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학생 모두 언어에 대한 성찰 필요

2011.12.01 09:00:00

바람직한 학교 언어문화를 만들어 가려면 규범과 전통을 향하는 구심성과 발산과 새로움을 향하는 원심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교사와 학생이 배려와 사랑의 언어를 주고받을 때 보다 더 인간적인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학교 언어문화의 특성
학교는 과거의 지혜를 바탕으로 미래를 만들어 가는 곳이다. 언어문화의 관점에서 볼 때 학교는 학생들이 사회의 소통 문화를 익혀 사회에 무리 없이 입문하게 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한편,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언어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곳이다. 우리 언어문화의 과거를 전하고 현재를 돌아보아 공동체를 형성하게 하며, 보다 나은 미래의 언어문화를 창조하는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주체의 면에서 볼 때에도 학교는 교사와 학생이라는 상이한 집단의 언어가 교차하는 복합적인 곳이다. 교사의 관점에서 보면 학생의 언어는 불안하고 부족하며 일탈적이다. 반면 학생의 관점에서 보면 교사의 언어는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이거나, 학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언어일 수 있다. 학교의 언어는 학생의 언어가 교사의 사랑 속에서 성장하는 곳이어야 하고, 교사의 언어가 학생들의 존경 속에서 진정한 권위를 가지는 곳이어야 한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힘을 가지거나 힘을 잃을 때, 학교 언어문화는 급격하게 무너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학교 언어문화는 복합적이며, 관점과 처지에 따라 학교 언어문화의 현 상황에 대한 인식과 판단이 매우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바람직한 학교 언어문화를 만들어 가려면 규범과 전통을 향하는 구심성과 발산, 새로움을 향하는 원심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그리고 다른 주체를 향한 배려와 사랑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지향하는 공감의 자세가 전제돼야 한다.

학생 언어의 특징과 바람직한 학생 언어
학생들의 언어를 조사해 보면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언어, 품격이 낮은 언어, 효과적인 소통을 막는 규범 일탈과 파괴의 언어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어느 시대든 자라나는 세대의 말은 기성세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구석이 있기 마련이지만, 무한 경쟁 사회로 인한 인성 형성의 어려움과 매체 환경의 변화로 인한 언어의 급속한 전파 등으로 현대 사회에서는 확실히 그 변화의 정도나 심각함이 도를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학생들은 왜 이렇게 문제가 많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일까? 그러한 말을 하게 된 데에는 학생의 심리적 요인, 학생이 처한 상황의 사회 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그 밑바탕에 자리하고 있다. 불안한 가정에서 사랑을 못 받으면 자존감이 낮아져 남을 존중하는 언어 또한 사용할 줄 모르게 된다.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풀어나갈 방법이 마땅치 않으니 욕설을 하고, 말의 의미도 정확히 모르면서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비속어를 공유한다.
그러므로 무조건 바른 말, 고운 말만 쓰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왜 그런 말을 쓰는지 헤아리는 과정이 먼저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듣고 싶은 말이 어떤 것인지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좋다. 학생들이 듣고 싶은 말, 좋아하는 말이란 학생들이 원하는 사랑이 담겨 있는 말이다. 학생들이 듣고 싶은 말을 자꾸 들려주면, 그들의 언어 또한 그에 화답하는 사랑의 언어가 될 것이다.
2011년 충북 지역 학생 언어 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넌 할 수 있어!”이고, 가장 듣기 싫은 말은 “넌 어쩜 그러냐?”였다. 교사가 어떤 말을 자주 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은 그렇게 성장하게 될 것이다. 학생들의 언어를 지도할 때에는 자신의 말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다. 아무 생각 없이 욕설을 입에 달고 사는 경우에는 욕설을 사용함으로써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심성이 파괴된다는 점을 깨닫게 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이용하면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익명성이라는 그늘 속에서 악성 댓글을 달거나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가 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이해하게 하는 것이 좋다. 얼굴을 마주 대하는 소통이든 다양한 매체를 통한 소통이든 간에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와 기본적인 윤리를 내면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공공장소에서 지나치게 큰 소리로 떠들지 말라고 지도할 때에도 무조건 하지 말라는 금지의 명령을 앞세우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떠들어서 불쾌했던 기억을 떠올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며 스스로의 행동을 조절하게 지도하는 것이 좋다. 말이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하고, 입 밖으로 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기, 말을 듣는 사람의 처지 먼저 생각하기 등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교육에는 어른의 솔선수범, 학생에 대한 사랑이 앞서 있어야 한다.

교사 언어의 특징과 바람직한 교사 언어
교육의 주체이자 말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교사의 언어에도 성찰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추락하고 있는 교권, 열악한 교육 여건, 그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배려와 존중의 미덕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 등이 교사의 언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전히 많은 교사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본분에 충실하며 인내와 사랑으로 학생들을 대하지만, 본인의 의도와 달리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말들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학생이 편견이나 차별을 느꼈다거나 교사에게 제대로 존중받고 있지 못하다고 느낀 경우에도 교사는 그것을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시대 학생들은 사랑에 결핍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서 교사에게 기대는 부분이 크며, 그렇기 때문에 교사의 말 한 마디에 매우 고무되기도 하고, 크게 상처를 받기도 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교사의 언어 가운데에는 학생의 처지나 상황을 충분히 살피지 않고 지레짐작으로 넘겨짚어 말하는 경우나 한 번의 실수를 매번 그러는 것처럼 나무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무의식적으로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담은 발언을 하거나, 다른 학생과 은연중에 비교하는 식으로 말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잘하는 학생을 칭찬할 때에도 다른 학생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주는 것이 필요하며, 가급적 외모나 성격을 칭찬하기보다는 구체적인 노력과 행동을 중심으로 칭찬해 주는 것이 좋다. 수업 시간에 학생이 용기를 내어 질문을 할 때에는 그 질문의 수준이 다소 낮더라도 격려해 주고, 질문이 수업의 진행에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으며, 친근감을 표현하기 위해 별명을 부를 때에도 다른 학생들의 놀림이 되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이 좋다.
교사가 스스로 자신의 언어를 성찰하지 않고서는 학생의 언어를 바른 언어로 이끌기 어렵다. 이를 위해 수업 일지 쓰기, 교사 상호 간의 참여 관찰 등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교사 스스로의 언어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다양하게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배려와 사랑의 언어를 주고받아야
바람직한 학교 언어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을 함께 생각하고, 그들을 배려하며 사랑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중심에 놓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를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의하는 도덕적 감수성과 공감의 자세가 요구된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공격하는 언어를 사용하면 공격적인 존재가 될 것이고, 희망을 주는 언어를 사용하면 희망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어울려 배려와 사랑의 언어를 주고받을 때 우리는 보다 더 인간적이며 넉넉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학생, 교사 대화 이렇게 해보세요”
교총, 학생 · 교사 언어 표준화 자료 개발
학생과 교사를 아우르는 ‘학생 · 교사 언어 표준화 자료’가 처음으로 발간됐다. 한국교총 학교 언어문화 개선연구팀(연구책임자 : 김정우 이화여대 국어교육과 교수)은 교과부, 충북도교육청과 공동으로 ‘바람직한 학생 언어, 사랑의 교사 언어’라는 제목의 ‘학교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교육용 자료’를 발간, 학교현장에 무료로 배포했다.
총 107쪽에 이르는 이 자료는 잘못된 언어가 쓰이고 있는 상황극을 삽화로 만들어 적절한 언어 사용에 대해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다.
학생 언어 편에서는 학교와 집, 공공장소, 사이버 공간 등 학생들이 접하는 관계나 상황을 중심으로, 교사 언어 편에서는 등교시간, 수업시간, 쉬는 시간, 점심시간, 방과 후, 상담할 때와 같이 하루 일과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잘못된 언어 사용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거나 주위사람을 불편하게 만든 상황, 잘못된 언어 사용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제시된 대화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내용을 비롯해 상대방을 배려하는 언어로 바꾸어 보거나 상황에 대한 심화 활동 등을 제시해 체계성을 더했다. 이 자료는 학생언어문화 개선 홈페이지(kfta.korea.com) ‘교육 자료란’에 게시돼 누구나 자유롭게 다운로드받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학생 언어문화 개선 주요 활동 (2011. 5월 ~ 2012. 2월)
Ⅰ. ‘선도학교’, ‘선도교실’ 운영
1 언어문화 개선에 앞장설 선도학교 20개교 / 선도교실 100개
○ 교육 다큐 시청, 특별 수업 및 특화 프로그램 운영
○ 운영비 지원, 우수 실천사례 표창 및 해외연수 제공
Ⅱ. 언어문화 개선 교수 · 학습 자료 개발 · 보급
1 가정 · 학교 교육용 동영상 및 매뉴얼 제작 (EBS 다큐멘터리 ‘욕해도 될까요?’)
2 교사 언어 표준화 및 원격연수프로그램 개발
○ 교원원격연수(2학점 직무연수) 프로그램 무료 보급 · 수강
Ⅲ. ‘교육(한글날) 주간’ 행사 집중 운영
1 ‘교육(한글날) 주간’ 운영
2 언어문화 개선 교원 · 학생 UCC, 교육다큐 시청 소감문 공모 · 시상
Ⅳ. 범사회적 여론 조성 및 네트워크 구성
1 TV, 라디오 등 공익 광고 조성
2 범사회적 캠페인 추진
 

김정우 이화여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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