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하는 대로, 꿈꾸는 대로”

2014.03.01 09:00:00

충남 태안여자중학교





많은 학생들이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한다.

그러나 막상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하는 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탐색할 기회는 거의 없다. 이에 자유학기제가 답이 될 수 있을까?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는 행복한 학교’를 목표로 자유학기제에 도전한 태안여자중학교를 찾아갔다.





사진 충남 태안여자중학교 제공

행복한 학교생활이 교육의 본질이다.


태안여자중학교(교장 정용주) 특별실에 1학년 학생들과 교사들이 한데모여 바쁘다.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메모꽂이, 액자, 머그컵, 나무패, 보석함, 다육화분, 휴지통 등 다양한 제품을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으로 팔고 있다. 교사와 학생들은 서로 모의화폐를 주고받으며 흥정을 이어간다. 자칫 시장바닥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학생들은 매출을 계산하며 철저히 자기회사의 이윤을 따지고 있다. ‘아이돌 창업군단 태안경제를 살리다’를 주제로 지난해 12월 기말고사를 대신해 이틀에 걸쳐 진행한 모의창업체험이다.
학생들은 20개의 모둠으로 나눠져 사업아이템 선정부터 제작과 판매, 순수익 결과보고서 발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주도했다. 회사이름과 조직을 구성해 서로의 역할을 정하고, 다른 학생과 교사들을 상대로 선호도 조사를 했다. 재료비와 인건비를 꼼꼼히 계산해가며 제품가격을 설정하는 모습은 진지하면서도 한편 즐거워 보인다.
“단순히 물건만 많이 팔면 되는 줄 알았는데, 시장조사나 손익분기점같이 생각지도 못한 복잡한 과정이 있어서 많은 공부가 됐어요.” “빨리 어른이 돼서 실체로 창업을 하고 싶어요. CEO로 이름을 날리는 꿈이 생겼어요.”
일반 교과시간에는 경험할 수 없는 체험을 통해 시장경제의 원리를 맛본 학생들, 그 반응도 제각각이다. CEO가 되겠다는 학생도 있는 반면, 창업은 역시 쉽지 않으니 공부에 더 매진해야겠다는 반응도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프로그램 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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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이면 온 학교에 바이올린 소리가 울려 퍼진다. 매주 5시간씩 운영되는 예체능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발표하는 날이다. 교사들은 교무실에 앉아서도 학생들의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솔직히 학기 초에는 들어주기 힘들었습니다”라며 웃으며 말하는 표정에 뿌듯함이 드러난다.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각 영역별로 학생들의 수요를 조사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7개의 예체능 프로그램과 다양한 동아리를 운영했다. 또한 학력저하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를 존중해 6개의 영어, 수학 교과연계 선택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종이접기, UCC제작, 뮤지컬 등 보다 심도 있는 활동 중심의 수업을 전개했다. “영어에 자신이 없어서 수업시간에는 따라가기 힘들었는데, 영어 뮤지컬을 하니까 좋아하는 노래도 부르고 친구들이랑 같이 할 수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평소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었는데 악기를 배울 수가 없어서 엄두도 못 내고 있었어요. 이렇게 기회가 생겨서 정말 기쁘고, 저한텐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너무 짧아서 아쉬워요.” 이제는 제법 능숙하게 팝송을 부르고 기타를 다루는 모습에 자신감이 묻어난다. 서재표 연구부장은 “예체능 프로그램이 몰입도도 높고 가장 인기가 좋았다. 학교여건 때문에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성하지 못해서 아쉽다”며 “자유학기제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들에게도 자유다. 평가만 해도 인성과 태도, 과정을 자유롭게 평가할 수 있었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분명 즐거운 학교가 되었다”고 자유학기제에 대한 소감을 정리했다.

핵심역량 중심의 수업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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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여자중학교의 자유학기제는 비단 자율과정만이 아니라 기본교과 수업시간까지 바꿔놓았다. 진로, 예체능, 동아리, 선택 프로그램까지 일주일에 13시간씩 자율과정을 운영하다보니 기본교과 시간을 줄여야했다. 주요과목부터 총대를 멨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기·가, 보건에서 각 1차시를 줄여 일주일에 20시간을 만들었다. 수업시간 감소와 지필고사의 부재라는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모든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효율적인 수업방안을 모색했다. 먼저 각 단원별로 핵심역량요소를 축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토론, 협동학습, 프로젝트, 실습 등의 학생 참여중심 교수·학습 및 평가 방법을 구안했다. 그리고 블록타임제형 교과 재구성을 통해 ‘교과-교과’, ‘교과-진로’융합을 꾀했다. 이렇게 계획한 핵심역량 중심의 자유학기제 교육과정, 형성평가, 평가방법을 학생들에게 미리 알려주어 수업 효율과 참여도를 높였다. 공부에 관심 없던 학생들도 활동과 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하니 전체적인 학력이 낮아질 수가 없다. 정용주 교장은 “교과 간 융합이나 새로운 교수·학습방법을 시도하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핵심역량이라는 것이 지적인 역량이 전부가 아니라 협동심, 배려, 창의성과 같은 진정한 실력이라는 개념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찾게 해줘서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게 해준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교육의 본질입니다. 자유학기제는 남들보다 먼저 자기 진로에 대해서 고민할 시기를 준다는 점에서 시험점수와 맞바꿀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학습동기를 부여하고, 자기 안에 내재되는 실력을 쌓을 수 있게 합니다. 자유학기제 성패의 열쇠는 교사가 쥐고있습니다. 학교마다 여건에 맞는 모형을 만들고 모든 선생님들이 힘을 모아 시작한다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정용주 태안여자중학교 교장
강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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