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교육과정] ‘수포자’ 막는 학습부담 경감 대책 필요

2015.07.01 09:00:00

수학은 어렵다. 수학 교과서는 너무 두껍다. 수학은 한번 놓치면 회복이 어렵다. 수학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주는 데 있다. 이번엔 가능할까.


수학교과 핵심역량의 강조


교육과정의 변화는 교사들의 수업과 평가를 통해서 나타난다. 교실수업에서 교육과정의 구현을 위해 학생들이 왜 이 수업을 듣는지, 무엇을 가르치고 배울 것인지, 어떻게 가르치고 배울 것인지, 학생들의 배움의 넓이와 깊이에 따른 활발한 상호작용을 위해 교수·학습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 그리고 학생들에게 일어난 배움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에 대해 교사들이 고민하고 나눌 수 있는 시간 확보와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학생들의 핵심 역량을 기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그에 합당한 평가 방법을 요구한다. 사실상 교육과정의 성패가 어떤 방식의 평가가 제공될 수 있느냐의 여부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 맥락에서 역량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경험과 역량, 잠재력을 평가하는 적합한 평가방법을 개발하여 적용할 때 역량기반 교육과정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학습부담 경감 실현

학습부담 경감이 최근 여러 번의 교육과정 개정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강조되었던 것은 학교 현장에서 학습부담 경감을 체감하지 못한 이유라고 본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실제 내용을 삭제하여 다소 줄어든 느낌이 있지만 핵심성취 기준 진술로 성취기준의 개수를 줄이는 것은 실제 수업 장면에서 학습부담 경감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이번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습부담 경감의 정도가 극히 미미하고, 이전에 삭제된 부분이 오히려 추가된 것도 있어서 학습부담 경감 의지가 제대로 실행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수학 교과역량을 강조하며 ‘수학교육을 통해 학습자가 길러야 할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능력’으로 문제해결, 추론, 창의·융합, 의사소통, 정보처리, 태도 및 실천을 선정했는데 이러한 것들이 의도한 대로 수학수업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교과서는 너무 두껍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것을 모두 담으려면 얇은 수학교과서를 기대하는 것은 더욱 어려울 듯하다. 내용의 재구성을 말하기도 하지만 진도를 맞추기가 쉽지 않아 늘 조바심이 따라다닌다. 수학교과는 교육과정의 특성상 이전단계에서 결손이 생기면 다음단계의 학습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수포자’가 생기는 것이다.

게다가 수학과 교육과정은 이전단계의 ‘완전학습’을 전제로 현재단계를 진행하기 때문에 특히 수학의 진도가 빠른 우리나라 학생들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필자는 학습 부담 경감을 내용 감축과 연계성 강화, ‘평가상의 유의점’ 관점에서 교수·학습 방법 개선의 세 가지 방향에서 접근해 본다.

첫째, 내용 감축 차원에서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의 활용, 도수분포표에서의 자료의 평균, 원주각의 활용을 삭제한 것은 학습내용의 삭제이므로 당연히 학습부담의 경감을 가져올 것으로 본다. 그러나 방정식, 부등식, 함수에 대한 활용 관련 성취기준들을 삭제하는 대신 교수·학습상의 유의점에만 언급하는 것으로 학습부담이 경감된다고 보지 않는다. 그리고 어려운 활용문제가 학습부담을 가중시키고, 활용문제가 유형화되면서 유형 암기가 이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시중에 유행하고 있는 유형문제집을 의식해서 교육과정을 바꾼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주객이 전도된 듯한 생각이 든다. 또한 실생활 맥락에서의 유용성이라는 수학교과의 핵심역량 강조와도 상충되므로 실생활과 관련된 활용 성취기준 삭제는 제고되어야 한다. 연계성 강화와 관련하여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1학년에서 연이어 다루는 원기둥의 겉넓이와 부피를 중학교에서 다루도록 일원화한 것과 더불어 각기둥이나 각뿔의 관찰까지 포함되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중학교 2학년의 곱셈공식과 3학년의 인수분해 공식을 3학년으로 통합한 것은 내용의 연계상 바람직하나 4·4·3 단위의 편성시수를 생각할 때 3학년 학습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둘째,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은 내용 자체에도 있지만 평가 문항을 통한 난이도의 상승에서 기인하는 면도 있다. 이미 교육현장에서는 교육청 단위로 수학과 교육과정 및 진도계획표 그리고 출제문항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고, 교육과정을 벗어나는 학교시험에 대한 점검이 있어 왔으나 여전히 난이도에 따른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교육과정의 각 학년별, 영역별로 ‘평가상의 유의점’을 신설하여 교육과정을 벗어난 심화된 내용을 평가하지 않도록 안내하여 평가 문항의 범위와 수준을 제어함으로써, 실제적인 학습부담 경감을 실현하리라 본다. 또한 교육과정의 학습내용과 그것을 구현하고 있는 교과서개발 지침에 세부적인 내용을 추가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교사들의 교과서에 대한 높은 친밀감과 의존도를 고려할 때 교육과정의 수시 개정에 대한 현장교사의 피로도를 최소화하는 전략 중 하나는 교과서의 내용을 줄이는 것이다. 교과서가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것을 모두 담으려다보니 분량이 너무 많고 두꺼운 것이다. 교과서개발 지침에 학습부담 경감 방안을 명시함으로써 실제적인 경감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학습내용의 기본적인 개념을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예제 문제에 따른 학습내용 숙달을 위한 문제가 거의 모든 교과서에서 4개씩 제시되고 있는데, 개념을 다지고 풀이과정에서 왜 그렇게 되는지를 생각해 볼 여지가 없이 기계적으로 4단계(?)의 문제를 풀게 된다. 따라서 문항 수를 2개로 줄이고 의사소통 또는 토론, 생각나누기 등을 통해 친구들과 함께 학습한 내용을 되짚어보는 활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교과서에 담긴 문항 수의 실질적인 감축을 통해 학습경감과 더불어 수학과 핵심역량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학습자의 정의적 측면 강조

PISA와 TIMSS와 같은 일련의 학업성취도 국제 비교 연구결과에서 보여주는 인지적 측면과 정의적 측면의 심각한 불일치는 수학교육 최대의 과제로 인식되고 있고 수학교육의 문제점을 이야기할 때 단골로 제시되는 자료이다. 이러한 결과는 너무 많은 지식을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암기하게 하고 문제 풀이를 통해 시험을 준비하게 하며 시험이 끝나면 잊어버리는 학습을 하기 때문인 것이다. 정의적 영역의 성취를 높이려면 우선 수업이 바뀌어야 한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고 넣어주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배움의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수학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박사가 사랑한 수식’문명의 근원으로서 수학을 이야기한 ‘다큐 문명의 탄생’, 그리고 2차원, 3차원 세계에서 도형들의 이야기를 다룬 ‘플랫랜드’ 등의 영상 자료와 EBS MATH의 동영상 자료를 통하여 학생들의 수학교과에 대한 가치인식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의 참여가 교육과정 성패의 핵심이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아무리 잘 만들어져도 교육과정의 성패 여부는 학교 현장에서 교육과정을 구현하는 ‘교사’에게 달려있다. 교육과정을 받아들이고 현장에서 실천하는 교사들이 교육과정의 취지와 방향에 대해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속해서 양질의 실천에 주력할 수 있는 여건과 시간을 확보해주는 것이 교육과정 실현의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교육현장의 참여와 합의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접근하여, 형식적인 절차로서 이루어지는 포럼이 아니라 현장교사들의 의견수렴 및 논의의 과정이 충실히 반영되어, 교육과정의 실천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교육과정이 아닌 신뢰와 실천 의지를 이끌어내는 교육과정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배숙 경기 청덕중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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