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것에 관하여

2012.05.01 09:00:00

넘치게 야단을 맞은 동안 아이는 마음속에서 이미 자기 스스로 자기의 잘못에 충분한 면죄부를 준다. 이렇게 심하게 야단맞고 있으니 이제 나 잘못한 것은 없어졌다. 잘못한 값을 전부 물어내고도 남았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잘못한 값을 다 물었을 정도로 꾸중을 들었는데도 꾸중이 넘치게 계속되면 이제 그 넘치는 꾸중의 분량은 꾸중하는 사람을 향해 언젠가는 되받아 내야 할 감정상의 빚으로 남는다. 1.넘치게 잘해 주는 사람을 만나면 고맙다. 하지만 이 넘치는 것이 감당이 안 되게 계속 다가오면 꼭 고맙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무언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되는 순간, 넘치게 잘해 주는 것은 살짝 부담으로 다가온다. 입장을 바꾸어 보자. 나는 누구에겐가 넘치게 잘해 주었던가.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정말 나의 헌신적 성품과 봉사정신의 발로이었던가. 그렇지 않을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상대에게 어떤 보상적 호응을 나도 모르게 기대하지는 않았던가. 전혀 그런 생각이 없었다고 강변해도, 내 무의식의 심연에는 보상에 대한 기대가 숨어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기에 인간인 것이다.

같은 직장에서 좀 넘친다 싶을 정도로 이런저런 도움을 주었던 동료가 있다. 그래서 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저 데면데면 지내며 그럭저럭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 즈음에, 느닷없이 그에게 봉변에 가까운 공격을 받는다. 나는 그에 대해서 별 생각 없었는데, 그의 편에 서서 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그렇게 넘치도록 잘해 주었는데, 좀 자기에게 다가와서 살펴주지 못한단 말인가. 치사하게 말할 수도 없고, 대충 참아둔다. 그러다가 사소한 일을 빌미로 참아둔 것이 터진다. 갑자기 그가 격렬한 언사로 나를 욕한다. 당혹스럽고 놀랍다. 그는 겉으로 ‘사소한 그 일’을 문제 삼지만, 그가 마음 안에서 실제로 문제 삼는 것은 그의 넘치는 공덕을 내가 따뜻이 알아차리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이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박인기 경인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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