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나이? 인성이 기본이죠"

2015.03.01 09:00:00

‘2014년 대한민국 인성교육 대상’ 수상

육군본부 김효신 중령을 만나다



“군대는 인성종합대학입니다. 사회에서 배우지 못한 충성심, 효심, 단결력 모두를 아울러 배울 수 있는 곳이 군대입니다.” 육군본부 김효신 중령의 말이다. 24년 군 생활 중 자신이 지휘관으로 있었던 모든 부대를 무사고(無事故) 부대로 만든 김 중령의 참된 인성교육을 들어본다.


얼마 전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윤 일병 사건을 비롯해 군의 사건 사고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우리 부대에도 자살 시도를 했던 병사, 마약을 했던 병사, 전과자(단순 전과자, 소년원 출신), 정신적 결함이 있는 병사 등 관심병사가 20~30% 정도 됩니다. 그런 병사들에게는 모두 일대일 멘토를 지정하고, 제가 직접 일주일에 두세 번씩 만나서 대화를 합니다. 관심병사들도 모범병사가 돼서 전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군대는 다양한 환경에서 자란 개성 있는 청년들이 모인 곳이다. 소외된 병사들의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것이 인성교육의 시작이라고 김 중령은 말한다. “소위 관심병사들도 리더가 잘만 이끌어 주면 나중에 사회에 나가 제 몫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믿음으로 인성교육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 중령은 작으나마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인성교육을 강조한다.

삶을 바꾸는 인성교육, 군대에서 이뤄
김 중령의 하루는 새벽 4시 반에 시작된다. 새벽에 일어나 독서를 하고 대원들이 아침 운동을 하기 전에 먼저 나가 달리기를 시작한다. 어젯밤 무슨 일이 있지는 않았는지 대원들 한명 한명의 얼굴을 살피기 위해서다. 그리곤 매일 아침 30분을 할애 해 아침 운동시간에 표정이 좋지 않았던 대원에게 책에서 읽었던 좋은 부분이나 위로가 될 만한 글을 편지로 적어 관물대에 넣어둔다. ‘아침 러브레터’ 라는 프로그램으로, 병사들 개개인에게 다가가기 위한 김 중령의 아이디어다.
김 중령은 병사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아침 러브레터 뿐 아니라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었다. 인터넷 카페를 열어 수시로 글을 올리며 병사들과 소통하고, 하루에 한번 선행을 실천하는 ‘1일 1선’프로그램을 통해 병사들끼리 서로 돕고 관심을 갖게 한다. 또 감사 나눔 운동을 전개하고 주기적인 대대장 인성교육을 실천기도 한다.
김 중령은 특히 독서교육이나 병사들의 자기계발을 위한 프로그램에 힘쓰고 있다. 김 중령은 자녀들이 책을 읽을수록 생각이 넓고 다양해지는 것을 느끼며 책이 인성교육에 참 좋은 자료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 병사들에게 독서를 권했다. 그래서 만든 프로그램이 ‘월 두 권의 책 읽기.’ 책 한권 안 읽던 병사가 김 중령과 생활하며 책에 심취해 전역할 때까지 360여 권의 책을 읽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아무런 꿈이 없던 병사에게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김 중령은 독서가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고 꿈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믿는다.

김 중령의 부대는 김 중령의 독려로 ‘검정고시 응시자 100% 합격’을 달성하기도 했다. “대위 제직 시절,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하고 부모님도 이혼한 병사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그 병사에게 특히 관심을 두고 좋은 말을 많이 해주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던 중 스스로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책을 사주고 조언도 해주며 공부를 하도록 도와줬습니다. 나중에 그 병사가 검정고시 합격 후, 연세대에 입학해 지금은 대기업 임원으로 있습니다.” 이 병사는 ‘포대장님(당시 직위) 아니었으면 지금 자신은 노숙자가 됐을지도 모른다.’며 꾸준히 연락을 해온다. 김 중령에겐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것이다. 김 중령은 생각을 바꾸고 사회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인물이 되도록 이끄는 것이 바로 인성교육이 아니겠냐고 말한다.

병사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대장
김 중령에게는 휴일이 따로 없다. 휴일을 이용해 군대의 짜여 진 시간을 답답해하는 병사들을 위해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제에 근무했을 때, 휴일마다 병사 10~20명씩 조를 짜서 부대 인근 설악산 백담사를 걸으며 대화를 했습니다. 개개인의 힘든 일을 위로하고 각자의 장점을 칭찬하며 한 명씩 맞춤 상담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산에서 내려온 후에는 목욕탕에서 함께 목욕을 하고 식사도 하며 병사들과 더욱 가까워졌다. “주변에선 병사들에게 그렇게까지 대할 필요가 있냐는 말을 합니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 대원들이 나중에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인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중령은 군 생활을 24년 하면서 만난 병사들 한명 한명이 모두 자식 같다고 말한다. 전역한 병사들과도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까지 연락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젊은 문화에도 관심이 많아야 합니다.” SNS를 능숙하게 하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표현하자 걸 그룹이나 병사들이 흥미 있어 하는 게임도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처음부터 모든 대원들이 김 중령을 따른 것은 아니다. 편지를 써서 관물대에 넣어 주고 독서를 권해도 관심 없어 하는 대원들이 많았다. 인성교육이 무너지고, 입시공부만 강조하는 가정과 학교에 마음을 열지 못했던 병사들은 김 중령이 자신에게 진심으로 관심 갖는 것을 느끼고 마음을 열었다. 그 후, 스스로 공부를 시작하고 독서하는 대원도 많아졌다. “물에 돌을 던지면 파장이 일어 멀리 퍼지듯이 따르는 대원 한 명이 두 명이 되고, 두 명이 네 명이 되더군요.”
작년 국군 리더쉽 센터에서 리더쉽 우수사례 공모를 통해 당선된 김 중령의 프로그램을 다른 부대에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바쁜 군 생활 속에 병사 개개인에게 신경 쓰긴 어렵다고 말하는 지휘관이 많다. 김 중령은 요즘 강조하는 병영문화혁신을 위해 지휘관이 먼저 변하고 실천해야한다고 말한다.

김 중령은 지금 인성교육을 위한 책을 쓰고 있다.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부대에도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전파하고 싶습니다.” 전역을 하고 나서도 대학에서 인성교육에 대한 강연이나 교육을 하고 싶다는 김 중령에게서 대한민국 젊은이들에 대한 애정이 엿보였다.
양지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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