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재미난'융합사회창의체험교육연구회

2015.02.01 09:00:00

재미난 공교육을 위해 힘쓰는 연구회가 있다. 바로 경기도 재미난융합사회창의체험교육연구회다. 이름이 길어 외우기 어렵지만 ‘어느 한 교과에 치우치지 않고 많은 교과가 융합된 재밌고 창의적인 체험교육을 연구한다’는 본연의 뜻을 살렸다. 2002년 발족돼 200명에 가까운 회원을 갖고 있는 연구회 위원장 이형국 교감(경기 우정초)은 재미난 프로그램을 통해 교사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학생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실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 3년차인 고은빛 교사(경기 우정초)는 첫 부임했을 때를 떠올린다. “욕심이 많았죠. 교사가 됐다는 생각에 의욕에 불탔습니다. 많은 것을 접하게 해주고 싶은 욕심에 싫다는 아이들에게 억지로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고 악기 연주를 강요하기도 했어요.” 교사 생활이 길지 않아 어떻게 하면 좋은 교육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했다. 그러다 작년에 만난 연구회가 터닝 포인트가 됐다. 재미난융합사회창의체험교육연구회는 이름 그대로 재미를 추구하는 NTTP(New Teachers Training Program).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경직된 하향연수가 아닌 재밌는 연수를 통해 교사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그 속에서 학생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체험활동과 자료 개발이 이루어진다. “연구회에서 다양한 체험을 합니다. 저도 연수활동 중 하고 싶은 것이 있고 하기 싫은 것이 있어요. 성인도 그런데 아이들은 어떻겠어요. 아이들이 하기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시킨 것은 제 욕심이었죠. 저는 아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뿐이지 무언가를 강제로 하게 할 권리는 없다는 것을 연구회를 통해 깨닫게 됐죠.”

교사가 행복한 재미난 연수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남교사들이 분홍색 앞치마를 매고 조리대 앞에서 달걀 흰자와 노른자를 신중하게 분리한다. 손은 서툴고 어색하지만 얼굴엔 처음 해 보는 체험에 대한 즐거움과 호기심이 묻어난다. 연구회 연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제과제빵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준호 교사(경기 창현고)는 교실에 앉아 막연히 강의를 듣는 연수가 아닌 외부에서 실시한 제과제빵 체험이 신선하고 재밌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고은 교사(경기 우정초)도 꽃꽂이와 제과제빵 프로그램을 제일 기억에 남는 연수 활동으로 꼽았다. “제가 즐겁게 체험한 것을 수업시간에 적용하니까 아이들이 참 좋아하더라고요. 학교 스카우트를 담당하고 있는데, 제과제빵 연수에서 배웠던 것을 활용해 지난 크리스마스에 스카우트 학생들과 함께 케이크를 만들었어요. 학급 미술시간에는 금방 시드는 꽃 대신 종이접기를 통해 꽃꽂이를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접하게 해주고 싶은데 제 경험이 적으면 전해줄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을 거예요. 연구회에서는 개인적으로 하기 힘든 많은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아이들과 나눌 수 있는 것이 더 풍부해졌습니다.”
연구회는 교사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영화관람, 승마체험, 꽃꽂이 등 다양하고 재밌는 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뿐만 아니라 수업자료를 만들 때 활용할 수 있는 PIE(사진활용교육)를 위한 디지털 카메라 강의, 프레지(PREZI) 강의, 독서토론 지도법 등 실질적인 강의도 하고 있다.

재미난 자료 개발, 수업 효과 높여
회원들은 연구회 연수를 통해 수원화성과 같은 유적지를 답사하기도 한다. 정조 대왕, 정약용 등 수원화성과 관련된 역사 이야기부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의 현재 이야기까지, 답사를 통해 공부한 것을 자료로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교사들이 직접 체험한 것을 교과목과 연계해 학생들에게 재밌게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형국 교감은 학생들의 창의적인 체험학습을 위해 교사들을 먼저 연수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교사들이 재밌게 체험한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재밌는 학습자료로 전달된다. “연구회에서 만든 자료를 접하고 수업
에 활용해본 교사들은 모두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얘기합니다.” 이 교감은 영상에 익숙한 요즘 학생들을 위해 DVD로 제작한 학습자료를 보여주며 말했다. 재밌는 자료를 통해 수업 참여도가 높아진 것이다.
“기존의 교과는 매우 딱딱하고 재미없습니다. 연구회에서는 교사나 학생들이 자료를 접할 때 재밌는 내용을 통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 씁니다. 예를 들어 자료를 만들 때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적 기법을 이용한다든가 플래시자료를 통해 시선을 끄는 것이죠.” 그렇다고 내용이 엉성하거나 재미 위주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
신민철 교사(경기 우정초)는 직접 자료 만들기에 참여한 사회과 교수·학습 자료를 보여주며 말했다. “조선시대 왕이나 인물들부터 최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남한산성에 대한 이야기까지 교과서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학습할만한 것을 뽑아 꼼꼼하게 구성했습니다.” 역사적 지식을 무작정 외우는 것이 아니라 실학자들 가상 인터뷰하기, 만화로 그려보는 농촌변화, 직접 가서 보고 평가하는 세계문화유산 등 다채롭고 재밌는 체험 교수법이 학생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해 보였다.

끝장토론 통해 의견 조율200여명의 회원 중 활발하게 활동하는 스무명의 회원이 각종 체험 프로그램과 자료 개발에 힘쓰고 있다. 나머지 회원은 시간과 일정에 따라 유동적으로 참여한다. 연구회에서는 교사들이 공부하고 연구해 자료의 구성부터 편집까지 모두 직접 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짜고 자료를 만들다 보면 회원들간 의견충돌이 있을 때도 있다. 회원들은 연구회 홈페이지를 통해서 의견을 내기도 하고, 경기도 동탄에 있는 복합 문화센터에 모여 얼굴을 맞대고 토론을 하기도 한다. 이른바, ‘끝장토론’.
“임원진과 연령대가 낮은 교사들의 의견차가 있을 때도 있습니다. 임원진들은 자료를 개발하고 구축하는 일에 더 매진하길 원하고, 연령대가 낮은 교사들은 체험활동을 좀 더 많이 하는 활동적인 연구회가 되길 바랍니다. 어떻게 보면 두 쪽 다 맞는 의견입니다.” 신 교사는 “체험한 것을 자료로 만들어 학생들이나 일선학교 교사들에게 전파해 수업에 직접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연구회의 목적”이라며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토론을 통해 조율해 발전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을 통한 의견 조율은 연령대가 낮은 교사들에게 불리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20대인 문 교사는 “연령대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데 워낙 수용적이고 재미를 추구하는 개방적인 분위기라 어린 교사들도 마음껏 의견을 낸다”고 말했다.

이 교감은 연구회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구회 자료를 토대로 직무연수를 하고 이메일, 경기화성교육지원청 홈페이지를 통해 융합사회창의체험에 대한 컨설팅을 하기도 한다. 이 교감은 학생과 교사 모두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재밌는 교육 개발에 힘쓸 수 있도록 더욱 많은 교사들이 참여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양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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