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사고력·창의력 키우는 영어독서 '영어공부의 해답을 찾다!'

2013.11.01 09:00:00

‘누구에게나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이 공교육이 가야 할 길’이라는 생각 아래 경기도교육청 도내 장학사와 영어교사가 ‘한국형 영어독서교육 모델’을 모색하는 모임을 가지고 있다. 나만의 영어독서교육 방법을 공유하고, 교실에서 실천 가능한 교육방법 연구를 위해 힘쓰는 경기도교육청 영어독서교육 지원단을 만났다.


전문성 신장 위한 강의와 연구 활동
경기도 의왕시 모락중학교 영어도서관, 영어 교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리를 잡는다. 이날은 경기도교육청 영어독서교육 지원단의 정기모임이 있는 날. 영어독서교육에 뜻있는 교사들이 모여 현장 밀착형 교육 모델을 제시하고, 의무가 아닌 즐거운 독서를 통해 공교육만으로 영어를 완성할 수 있는 교육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늦은 저녁 시간에도 20여 명의 회원이 모여 자리를 꽉 채웠다.
“교사 전문성 향상을 위해 필요할 때마다 강의를 들어요. 오늘은 에듀카 코리아 이성현 강사에게 영어독서 컨설팅을 받기로 돼 있어요. 영어독서의 중요성과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수업 활용 방법을 배울 계획이에요.”
우리나라는 평소에도 영어를 쓰는 환경이 아니어서 외국어로서의 영어를 배우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영어에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로 독서가 유용하다는 것이 경기도교육청 조영민 장학사의 설명이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창의지성교육을 강조하면서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기 위해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영어교육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영어능력을 키우는 데 영어독서교육이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여기는 교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작년에 경기도교육청 영어독서교육 지원단을 꾸리게 됐죠.”
이 지원단은 특이하게 회원이 둘로 나뉜다. 올해부터 도교육청의 정책을 싣는 방향으로 운영 방침이 바뀌면서 동아리 회원과 연구진으로 구분돼 운영되고 있는 것. 동아리 회원이 순수하게 배우는 역할이라면, 연구진은 독서교육을 처음 시작하고자 하는 지역교육청과 학교 등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컨설팅해 주고 있다. 그간의 연구 결과물을 제작하거나 일반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연구진의 몫이다.
“컨설팅을 위해 여러 곳으로 다니다 보니 공통되는 기본 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연구진들이 모여 초등과 중등 독서교육 매뉴얼을 개발하고 있죠. 현재 1차 작업이 거의 끝나서 오늘 강의가 끝나고 나면 교정 작업을 같이 할 계획이에요.”


많이 읽을수록 자라나는 영어 실력

사실 이곳 연구진들은 모두 지원단에 가입하기 전부터 영어독서교육을 실천하고 있었다. 연구진을 공모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영어독서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교사를 직접 추천받아 구성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이곳 연구진들이 말하는 독서교육 목표 중 하나는 다독이다. 책을 많이 읽을수록 어휘력이나 표현 등 영어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이고, 독서라는 매개를 통해 논리적인 사고력과 창의성, 풍부한 감성 등이 길러지고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교과서 수업만으로는 독서량이 턱없이 부족해 영어습득이 어려워요. 중학교 1학년의 경우 1과당 영어로 읽는 양이 고작 3~4페이지밖에 되지 않아요. 이렇게 제가 쭉 따져보니 중1부터 고3까지 교과서 독서량은 총 432페이지밖에 안 되더라고요. 학생들이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고 있지만, 6년 동안 읽은 책이 고작 3권 뿐이죠.”
때문에 자발적 영어독서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 회원들의 생각이다.
“제가 1년 동안 교과서를 열심히 지도해도 그걸로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향상됐다고 자신 있게 말하긴 솔직히 힘들어요. 그렇지만 영어독서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실력에 맞는 텍스트를 선택해서 읽기 때문에 자기주도적인 학습법이 가능해요.”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고 흥미 있는 책을 골라서 스스로 읽고 있기 때문에 영어독서가 요즘 강조되는 자기주도학습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교과서를 많이 읽으라고 해봤자 잘 읽지 않아요. 그렇지만 자기 수준에 맞고 흥미에 맞는 책은 학생들이 많이 읽어요. 물론 독서의 즐거움을 찾고 다독할 수 있도록 교사가 옆에서 도 와줘야 하죠.”
과거 영어교육에서 비판을 많이 받았던 부분이 본인과 관련 없는 내용을 의지 없이 배우다 보니 흥미가 떨어지고, 앵무새처럼 떠들기만 한다는 점이었다. 그런 점에서 독서교육은 학생들의 흥미와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우리 학교의 경우 한 학기에 150권의 책을 읽은 학생이 있어요. 제가 강요하지 않아도 본인 스스로 재미를 느꼈기 때문에 읽은 거죠. 영어 교과서 1권을 지도하는 것과 본인 스스로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것은 단어, 어휘, 독해력 등 어느 면에서도 습득량 자체가 달라요.”

독서교육, 현장 활용 방안을 찾다
독서교육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할 수 있고, 독서 후 토론과 독후감을 쓰면서 비판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이에 신재철 교사는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외국어로서의 영어 환경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영어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실력이 늘어야 해요. 사고를 먼저하고 이를 통해 영어를 습득하므로 책을 읽을 때 사전을 보지 않을 것을 강조하고 있어요. 또 독서를 마치고 나면 짧게라도 독후감을 쓰도록 지도해요. 물론 영어로 쓰는 것이 더 좋지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편한 언어를 사용하라고 말했어요. 비판도 하고, 줄거리 요약도 하면서 사고를 생성해 나갈 수 있도록 말이죠.”
학생들에게 열린 교육을 실천한 덕일까? 수업태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교과서 수업 때는 졸음을 참는 기력이 역력했던 학생들이 독서교육을 할 때만큼은 열심히 책을 읽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놀라운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뜻밖에도 책을 가장 많이 읽는 학년도 수능을 앞둔 고3 학생이라는 것이다.


영어독서 하는 시스템 도입을
이런 이유로 거창하지는 않아도 학교교육과정에 접목시켜서 책을 읽게끔 만드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 회원 모두의 생각이다.
“옛날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영어를 잘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해외 거주경험이 있거나 부모의 경제적 지원, 사교육 경험이 많은 학생들 성적이 더 좋아요. 공교육만으로는 이런 아이들을 따라오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기본 출발선부터가 다른 거죠.”
아무 혜택을 못 받고 공교육으로만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을 위해서도 독서교육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교사 각자의 영역에서 조금씩 독서교육을 하고 있어 연결된 교육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공교육에서 성공하려면 초등과 중등, 고등으로 이어져 나가는 교육이어야 하는데, 한 사람이 일시적으로 해서는 체계적인 수업이 될 수 없고, 다독으로 이어지기도 어려워요.”
다행히 최근에는 영어독서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이 커져 경기도교육청 영어독서교육 지원단이 운영하는 카페 가입자가 늘었다. 16명에서 시작했던 지원단도 어느새 44명으로 인원이 부쩍 늘었다.
초등, 중등, 고등으로 이어지는 영어독서교육 모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지원단 회원들. 영어독서교육 매뉴얼 개발이 완성되면 연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을 다른 학교에 공유하고 활성화할 계획도 갖고 있다.
김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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