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명예' 연금개혁에 교사들 화났다

2015.03.01 09:00:00

박근혜 정부는 ‘65세 이상 노인 100%에게 매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가 집권여당이면서도 재정추계를 제대로 하지 못해 당선 후 인수위원회에서 공약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결국 노인 70%에게 20만원부터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하면 10만원까지 낮추는 등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시키므로 해서 국민연금에 장기 가입해야 할 젊은 세대들은 영구히 절반만 받는 구조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여론이 여의치 않자, 국민연금 개정은 손도 못 댄 채 만만한 공무원연금부터 손대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연금을 중심으로 공적연금의 무력화와 사적연금활성화 노력을 살펴보고 관련 문제점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소문만 무성했던 공무원연금개혁이 시동이 걸린 것은 작년 2월 25일 ‘경제혁신 3개년계획’ 발표에서 “공무원연금ㆍ군인연금ㆍ사학연금 등 3개 공적연금에 대한 재정 재계산을 실시하여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관련법도 개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부터였다.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의 위원장인 이한구 의원은 ‘공무원 스스로 개혁할 수 없다’라는 주장을 펼치며 정부(공무원집단)보다는 당에서 주도적으로 개혁안을 만들겠다며 전문위 활동과는 별개로 지난 4월 보험회사연구소가 다수 포진하고 있는 연금학회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피해를 보아야 할 이해당사자(공무원노조)는 배제하고 장래 이익을 볼 이해당사자(보험회사)와 손을 잡는 꼴이다.

연금학회 주장은 부담금은 43%인상, 수령액 34%삭감, 퇴직자에게도 3%의 ‘재정안정화기여금’납부, 연금개시연령 연장(60세→65세), 연간 수령액 인상폭은 물가상승률보다 작게(실질가치 하락), 퇴직금은 현실화하고 민간의 퇴직연금 도입, 재직기간 상한 연장(33년→40년), 신규자는 국민연금수준으로 등이다. 연금학회는 이 사건 이후 발표를 주도했던 학회장 및 주요 임원들의 사퇴, 일부 회원들의 탈퇴 등으로 집권여당 새누리당 대신에 홍역을 치렀다. 새누리당은 “연구용역을 주었을 뿐 ‘새누리당의 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실상은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가 연구용역을 수행한 연금학회 연구팀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생각을 반영한 공적연금개혁(안)을 만들어 왔던 것이다.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를 필두로 군사작전 하듯이 공무원연금개정안 통과를 목표로 당력을 집중했지만, 공무원과 교사는 12만 명이라는 대규모 집회를 통해 분노를 표출하며 저항했고, 결국 연말까지 법안통과는 실패하였다.

새누리당은 입법 발의과정에서 재정추계 관련 데이터 미공개로 재정추계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켰다. 또한 보도 자료에서는 언급하지 않았던 주요 개정사항(정부책임조항 삭제, 퇴직수당 연금화 등)과 법조항 일부 오류(공무원 기여율은 7%에서 10%로 올리고, 정부는 7%로 그대로)가 발견되었고, 재정추계는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받았다. 청와대의 빠른 처리 압박에 새누리당은 전국 방방곡곡을 현수막으로 도배하는 등 당력을 총동원했다. 공무원들의 저항이 수그러들지 않자 공투본 내 개별노조(법내노조)와 접촉해 분열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10일 여야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2+2 회동’을 통해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의 연내 구성과 ‘국회에도 특위를 구성한다’는 합의에 이르게 되었다.
합의된 대타협기구와 특위가 병존하는 투 트랙(Two-track)개념은 ‘대타협기구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개진 기구로 둔 채, 특위를 중심으로 개혁안을 결정하는 구조’로 이해되고 있다. 결국 대타협기구는 특위의 들러리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해당사자인 공투본은 다음과 같은 조건으로 국민대타협논의기구에 들어가기로 했다. 첫째, 국민대타협기구는 국민연금 등을 포함한 공적연금 전반을 논의할 것, 둘째, 국회특위는 국민대타협기구의 합의 결과를 입법하는 역할 만으로 한정할 것, 셋째, 국민대타협기구는 명칭과 취지에 맞게 합의제로 운영할 것, 넷째, 공무원연금법과 국민의 노후소득보장 관련 법 동시 처리할 것 등 이다. 국민대타협기구 및 특위는 관련부처의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회의를 거듭했다. 특히 지난 2월 5일 대타협기구 제4회 회의에서는 인사혁신처장이 위원질문에 ‘정부기초안이 있다’고 답하면서 정회되기도 하였다. 정부안이 되려면 단체교섭에 따라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국무회의 또는 청와대 등과 상의되어야 하지만 아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결국 ‘정부안이 아니다’라는 인사혁신처장의 발언에도 언론은 ‘정부안이 있다’로 보도하면서 기정사실화했다. 이는 결국 야당과 노조를 압박하여 양보안을 내라고 압박함으로써 연금법개정에 속도를 내려는 의도로 읽혀진다.

박근혜정부가 주도하는 연금개정안의 문제
연금학회 개정안을 토대로 만들어진 새누리당안 또는 정부검토안, 정부기초안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직업공무원제를 무력화한다는 점이고, 둘째는 공적연금을 무력화하고 사적연금을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직업공무원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공무원이 집권세력의 논공행상 제물이 되는 엽관제도(獵官制度)를 지양하고, 정권교체에 따른 국가작용의 중단과 혼란을 예방함과 동시에 일관성 있는 공무수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헌법과 법률로 공무원 신분을 보장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공무원에게 재직기간 중 사적영리추구를 금지하고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대신 생계와 노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직무수행의 대가로 공무원연금을 지급하여 국가가 부양의 의무를 해왔다. 그러므로 현행 공무원연금은 노후소득보장이라는 기능 외에 인사정책적 기능과 후불임금적 성격이 가미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가입자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직업공무원제로부터 유래된 인사정책적 기능을 무시하고 노후소득보장 기능만을 인정하여 똑같게 만든다면 더 이상 공무원연금은 직업공무원제를 지탱하던 제도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이희우 공무원노조 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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