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등정으로 인성교육의 정상에 오르다

2015.01.01 09:00:00

인성교육은 마음을 다스리는 교육이다. 인성교육의 방법에 정적인 교육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야외활동, 특히 산행을 통해 몸과 마음 모두를 다스릴 수 있는 인성교육을 실천하는 기관이 있다. 학교, 학원, 스마트폰에 갇혀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자연을 경험하며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는 한국글로벌재단. ‘행동하는 인성교육’을 실천하는 ‘로체청소년원정대’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산행을 통해 몸소 느끼고 실천하는 인성교육

“로체청소년원정대는 동적인 인성교육을 중시한다. 직접 체험하면서 스스로 느껴야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론교육이나 정적인 교육만으로는 습관화하기 어렵다.” 한국글로벌재단의 이충직 대표는 ‘실천하는’ 인성교육을 강조한다. 기존의 인성교육이 정적인데 반해 몸으로 직접 느껴 행동할 수 있는 교육을 추구한다. 산행을 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 대표의 교육관은 ‘로체청소년원정대’라는 이름에도 담겨있다. ‘로체’는 ‘새벽이슬 맞도록 부지런하라’는 ‘로체(露體)’이면서, 네팔 히말라야에 있는 세계 4번째로 높은 산 이름이기도 하다. 이 산은 정상에 오르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등정주의’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등로주의’의 상징이다. 결과가 아닌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성취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이끌고 있다.

로체청소년원정대(이하 로체)는 ‘인성정상6문(人性頂上6門)’의 단계를 개발해 인성교육의 체계를 마련했다. 자연 속에서 인성수련을 하여 정상에 이를 수 있는 6단계의 절차를 설정한 것. 1단계 도전ㆍ시도 → 2단계 시련 → 3단계 열정ㆍ인내ㆍ지혜 → 4단계 성취감 → 5단계 자신감 → 6단계 습관화의 과정을 통해 ‘인성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단지 산에 오르는 행위가 아니라 산행, 야영을 하는 동안 대원들 간 배려와 유대감,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 히말라야라는 난코스를 접하기 전, 아이들은 국내에서 6차에 걸쳐 훈련을 한다. 처음에는 원정대에 적응할 수 있는 훈련을 기본으로 하고 마지막 6차 훈련 때는 ‘북도수불’이라는 극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북한산-도봉산-수락산-불암산을 무박으로 행군하는 것인데, 가장 힘든 여정이면서도 아이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으로 꼽는다고 한다. 3기째 로체에 중학교 2학년 아이를 보내고 있는 이혜원 학부모는 “부모 입장에선 신기했다. 저렇게 힘든데 왜 좋다고 하는지 처음에는 모르겠더라. 그런데 아이가 혼자만 뒤처지면 안 되고, 무모한 짓을 해서도 안 된다는 것. 동료 친구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오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배려를 배우고 돌아온다”고 말했다.

인성교육 특화 프로그램으로 인성 PLUS!
국내 2차 훈련에 속해 있는 ‘아름다운 동행’은 아이들이 ‘다름’을 배우는 기회다.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하는 트레킹 프로그램이다. 같이 손잡고 북한산 자락을 걸으면서 자신과는 ‘다른’ 친구들에 대한 배려를 배운다. 처음에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던 아이들도 서서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장애인 친구를 기다려주고 자연스럽게 그들을 대하는 법을 알아간다고 한다. 이혜원 학부모는 “무조건 시간 때우러 가는 봉사활동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들을 아이가 배운다. ‘너와 나의 만남’ 속에서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로체는 인성 특화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한다. ‘활동 보고서 작성’, ‘느감배반’, ‘1일 1효’가 주축이다. 특히 ‘느감배반’은 훈련 때뿐만 아니라 가정으로 돌아가 실생활의 작은 실천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느끼고, 감사하고, 배려하고, 반성하기’의 앞 글자를 따 만든 명칭인데, 이 네 가지 요소들을 스스로 생각ㆍ실천하여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느감배반을 실천하기에 앞서 이 대표가 강조하는 것은 ‘관찰’이다. “주변에는 아주 소소한 부분에도 감사하고 배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런데 주변을 예민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들다. 섬세한 관찰력, 즉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야 느끼고 감사하고 배려하고 스스로를 반성할 수 있다.”

인성교육의 관건은 ‘습관화’
로체의 가장 큰 장점은 ‘장기적’이라는 데 있다. 이 대표는 “인성교육은 단기간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방학이면 아이들을 사찰로, 캠핑장으로 보내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교육하지 않으면 몸에 배지 않는다”며 로체를 6개월 단위의 장기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6개월 동안 인성과 체력을 길러 드디어 히말라야 등정에 오른 아이들은 처음 1차 훈련을 받을 때와 사뭇 다르다고 한다. 히말라야 등정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게 고산병. 한 아이가 고산병을 심하게 앓고 있었는데 같은 조였던 다른 아이 두 명이 30분마다 교대해가며 밤새 아픈 아이를 돌봤다고 한다. ‘나’보다 더 힘든 친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법을 몸으로 배운 결과다.
이 대표는 로체 운영에 있어 ‘홍보’를 애로사항으로 꼽는다. “처음에는 사회 공헌 차원에서 시작했다. 현대차그룹과 약정을 맺어 무상으로 운영하다가 끝나고 나니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부모님들이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참여하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왔고, 2006년부터 지금까지 운영할 수 있었다”면서도 “지금보다 홍보가 잘 돼 참여하는 인원이 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혜원 학부모는 3기째 참여하고 있는 이유는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어주는 인성교육”에 있다며 “보다 많은 학부모들이 성적보다는 현재 우리 아이들에게 중요한 게 뭔지, 인성교육에 대한 철학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배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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