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 국가 책무성 확보가 우선이다!

2014.07.01 09:00:00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공무원연금법 개혁’으로 공직 사회가 세차게 흔들리고 있다. 아직까지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지만 정부는 ‘연이은 예산 적자로 인해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공무원연금은 상대적으로 낮은 퇴직금과 보수, 그리고 겸직 및 영리금지, 정치활동 금지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후불임금적 성격의 특수직역(職域)연금이다. 따라서 공무원연금의 특수성이 개혁의 논의과정에서 훼손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다시 불거진 ‘공무원연금 개혁’, 술렁이는 공직사회
2010년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된 지 채 5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연금 개혁논의로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언론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촉발의 시작은 정부가 지난 4월에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13년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였다. 먼저, 이 보고서가 연금문제와 관련해 갖고 있는 의미부터 분명히 따져보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정부 부채는 1117조3천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15조2천억이나 늘었고, 이 중 연금충당부채가 596조3천억 원으로 159조4천억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결국 전체 부채 증가의 74.1%가 연금충당부채라는 것이 골자였다.

연금충당부채란 현재 수급자 및 장래의 연금 수혜자들에게 장기간에 걸쳐 지급해야 할 연금 규모, 즉 현재 수급 대상인 퇴직 공무원과 군인에게 앞으로 더 지급해야 할 연금과 현재 재직 중인 사람이 퇴직 후 받을 연금을 합해 현재 가치로 환산한 부채를 말한다. 연금충당부채를 산출할 때 적용하는 가정변수로는 공무원 수, 기대수명, 퇴직률, 사망률, 연금선택률, 물가상승률 등이 있으며 장기에 걸친 예상액이기 때문에 변수가 1%만 달라져도 크게 늘거나 줄어들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 급변하는 거시경제 틀 안에서 ‘100만 현직공무원과 35만 퇴직공무원’의 기대수명과 향후 경제성장률, 보수인상률 등의 가정변수를 1∼2%만 달리 적용해도 미래시점에서는 수십조 원에서 그 이상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은 정말, 국가재정을 파탄 내는 ‘주범’ 인가?
특히 연금충당부채는 회계상 부채로는 잡지만 실제로는 공무원 개인이 내는 보험료와 정부부담금 외에 실질적인 부족분만 정부예산으로 메우기 때문에 국가가 책임져야 할 실질적인 부채와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한 지출시기와 금액이 불확실한 잠재 부채로서 국가채무(차입부채)처럼 국민 부담과 직접 연계되지 않는다. 실제 2013년 정부가 보전한 공무원연금 적자는 2조원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해부터 연금충당부채 산정방식을 바꾸어 연금충당부채의 증가액 159조4천억 중 140조원을 숫자상으로 불려 놓았다. 이에 발맞춰 언론은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은 ‘국민의 혈세를 쏟아붓게 하고 국가 재정을 파탄 내는 주범’으로 몰아세웠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국민여론을 몰아갔고, 공무원연금 개혁을 압박했다.

물론, 고령화 사회에 따른 수급자 증가 등으로 공무원연금 적자의 보전금액 폭은 지속적으로 늘어나 고 있다. 때문에 적자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마치 연금으로 인한 당장의 국가부채가 무려 596조원이라는 식의, 그리하여 공무원을 혈세만 축내는 ‘공공의 적’으로 내모는 식의 보도는 문제가 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확인되지도 않은 ‘연금 20% 삭감, 연금수급개시연령 연장’ 보도 등으로 공직사회를 더욱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연금제도의 기본 목적은 적정 노후생활의 보장이다. 따라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연금제도의 기본 목적을 뒤로한 채 ‘연금재정의 건전성에만 급급해 연금재정 수지를 맞추기 위해 무조건 연금을 대폭 깎아야 한다’는 식으로 이루어진다면 이것은 연금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또한 중요한 법개정을 국민적 감정을 악용해 일방적으로 강행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공무원의 특수성을 반영한 ‘공무원연금 개혁’의 방향성
공무원연금은 공무원과 국가의 근로관계를 기초로 민간에 비해 턱없이 낮은 퇴직금과 보수, 그리고 겸직 및 영리금지, 정치활동 금지 등 ‘공직의 특수성과 징계에 따른 연금 최대 1/2삭감’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후불임금적 성격의 특수직역(職域)연금이다. 따라서 공무원의 특수성을 반영한 공무원연금 개혁은 다음과 같은 방향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첫째, 공무원연금개혁의 출발은 정부의 연금에 대한 책무성을 확보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부는 연금재정 부족을 강조하며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연금재정 부족의 큰 원인은 정부의 낮은 부담률이다. 공무원의 고용주인 정부는 연금기금 마련을 위해 공무원과 정부가 1:1 균등분담을 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는 개인부담률에 상응하는 7%를 포함해 총 11%를 부담한다. 그러나 이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주요 선진 국가들을 살펴보면 일본 23.8%, 미국 23.6%, 독일 52.5%, 프랑스 53% 등 정부가 2~5배까지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직업공무원제를 운영하는 주체로서 정부의 책임을 더욱 높여야 한다.

둘째, 정부는 연금기금 부당사용금액 및 수급자 양산에 따른 금액을 충당해야 한다. 1998년 IMF 당시 11만여 명의 구조조정 감원 퇴직금 4조 7169억 원, 2005년 철도청 공사화에 따른 3만 9천여 명의 퇴직일시금 부담 2277억 원, 1983년부터 2000년까지 정부가 부담해야 할 군복무 경력자 소급부담금 미납 5863억 원,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정부가 부담해야 할 퇴직수당 6144억 원 등 정부의 부당사용 총액은 6조 1453억 원이다. 이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20조원에 상당한다. 더불어 이와 같은 구조조정 퇴직으로 인해 14만 9천명의 연금수급자를 양산시킴으로써 정부 스스로 연금재정을 더욱 악화시킨 것이다.

셋째, 연금이기를 포기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동일시해 여론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순수 사회보장 차원의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연금은 다음과 같은 특수성을 지닌다. 첫째 직업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직역연금제도라는 점. 둘째 공무원으로서 신분상 제약과 강한 윤리성 준수의무 부과에 따른 보상적 연금이라는 점. 셋째 연금 기여율이 높다는 점(공무원연금 7% vs 국민연금 4.5%). 넷째 연금수급요건이 길다는 점(20년 vs 10년). 다섯째 급여제한(최대 1/2삭감 vs 삭감 없음). 여섯째 도입시기가 28년 길다는 점(1960년 vs 1988). 일곱째 유능한 인재등용을 위한 인사 정책적 종합복지프로그램이라는 점 등이다. 따라서 이러한 특수성이 개혁논의 과정에서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용돈 연금으로 전락한 국민연금과 비교우위를 따지며 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국민연금을 노후보장이 가능한 방향으로 개혁해야지 공무원의 노후 보장을 위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개악할 수는 없는 것이다.

넷째, 이해당사자인 공무원과 수급자의 입장을 고려한 개혁방안이 되어야 한다. 정부는 매번 연금전문가들에 의해 수리적(數理的)으로 산정된 60~70년 후의 연금재정추계를 들이대며 개혁방안의 당위성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연금재정추계라는 것도 연금충당부채 계산식과 같이 물가상승률 등 산식에 따른 어느 변수 하나만 조정하더라도 수십조 원을 고무줄 늘리듯이 늘릴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의 장기재정추계를 절대적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마치 공무원연금으로 인해 국가가 부도나는 것처럼 과장·왜곡하면서 공무원연금을 대폭적으로 손질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해 온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태임을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공무원연금은 국가와 공무원의 근로관계에서 생기는 후불 임금의 성격과 각종 금지의무 등이 부과된 직업공무원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도입된 직역연금으로 선진외국과 같이 국가의 책무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단체의 참여를 마땅히 보장해야 한다.

이재곤 한국교총 정책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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