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만한 행복이 어디 있으랴, 집안 곳곳에 스민 ‘가진 자의 의무’를 논하다.

2014.06.01 09:00:00

여느 때 같았으면 학교 안팎으로 한껏 들뜬 학생들의 함성과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을 5월이 누구하나 불만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차분하게 책무성을 다하지 못한 부끄러운 기성세대의 도덕성을 반성했고, 기본과 원칙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뜨거운 6월, ‘가진 자의 의무’가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던 경주 최 부잣집을 둘러보며 바쁜 일상 탓에 잊고 지냈던 ‘상생’과 ‘배려’의 철학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집안 곳곳 스며들어있는 ‘상생’과 ‘배려’의 철학
우리나라의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 특권계층의 사회적 책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집안인 경주 최 부잣집. ‘육연(六然) 육훈(六訓)’이라는 삶의 철학이 집안 곳곳 녹아져 있는 최 부잣집을 거닐고 있노라면 바쁜 일상 때문에 그동안 잊고 지냈던 ‘상생의 철학’과 ‘겸손과 배려’가 슬며시 떠올라 마음을 부끄럽게 한다. 더불어 이제는 영남대학교 소유가 되어버린 그들의 고택을 보면서 ‘지켜줘야 할 것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이 느껴진다.



사랑채 현판에서 만난 배려의 미학 ‘둔차(鈍次)’
경주 최 부잣집은 경주 교촌 한옥마을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어느 시골 농촌 골목길과도 같은 살가운 풍경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경주 교촌은 신라에서부터 조선으로 이어져오는 서라벌의 역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1대 최진립(최치원의 17세 손)부터 12대 최 준까지 400여 년 동안 ‘가진 자의 의무’가 무엇인지 보여주었던 경주 최 부잣집. 그 정신의 백미는 대문을 들어서면 마주치는 사랑채에 걸린 현판 ‘둔차(鈍次)’에서 엿볼 수 있다. ‘어리석은 듯 드러나지 않고 버금감’이라는 의미의 둔차는 최씨 가문의 ‘적정 만족의 원리’를 그대로 나타내주고 있다. 가득차면 비우게 되어 있는 법. 그러나 우리는 만족을 모른 채 얼마나 탐욕스럽게 욕심을 채우며 살아가고 있는가? 일등이 아니어도 버금감에 만족하고 제 못난 듯 어리석어 드러나지 않게 둥글둥글 겸손할 때 비로소 모든 사람을 배려하며 함께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요석궁과 경주법주
최 부잣집 후손들이 경영하고 있는 한정식집 요석궁과 경주법주 역시 언제나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부자가 아니면 꿈도 못 꿨을 식재료와 대단한 정성을 담아낸 양반의 밥상은 경주에 가면 한번쯤 먹어봄직하다. 최소 30분은 줄을 서야 맛볼 수 있다는 근처 ‘경주 교리김밥집’도 무시할 수 없는 곳이다. KTX 경부선 2단계 구간이 개통되면서 서울에서 경주까지 2시간. 자동차로 2시간 거리가 대전 근방인 것을 생각해 본다면 축지법과 다를 바 없다. 최 부잣집을 거쳐 경주시내 문화재 탐방도 겸하고 싶다면 승용차보다는 자전거나 스쿠터가 적합하다. 주말이면 인기 관광지는 교통체증이 심하기도 하지만 관광지마다 별도로 받는 주차요금은 ‘헉’소리 난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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