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은 애매하다. 교사들에게 가장 영향을 주는 자리에 있지만 권한과 책임은 분명치 않다. 교장의 경영활동을 지원하는 자리에 있지만 구체적인 업무는 명시돼 있지 않다. 회계 공무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도 없다. 지위와 역할이 모호한 교감, 그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이해와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평가를 의식하며 역할 시작하기”
교감은 일선현장에서 지도자, 관리자, 상담자, 또는 평가자 역할을 하는 등 학교 경영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교사와는 전혀 다른 교감의 업무를 처음부터 잘 처리하는 능력을 갖추기는 어렵다. 교감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 나가면서 교장과 교육청, 교사들은 물론 행정실 직원까지 본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자신의 입지나 업무처리 방법들이 어떻게 비춰지는지, 자신이 속한 조직과 역할의 낯설음에 대해 끊임없이 ‘눈치 보기’를 한다. 특히 교장의 성향과 지도성에 따라 교감의 과업 수행범위와 역량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교감은 교장의 눈치도 보며 적응해 간다. 교감은 20년에서 30년 가까이 교사로서 생활했기에, 교감이 되면서 달라진 생각, 태도, 가치관, 업무 등과 부딪치는 내적 갈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즉, 교장과 교사의 눈치는 물론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또한 교감은 ‘자신의 평가’에 대해 예민하다. 교사들이 자신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내릴지 긴장을 하며, 처음 해보는 교감업무에 대한 불안과 경계하며 여유롭지 못한 것이다. 예를 들면 교감이 되어 담당하는 일 가운데 3월 초 인사 관련 업무는 교감을 매우 당황스럽게 한다. 교내장학 등 대부분의 업무는 부장교사 경력이 많은 교감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일들이지만, 인사 관련 업무는 처음 당면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교사들에게 비춰질 자신의 모습에 긴장하며 퇴근도 미루고 일을 해 나간다.
“적응의 벽 경험하기”
교감은 그 지위와 역할에 적응해 나가면서 ‘벽’을 경험하게 된다. 인사업무, 장학업무, 복무관리, 사무관리 등 교감의 주어진 업무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조직관리 등 예상치 못한 장면에 부딪치게 된다. 업무의 중복지시 혹은 지시한 일에 대한 번복, 일의 우선순위 파악과 업무의 난이도 조정 실패는 교사들에게 불만과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교감은 조직 구성원 가운데 누가 바쁜 일에 매달려있는지, 누구를 지원해 주어야하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누구의 협조를 받아야하는지 살피고 조력해야 한다. 즉, 학교전체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기 위해서 교감은 학교조직 전체를 파악하는 안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교감은 구조적으로 고립된 환경에서 과업을 수행하게 된다. 공립학교 교감의 대부분은 근무했던 학교가 아닌, 전혀 새로운 환경의 학교에 배치되게 된다. 따라서 행정가라는 새로운 직무를 낯선 환경에서 처음 맞이하는 이중고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감의 ‘적응의 벽 경험하기’는 어쩌면 자연스런 적응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하며 닮아가기”
교사에서 교감이 된다는 것은 교육과정 지도역할은 하나 교육과정운영에 자신의 철학을 드러내지 못하고, 교장이나 전임자를 따라 하는데 그치며, 이렇게 따라하며 닮아가고 배워가며, 비로소 교감 역할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교감도 처음에 체계적인 도움이나 안내가 절실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물론 교감직 수행을 위한 공식적인 자격연수를 거치지만, 관리자로서의 경험부족은 자신감 부족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감은 대체로 혼자 적응하려 애쓴다. 그 과정에서 본인이 근무하는 학교의 교장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고 의지하고 따르며 닮아가는 것이다. 또한 전임교감과 자신이 다를 때, 교사들로 하여금 비교당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에 교감은 ‘전임교감은 어떠어떠했다’는 교사들의 말 한마디에도 민감히 반응하며, 때로는 자신의 주장을 접고 전임자가 하던 업무방법으로 선회하기도 한다.
“인간관계 맺어가기”
교감은 교직원들의 업무를 점검하고, 정리하고, 지시하며, 과업을 해야 하는 위치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좋은 인간관계를 맺어야 한다. 관리자로서, 행정가로서 자신감을 가지고 직원들을 리드하고 통솔하기 위해서 교감은 ‘내 사람 만들기’, ‘자신의 힘 키우기’ 등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학교 행사 후 조직의 인화 자리를 마련하면서 노력하기도 한다. 행사 전 후 격려해주기, 직원의 가정사에 관심 가져주기, 애경사에 참여하기 등도 교감의 역할 중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행정가 역할 경험하기”
교감은 교사들이 수업지도와 생활지도에서 부딪치는 문제해결부터 업무 및 학부모 민원 등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 이르기까지 교사들을 도와주며, 문제해결역량을 키워나간다. 또한 이런 자신의 역할에 따른 경험을 통해 교감으로서의 보람을 느끼게 된다.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외로운 교감'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최승천 경기도교육청북부청사 민주시민교육과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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