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제목의 소설이 있었다. 이 소설은 나중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그만큼 대중적 인기가 있었다는 증거이리라. 나는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좀 황당했다. ‘어떻게 저런 제목이 성립한단 말인가. 아내는 나와 결혼했는데, 또 누구랑 결혼을 한단 말인가. 꿈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이지! 꿈도 참 더러운 꿈에서나 나올 일이지.’ 도무지 낯설었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문학 평론가 유성호 교수는 이 소설의 제목을 처음 얼핏 보고는, 분명 ‘아내가 결혼했다’로 쓰여 있는데도, 자기는 ‘아! 내가 결혼했다’로 읽을 뻔 했다고 우스개처럼 말한다. 천신만고(千辛萬苦) 우여곡절(迂餘曲折) 끝에 마침내 결혼하게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쯤으로 알아차릴 뻔했다는 것이다. 상식적이고 정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낯설고 부자연스러운 혼란을 마음 안에서 겪을 것이다.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으로 ‘내 남자의 여자’라는 텔레비전 드라마도 있었다. 이것 역시 대중의 인기가 높아서 시청률이 고공 행진을 했던 드라마였다. 학창시절부터 절친했던 두 여인 A와 B가 있었다. A는 일찍 결혼하여 행복하게 가정을 이루었고, 그녀의 친구인 B는 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전문직 일을 하느라 아직 결혼을 하지는 못했다. A와 B는 워낙 허물 가리지 않고 친하게 지내다 보니 서로의 집을 넘나들며 사생활의 상당 부분도 함께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A의 남편이 아내의 친구인 B와 감쪽같이 그리고 기가 막히게 바람이 나는 이야기이다. 속임과 이중배신의 스토리 구조가 재미를 고조시킨다. 불륜 사실이 들통이 나면서 주인공들이 삼각파도에 휩쓸리듯 겪어내는 사랑과 미움과 저주의 고통이 통속적이기는 하지만, 인간 본성 탐구라는 측면에서 음미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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