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싱가포르의 젊은이들은 혁명가나 반란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 최근 싱가포르 교육이 주목받는 이유는 일찌감치 ‘시험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문제해결 능력, 사고력, 창의성 교육’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시아의 교육 허브(Hub)로 자리매김하며 국가경쟁력 상위권, 학업성취도 상위권, 살기 좋은 나라 상위권 등 승승장구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인성교육을 살펴본다.
거리에서 껌을 씹는 시민들의 행위조차 엄격하게 규제하고, 부정을 저지른 공무원에게는 ‘3대에 걸쳐 공무원이 될 수 없다’는 조항을 두는 나라 싱가포르. 심지어 아직까지 ‘태형(笞刑)’이 존재하는 나라. 더욱 더 희한한 것은 이토록 국가로부터 엄청난 도덕심을 강요받고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침해’나 ‘자율성 침해’를 부르짖으며 저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를 ‘강요’가 아닌 ‘당연한 원칙’으로 여기며, 타인에 대한 ‘배려’를 습관화하고 있다. 잘잘못을 떠나 ‘Sorry’를 먼저 말하고, 자신의 이익보다 ‘공동체의 공공선’을 우선 생각한다.
사실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와 닮은 점이 많다. 오랜 기간 식민지였다는 점도, 해외원조를 받아야 할 만큼 못살았다는 점도, 땅과 자원이 부족해서 ‘인재가 곧 자원이며 교육이 살 길이다’ 라고 생각한다는 점도 닮았다. 하지만 교육정책에 있어서는 미묘하게 다른 점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작은 차이가 싱가포르를 모기가 들끓던 가난한 아열대 도시에서 세계 상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성장하게 했다.
싱가포르의 인성교육 핵심 키워드 ‘배려, 공동선, 의사결정’
싱가포르 교육의 최종목표는 학생들 개개인의 개인적 성취를 도모하고 이들을 ‘생각하는 사람’, ‘국가적 리더’, ‘세계의 개척자’로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교육산업에 대한 지원은 ‘너무 많아 소화불량에 걸릴 정도’라고 표현할 만큼 아낌이 없다. 하지만 오늘날 싱가포르를 있게 한 가장 중요한 교육은 ‘배려하는 생각(caring thinking)’을 촉진하는 ‘시민성 교육’이다. 개인의 인성은 결코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별개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공동체를 생각하면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시민성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는 시민성 교육을 ‘자신의 정체성 찾기’, ‘타인과의 원만한 관계 형성’, ‘올바른 의사결정능력 함양’ 등 세 가지의 거시적 개념을 설정하고, 자아·가족·학교·지역사회·국가·세계의 분야에서 다양한 질문들을 통해 주요 가치를 배우고 익히도록 구성했다. 학생들은 활발한 토론과 역할놀이 등 다양한 수업방식을 통해 실제적인 딜레마 상황 속에서 여러 이해 관계자들의 관점을 고려해 결정을 내려 보면서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가치관을 스스로 깨우친다. 특히 부킷뷰초등학교(Bukit View Primary School)의 연극활용수업은 다양한 상황 속에서 도덕적 가치관을 적용하고 성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부킷뷰초등학교는 학생들에게 연극의 세부내용을 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해 창의성을 촉진시키고, 조별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책임감을 갖고 서로 돕는 법을 배우도록 하고 있다. 연극 이외에도 체험학습과 탐구학습 등을 통한 인성과 시민성 교육이 교과교육과 통합돼 실시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인성교육의 핵심은 ‘공동선’이다. 나의 이익보다 더 큰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보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싱가포르가 인간이 살아가는데 최고의 가치로 두고 있는 ‘관심과 배려’라고 할 수 있다. 두레, 향약, 품앗이 등 우리의 역사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인성이나 공동선은 결코주입식으로 계발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싱가포르에서 보듯 실생활의 경험과 밀접하게 관련된 방식으로 실시해야 한다. 우리의 인성교육이 잊어서는 안 될 시사점이다.
국민에게 엄청난 도덕심을 요구하는 정부
교사는 ‘교육의 심장’이라는 개념이 강한 싱가포르는 교사에게 최고의 대우를 한다. 교사가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매년 100시간의 교육을 통해 교사들이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학부모들은 이런 교사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믿는다. 교사뿐만이 아니라 싱가포르의 공무원 대우는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하지만 조그만 뇌물이라도 받는다면 부인이건 자식이건 모든 재산이 압수됨은 물론, 3대에 걸쳐 절대로 공무원이 될 수 없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해외 출국 금지’이다. 싱가포르 안에서 막일하며 3대가 고생하라는 엄벌이다. 여기에 더해 공포의 태형도 기다리고 있다. 외국인도 예외가 없다. 최고의 대우를 받는 만큼 자기 책임도 져야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무원에 대해 무자비할 정도로 냉혹한 원칙과 도덕성을 적용하는 이유는‘나라가 잘 되려면 모든 공무원이 공정하고 청렴해야 한다’는 국가적 믿음 때문이다. 이러한 국가 정책이 미치는 영향은 크다.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는 찾아볼 수 없고, 학교 역시 ‘부정’이 없다. 학부모는 이러한 학교와 교사를 믿고 따르며, 이런 어른을 보고 자란 학생들도 옳지 않은 말이나 행동은 하지 않고 반성한다. 이런 분위기는 바로 직접적인 산교육이 되어 학생들은 남을 배려하고 먼저 다가가는 것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다. 굳이 도덕교육, 인성교육을 따로 하지 않아도 일상생활 자체가 ‘살아있는 인성교육 교본’이라는 느낌이다.
늘 강조하지만 인성을 길러주기 위한 과목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싱가포르는 이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실현시키며 국민의 인성을 정제시키고 있다. 단지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공동체를 생각하도록 교육하는 것, 이것이 싱가포르 인성교육의 출발점이자 핵심이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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