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세대차이’, ‘세대격차’를 넘어 ‘세대전쟁’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세대 간의 갈등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서로 다른 세대 간에 세대차이가 발생하고, 세대 간의 차이나 격차가 세대갈등을 불러온다는 것은 그다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세대갈등, 세대통합 문제가 더욱 부각되는 것은 초고속으로 전개되는 인구고령화 현상과 무척 관련이 깊다.
‘2030’ 대 ‘5060’으로 양분된 이른바 ‘세대 간 전쟁’
우리나라는 2013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국가 1위를 차지했다. 우리의 고령화 진전속도는 불과 17년 정도로 미국 75년, 프랑스 115년, 스웨덴은 85년 등에 비해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렇듯 빠른 고령화 속도는 급속한 세대 간 단절을 야기한다. 특히 세대 간의 가치관, 인식, 태도 등의 차이가 중심이 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의 세대 간 갈등은 희소한 사회적 자원과 한정된 기회의 분배 및 통제를 둘러싼 경쟁적 이해관계의 갈등으로 변하고 있는 추세이다. 때문에 동 시대를 살아가는 서로 다른 세대의 사회 구성원들 간에 극명한 이해관계의 대립, 의식과 행동의 부조화 및 소통의 부재를 초래함으로써 사회 전반에 걸친 심각한 갈등 양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18대 대선을 계기로 세대 간 갈등은 사회분열의 핵심 축으로 대두되었다. 선거 결과, 20~30대와 50~60대 간의 가치관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 한국 사회가 2030 대 5060으로 양분된 이른바 ‘세대 간 전쟁’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대갈등은 2010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대두되었다. 종합 일간신문 기사와 미디어 뉴스, 월간지 및 주간지, 언론 세미나 강의를 총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포털사이트를 검색 결과, 세대갈등·통합 등 세대문제와 관련된 키워드 기사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약 1만 건을 초과하였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본격화됨에 따라 고용구조와 산업구조에 큰 변화가 예상되며 이 여파가 사회·문화적으로도 확대될 것이다. 이는 일자리, 연금 등 한정적인 경제적 재화를 둘러싼 세대 간의 갈등이 베이비부머의 은퇴 이후 본격화 될 것임을 예측하게 한다.
이렇듯 세대 간 갈등은 정치·경제·사회·문화·가족관계 등 사회체제 전반에 걸쳐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세대 간 갈등 및 세대통합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관점의 대응 방안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사회 각 국면에 걸쳐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고 상호이해와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즉, 세대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치유적 관점에서 교육을 통해 세대 간의 소통과 상호이해 능력인 세대공감 능력을 길러냄으로써 다양한 세대가 서로 협력하고 공동체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고령세대와 젊은 세대가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매우 미비한 실정이며 세대 간 이해와 협조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체제도 불충분한 실정이다.
세대의 벽을 허무는 ‘세대공감’ 교육
현재 학교에서 다루고 있는 세대 문제는 일부 도덕, 사회과목 수업시간에 어른을 공경해야 할 필요성 정도를 가르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실효성 있는 교육이 되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 초·중등학교의 다양한 정규 교육과정 속에 노령화에 대한 기본적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내용들을 포함시키고, 학생들이 구체적으로 실감할 수 있는 현실적 사례와 시각적 자료 등을 통해 고령세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을 키우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가 함께 하는 경험이나 기회 자체가 부족한 상태이므로 서로에 대해 알 수 있고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일부 노인단체나 노인복지관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서로 다른 세대 간의 대화 모임이나 젊은 세대와 노인세대 간의 1:1 매칭 활동, 함께 하는 식사나 산책, 어르신 자서전 대필하기 등의 프로그램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여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실시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 독거노인들과 함께 하는 세대공감 활동을 봉사활동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고령층과 젊은층이 상호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도록 지원하는 ‘세대공감 교육’은 세대갈등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인성교육의 중심축을 담당할 세대공감 교육
금년 들어 <인성교육진흥법>이 발효되면서 인성교육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노력이 증폭되고 있다. ‘인성교육’이 타인·공동체와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인성교육의 목표가 되는 핵심 가치로 예(禮), 효(孝),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이는 서로 다른 세대를 존중하고 공감·소통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세대공감 교육과 직결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노령집단과 젊은 학생집단 간에 세대 간 단절이 크게 발생한 경우, 학생들이 친구들뿐만 아니라 나와 다른 세대의 경험을 들으며 공감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게 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세대공감 교육은 인성교육의 중요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일부 매체를 통해 소개되어 주목받은 바 있는, 온라인을 통한 세대공감교육 프로그램으로써 메모로(MEMORO)에 관심을 가져 볼 필요가 있다. 일명 ‘기억의 은행 (Bank of Memories)’으로도 불리우는 메모로는 2007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 17개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국제 비영리단체 활동이다. 60세 이상 어르신들의 지나간 삶의 기억과 지혜를 인터뷰하여 동영상으로 촬영한 후 온라인을 통해 세계의 모든 이들과 공유하는 메모로 활동은 비교적 간단하고 접근성이 높아 활용도가 큰 것이 중요한 장점이다. 젊은 세대가 기억 수집가(Memory Hunter 혹은 Memory Seeker - 인터뷰어) 역할을 맡아 어르신들의 과거 삶의 경험을 5분 정도 짧은 길이의 인터뷰 동영상이나 음성 형태로 수집한 후 사이트(www.memoro.org)에 공개한다.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디지털 카메라, 휴대전화, 음성녹음기 등만 있으면 누구나 메모리 헌터가 될 수 있는데, 지난해 처음 한국에 소개돼 현재 35개 중고등학교가 시범적으로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온라인 세대공감 프로그램 '메모로(MEMORO)'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홍영란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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