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사국악회 ‘소리마루’

2012.04.01 09:00:00

초·중등 음악교과에서 국악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급변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국악은 여전히 고루하고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전통음악을 모른다면 우리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기 어렵다. 충북교사국악회 소리마루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생님들로부터 국악을 익히고 학생들에게 보다 친근한 국악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를 들어 본다.


차와 국악을 즐기는 교사와 아이들

충북교사국악회 소리마루 기획부장인 송호인 교사는 매일 아침 수업 전 차를 마시며 국악을 듣는다. 송 교사가 가르치는 괴산 청안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과 함께다. 4~5명 모둠으로 앉은 아이들은 아침 8시 30분부터 1교시가 시작하기 전까지 담임선생님과 보이차를 마시며 국악을 듣고 책을 읽는다.
처음에 송 교사는 혼자 보이차를 즐겼다. 어느 날, 차를 마시는 송 교사에게 아이들이 “선생님, 뭐 드세요?”하고 질문했고, 송 교사는 아무 생각 없이 “차를 마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이들은 이내 자기들도 달라는 것이었다.
“너희들은 맛없어 할 텐데….”
“한번 먹어보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보이차를 주었을 때 반응은 의외였다. 다들 맛있어 했던 것. 아이들이 차를 좋아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 일이 있은 후 송 교사는 다기를 준비하고 혼자만이 아니라 학급 학생들 모두와 차를 마시며 국악을 듣거나 명상을 하고 책 읽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우리의 전통음악인 국악을 알아보자는 한마디 외침보다 차를 마시며 혹은 책을 읽으며 국악을 듣는 생활 속 만남이 더 자연스럽고 국악스러운 것이지요. 국악의 진수를 슬며시 뼈 속 깊이 느끼게 해주니 교육적 효과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국악과 전통, 그리고 우리 고유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하니까요.”
소리마루에서 대금을 부는 송 교사는 6년 전부터는 학급 학생들에게 소금을 가르친다. 남들이 많이 하지 않는 소금을 불면서 아이들은 굉장히 즐거워하고 뿌듯해 한다. 교실에서 수업 후 가끔 대금을 불 때 송 교사 주위로 몰려드는 아이들의 눈빛을 보며 그는 “국악을 교실현장에서 어떻게 접목시키느냐에 따라 교육적 효과는 천양지차”라고 털어놓는다. ‘국악’ 또는 ‘우리 전통음악’이라며 현재 우리가 생활 속에서 듣는 음악과 구별하는 것보다 함께 맛보고 즐길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창단 10주년, 관현악 연주회 앞둬
충북교사국악회 소리마루는 국악을 좋아하는 교사들을 주축으로 교사와 학생들에게 국악을 보다 쉽게 익힐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교사들이 국악을 알고 즐기면 학생들은 자연히 따라오는 법. 사실 학생들에게 국악을 좀 더 친근하게 가르치자는 생각은 부차적이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교사가 국악을 알고 즐기니 학생들도 국악을 익히고 즐기게 되었다.
송 교사는 충북교사국악회 소리마루의 창단 멤버다. 2002년 청주교사실내악단으로 시작한 소리마루와 함께 한 세월도 벌써 10년을 맞는다. 현재 소리마루 회원은 80여 명.
소리마루는 창단 이후 줄곧 매년 정기공연을 가지면서 기량을 키워왔다. 올해는 창단10주년을 맞아 매년 악기별 발표와 실내악 중심의 정기공연에서 수준을 한층 높여 관현악단 연주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 겨울방학에는 합숙까지 하면서 연습에 매진했다. 학기가 시작된 요즘엔 매주 2번 이상 연습실에 모여 화음을 맞춘다.
“소리마루 회원 60명이 한꺼번에 한 무대에 서게 될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설렙니다.”
소리마루 회장인 김성기 교사의 말이다. 소리마루 회원 가운데 음악교사는 3명. 국악이나 음악 전공자들이 아닌 교사들이 모여 국악관현악단을 만들고, 어느덧 10주년 관현악 연주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에 소리마루 회원들 모두가 가슴 설레하며 기뻐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김 회장은 청주공고에서 기계를 가르친다. 청원이 고향인 김 교사는 어렸을 적 고향마을에서 들었던 풍장소리를 잊을 수가 없단다. 풍장소리의 기억은 국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소리마루를 만드는데 창단 멤버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연습실 마련해 매주 연습, 교수 경험 나눠
소리마루에서 타악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김 회장은 기계과목을 가르치고 있지만 어느 학교에 부임하든지 동아리 활동으로 사물놀이를 지도한다. 소리마루 회원 교사들은 각 학교에서 사물놀이 동아리, 단소 동아리 등 국악 관련 동아리를 이끌고 있다. 청주교육대학교 부설초등학교에서 국악관현악단이 활성화된 것도 소리마루 회원 교사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 학교에서 연주단이 생겨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필수조건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교사의 끊임없는 노력이죠. 소리마루가 교사들에게 국악을 접할 기회를 주고 국악을 익힐 수 있는 장을 제공하면서 교육현장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김 회장은 대학입시를 고려해야 하는 중·고등학생들에게 국악을 가르치는 것은 아무래도 쉬운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요즘 아이들은 특별한 필요 없이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입시나 취업에 필요한 것이 아닌 경우, 배우는 과정에서 조금 힘들어지면 이내 배움을 내려놓으려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국악의 맛을 아는 교사들이라면 학생들이 국악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소리마루는 교사동아리 축제에 참가하는 것은 물론 지역 축제에 찾아가는 문화활동공연, 청원 은혜의 집 자원봉사 공연, 사제사랑콘서트 초청 공연, 단재교육원주관 연수초청 공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오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이들 공연 수익금으로 청주시에 방음시설을 갖춘 연습실도 마련했다.
회원 교사들은 매주 2회 이상 연습실에 모여 화음을 맞추는 것은 물론 학교현장에서 국악 교수에 대한 경험을 공유한다. 어떻게 하면 국악을 더 잘 연주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국악의 매력을 학생들에게 더 잘 전할 수 있을까? 10년 넘게 지속돼 온 이 두 가지 물음은 앞으로도 소리마루 회원교사들의 화두가 될 것이다.
김금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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