 발달에 주는 영향은 매우 크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교육을 통해 더 나은 대암초등학교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강중민 월간 새교육 기자 jmkang@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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