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민속놀이, 엄청 신나요!”

2013.12.01 09:00:00

NTTP 경기도초등민속놀이교육연구회 _ 인성 기르는 건전한 놀이교육 앞장



네모 반듯한 교실을 벗어나 넓은 운동장에서 우리네 옛 ‘민속놀이’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있다. 현대문명 속 활동량이 부족하고 공부하느라 놀 시간이 없는 학생들, 컴퓨터 게임에 빠져 함께 어울려 놀 줄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살아 움직이는 교육을 하고 있다. 단절돼 가는 우리 놀이의 맥을 이어가며, ‘우리 것이 좋은 것이야!’를 외치는 경기도초등민속놀이교육연구회를 만나보았다.

 지난 10월 25일 금요일 오후 두 시, 화성 석우초등학교 운동장. 수업을 마친지 한참이 지났는데 스무 명의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여 노느라 정신이 없다. 무엇을 그리 열심히 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땅바닥에 뼈다귀를 그려 놓고 “꺅꺅” 소리를 지르며 서로 잡고 당기기 바쁘다. 재미있게 노는 모습에서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과거에는 자연의 모든 것을 놀이기구로 삼아 흙 위에서 뛰어놀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요즘 학생들은 자연보다는 컴퓨터, 휴대전화와 같은 문명의 물질이 더 익숙하다. 가만히 앉아 말도 없이 자판을 두드리기만 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삭막하기 그지없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보니 아이들이 가장 즐거워하고 행복해 보이는 시간이 바로 ‘놀이’할 때였습니다. 땀을 흘리고 서로 어울려 웃고 즐기는 모습에서 민속놀이가 떠올랐고, 우리 반 학생을 대상으로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민속놀이로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교사들과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자발적인 만남과 연구를 통해 체계적인 모임으로까지 성장하게 됐습니다.”

경기도초등민속놀이교육연구회 서대기 회장(석우초 교감)은 잘 놀고, 즐기는 학생으로 키우기 위해 2000년에 연구회를 조직했다고 말했다. 연구회는 교사와 여러 전문가가 모여 우리 놀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건강하고 바른 놀이문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현재까지 우리 놀이에 대한 연구와 보급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13개 지구, 4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서대기 교감은 “민속놀이에는 신체활동이 녹아있어 컴퓨터 게임에만 익숙하고 여럿이 함께하는 활동이 부족한 요즘의 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석우초에서는 주로 창체시간과 아침 시간을 활용해 민속놀이를 가르치고 있다.
오늘은 방과후에 서 교감이 직접 왕대포 놀이를 가르치기로 했다. 놀이 방법은 간단하다. 운동장에 동그란 원 하나만 그리면 준비 완료. 다음은 술래를 하나 정해 원 안에 허리를 구부려 인간 뜀틀이 된다. 그러면 나머지 학생들은 순서대로 술래를 뛰어넘은 뒤 ‘왕대포’를 외치며 술래의 엉덩이를 밀쳐낸다. 여기서 술래를 원 밖으로 밀쳐내면 승리, 버티면 내가 술래가 된다.
놀이 방법을 모두 설명한 서 교감은 “술래가 급하게 일어나면 뛰어오는 학생과 부딪쳐 다칠 수 있으니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학생들이 하나씩 술래를 뛰어넘어 엉덩이를 밀쳐냈다. 버티려는 술래와 밀어내려는 학생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까지 놀이는 계속됐다. 왕대포 놀이는 체육시간 뜀틀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데 최고의 효과를 낸다고 한다.
“이렇게 배운 놀이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즐기고 있어요. 공기나 딱지치기처럼 간단한 놀이는 쉬는 시간에 하는 모습이 종종 보여요. 가르쳐 준 놀이를 하는 학생들을 볼 때가 가장 뿌듯하죠.”
왕대포 놀이가 끝나고 시간이 되는 학생들만 모여 딱지를 접어보기로 했다. 학생들은 “엄마가 놀다 와도 된대요”, “학원에 안 가서 시간 있어요”라며 서로 남겠다고 했다. 평소에 민속놀이를 많이 배운 탓일까? “딱지 쳐 봤어요”, “접을 줄 알아요”라며 학생들이 자신감을 보였다. 오늘은 씻은 우유갑을 활용해 특별히 양면딱지를 접어보기로 했다. 교감 선생님 주위로 하나둘 자리 잡은 학생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씻은 우유갑의 네 귀퉁이를 잘라냈다. 눈으로는 교감 선생님의 손을 보고, 손으로는 따라 접기 바쁘다. 세로, 가로, 대각선으로 요리조리 접어내니 어느새 뚝딱 하고 딱지가 완성됐다. 딱지를 접은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교실 뒤에 자릴 잡고 딱지치기를 시작했다. 힘차게 내리친 딱지가 넘어가자 희비가 엇갈린다.
“민속놀이가 컴퓨터보다 더 좋아요. 재미있어서 학교 가는 시간도 즐겁고요. 예전에 제기도 직접 만들어서 차봤는데 파는 것보다 훨씬 예쁘고 더 많이 찰 수 있게 돼서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했어요.”

이렇듯 민속놀이는 전통문화 계승과 발전뿐만 아니라 즐겁고 건전한 놀이문화 형성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 성지현 교사(화성장안초)의 설명이다.
“민속놀이는 규칙을 지키며 협동심을 기를 수 있고, 부모님과도 공유할 수 있어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대화와 소통의 기회가 될 수 있어요.”
민속놀이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연구회 회원들은 최근 강조되고 있는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지식을 전달만 하는 것보다 정서적 측면 즉, 분노조절, 배려, 공감, 용서 등과 신체활동이 중심이 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돼요. 신체활동에는 민속놀이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어요. 학생들이 민속놀이를 통해 다양한 체육활동을 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즐거움을 느끼고 호흡하는 기회가 되고 있거든요.”

민속놀이 보급, 개발에 매진하는 교사
연구회에서는 더 많은 교사들이 민속놀이교육을 할 수 있도록 수업에 활용하는 민속놀이 티칭법 연수를 시행하고 있다. 1년에 5회 가량 연구회 방문과 연수회를 개최해 홍보와 자료 제작 방법을 알리고 카페를 통해 연구회 소식과 행사 안내 공문 및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카페를 통해 동료나 선배 교사들과 교육고충을 상담하고, 자료나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어요. 교사 개인일 때의 능력보다 함께 모여 활동할 때 사회변화를 주도하는 전문가집단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물을 축적·공유하는 활동을 계속해 나갈 생각이에요.”
동료교사와 나누는 대화나 모임 속에서 교육현장에서 겪는 문제의 대안을 얻거나 자료를 찾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연구회 모임이 뜻깊다고 한자영 교사(화성장안초)는 말한다.
“일차적으로 연구회 회원이 학기별로 민속놀이 수업과정안을 직접 수업에 적용해 본 후 교수-학습과정안을 탑재하고 있어요. 결과를 카페에 올리고 다른 회원들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또 교사 연수를 통해서도 교사들이 현장에 적용할 때의 궁금한 점을 수정·보완하고 있어요.”
언제든 자료를 활용하고 대화할 수 있도록 교사뿐만 아니라 일반 회원들과 학생들까지도 자유롭게 카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 밖까지 민속놀이 전파하고파
1년에 한 번 연구회에서는 ‘화성·오산 창의지성 민속축제한마당’을 연다. 올해로 7회를 맞이하는 이 축제는 화성·오산 관내 20여 개 학교와 600여 명의 학생, 학부모가 함께하는 민속놀이 경연대회다.
“건전한 전통놀이문화 형성을 위해 학생, 학부모, 지도교사가 다 함께 참여하고 어울리는 축제의 장을 열고 있어요. 달팽이, 비사치기, 쌍육놀이, 떡메치고 인절미 먹기, 키질 등 총 36개의 놀이와 체험활동이 진행될 예정이에요.”
최근에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축제와 놀이를 찾아 체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때문에 가정여건에 따라 소외되는 학생이 생기기 마련이다.
“학교 안에서 축제를 함으로써 공평하게 체험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재미뿐 아니라 우리 문화 체험과 우수성을 습득할 수 있어요.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법을 배우니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자질 함양에도 도움이 되죠.”
현대의 학생들은 전자기기를 사용해 대화하거나 컴퓨터 게임을 비롯해 밀폐된 공간에서 자기만의 생활에 빠져 서로 직접 대면하면서 소통하는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이는 가족 간의 소통에서도 마찬가지다. 축제에 참가신청서를 낸 전다영 학생은 “아빠가 요즘 늦게 들어오셔서 잘 놀아주시지 못하는데 내일은 온종일 같이 놀 수 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축제 준비에 한창인 서보성 교사(화성장안초, 석포분교장)는 “매년 행사를 치르면서 어렵고 힘든 점도 많지만, 즐거워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며 “서로 서먹했거나 어려워하던 학생들이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고 말했다.
하나보다 둘, 그보다 여럿이 모이면 큰 힘을 낸다고 믿는 연구회는 책에서 배우는 지나간 문화가 아니라 여전히 즐겁고 우리 옆에서 살아 숨 쉬는 민속놀이의 현재진행형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계획이다.
김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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