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치며 노래하는 김수진 단양유치원 교사

2013.03.01 09:00:00

올해부터 누리과정이 만 3, 4세까지 확대되면서 만 3~5세 연령별 누리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때문에 누리과정의 효율적인 현장 적용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우수사례 공유도 활발하다. 김수진 단양유치원 교사는 지난해 충북교육청에서 주최한 ‘2012 누리과정 현장적용 연구대회’에서 ‘누리과정 음악활동 분석 및 수업안 개발 적용’이라는 주제로 지난 1년간의 사례 보고서를 제출해 1등급을 받았다. 유아들의 몸도 마음도 쑥쑥 자라게 하는 그만의 수업 노하우, 무엇일까?


음악은 무궁무진한 표현의 세계

“바다반~” 도미솔~ 하고 노래 부르듯 김수진 교사가 바다반 학생들을 부른다. 어떤 말에도 소란을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유아들이 김 교사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똑같이 바다반을 따라 불렀다. 역시 도미솔~ 하며 화음을 맞춰보듯이.
김 교사와 함께하는 바다반 교실에서는 음악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악기소리, 노랫소리만이 음악은 아니다. 말 한마디에 운율을 담고, 손짓 한 번에도 리듬을 실으면 아이들의 작은 행동, 목소리도 어느새 음악이 된다.
“음악은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게 해요. 노래를 부르는 것이나 악기 연주도 하나의 표현법이거든요. 나아가 미술·국어·체육 등 다양한 수업에도 접목이 가능해요. 음악을 듣고 떠오르는 것을 그리고, 문장으로 쓰고, 몸으로 표현하는 식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거죠.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창의력과 표현력을 키울 수 있어요.”
음악은 단지 들을 때보다 직접 연주하고 함께 참여하며 표현할 때 즐거움이 커진다. 단양유치원 바다반 아이들은 음악에 참여하는 즐거운 수업으로 자연스럽게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익혔다. 아이들은 스케치북에 음악을 그리고 느낀 대로 공책에 서술하는 데서 나아가 재활용품을 이용해 스스로 악기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머리를 맞대고 작사·작곡을 해 함께 부를 노래를 만들기도 했다. 어느새 “선생님, 우리 즉흥 연주해요!” 하고 하나씩 악기를 가져와 김 교사 주위에 옹기종기 둘러앉는다. 마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한 장면이 연상되는 듯하다.

모두가 즐거워지는 수업
수업 중에 김 교사가 가장 잘 사용하는 악기는 ‘기타’다. 학창시절부터 취미로 치던 것을 2년간의 육아휴직 기간 동안 본격적으로 익혔다고 한다. 본인이 즐거울 때 학생들에게도 그 마음이 전달되어 함께 더 즐거운 수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과감하게 기타 연주를 수업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막상 도입해보니 장점은 생각 이상이었다.
“대부분 음악 시간에는 피아노(오르간)를 많이 사용하잖아요. 그런데 그건 아이들에게서 시선을 떨어뜨려 놓게 해요. 물론 거리도 멀어지죠. 기타는 아이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할 수 있고 연주 중에도 한 명, 한 명을 신경 쓸 수 있어서 좋아요. 야외 수업에도 활용하기 좋은 것은 물론이고요.”
어떤 수업 도구를 사용하든 중요한 것은 본인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을 택해야 한다는 김 교사. 기타 사용 시의 장점과 다양한 쓰임을 파악해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이 가장 즐기는 악기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 교사의 수업을 유심히 살펴보던 김미영 단양유치원 원장은 “다른 선생님들도 본인의 취미나 특기를 살려 교육에 접목한다면 더욱 알차고 즐거운 수업이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 원장은 취미를 일에 적절한 방법으로 접목시킬 때 애정도 배가되고 성과가 극대화 되는 것을 보았기에, 이를 효과적으로 교육과정에 녹이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놀이, 재미에서 끝나지 않는 호기심으로
수업에 기타를 도입하며 누리과정 음악활동에 대한 연구를 하다 보니 유치원 과정에서 사용되는 악기들은 대부분이 서양악기였다. 아이들에게 좀 더 다채로운 음악과 악기를 접하게 해주자는 생각에 김 교사는 꽹과리, 장구, 북과 같은 전통악기도 수업 중에 도입했다. 전통 장단에 맞추거나 정해진 방법대로만 연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마음껏 두드려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다루어보게 하자 아이들은 흥미를 가지고 금세 악기를 다룰 수 있게 됐다.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짧고, 아직은 접해봐야 할 것이 더 많은 유아들에게는 가르치려는 것에 대해 흥미를 갖게 하고 재미를 붙여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기회가 필요하다. 김 교사는 유치원 시기 놀이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놀이를 통해서도 충분히 신체활동, 표현활동뿐만 아니라 기본 생활 습관이나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맺는 법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유치원 교사는 유아들의 특징을 정확히 알고 유아들이 배워야 할 것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낼 줄 알아야 해요. 단지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것이 전부인 것은 아니에요. 특히, 유치원 교육은 점수와 같이 계량화 된 수치로 표현되지 않아 그 성과를 가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교육을 하는 사람들 모두가 하는 고민이겠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는 학생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교육이 더 중요하겠죠.”
아무것도 물들지 않은 유아시절은 어쩌면 아이의 잠재력이나 특징을 더 잘 발견할 수 있는 시기일 수도 있다. 어떤 물체든 먼저 크기를 비교해보며 관심을 나타내던 아이, 한번 들은 음은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는 아이 등 훈련되지 않은 행동에서 오히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발견된다. 때문에 국·영·수 위주 학습에 대한 조기교육보다는 유아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마음껏 뛰어놀고 즐기면서 아이들 각각의 가능성을 발현시켜줄 수 있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한다.

철학과 신념, 즐거움이 있는 교사
본격적인 누리과정 도입·무상교육 실시로 학령별 효과적인 교육과정에 대한 보다 심화된 연구가 필요하지만, 그 전에 부족한 교사 인원과 만만치 않은 행정 업무 등에 치여 힘들기는 여타 학교와 다르지 않다. 아직 의무교육 안에 포함되지 않았고, 유치원 교사를 다른 직업에 비해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지만, 다른 교육과정과 마찬가지로 교육에 대한 이해와 굳은 마음가짐 없이는 절대 쉽지 않다고 한다.
“요즘에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교사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확고한 자기만의 신념, 교육에 대한 철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힘든 직업이에요. 더불어 교사 생활 속에서 본인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겠죠.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 의지와 즐거움이 있을 때 교사라는 직업을 완전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기타를 계기로 교육 활동 속에서 유아들과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았다는 김 교사. 그는 “모든 교사들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교육에 대한 신념만큼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직업을 사랑해서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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