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멋지게 살고 싶습니다

2016.01.01 09:00:00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해 세상을 좀 더 열린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십 년 전에 어느 대학생이 친구들과 함께 창업을 시작하면서 밝힌 당찬 포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그저 무모한 젊은이의 패기 정도로 여겼습니다. 이상적인 비전과 정의로움과 도전 정신은 젊은이들의 특권이니까요.

주커버그 부부의 기부, 인생이 명품이다
그 후로 단 십 년 만에 그 청년은 창업에 성공해서 세계 7번째 거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최근에 딸아이의 아빠가 되는 날, 아내와 함께 발표를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모두가 주커버그 부부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가 그렇듯이, 우리 부부 또한 저희 아이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 바라는 마음에서 기부합니다.”

무려 52조원이나 되는 자신들의 재산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공표한 것입니다. 듣기만 해도 정말로 기쁘고 훈훈해지는 뉴스입니다. 창업에 도전했던 청년의 성공 이야기도 놀랍지만 젊었을 적에 가슴에 품었던 뜻을 실제로 이룬 이야기에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명품 옷 대신 티셔츠나 입고 다니는 그들이지만 인생을 참으로 잘 사는 멋쟁이 같이 보입니다. 그들의 옷이 아니라 인생이 명품인 것입니다.

저는 52조원이 어떻게 쓰이며, 그로 인해서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 젊은 부부의 아름다운 기부로 인해 세상에 대한 제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좀 더 생겼습니다. 미래가 오늘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좀 더 강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이 주커버그가 처음은 아니지요.

창업 선구자들이 ‘시작’할 때 제시한 비전
“온 세계의 사람과 기업이 자신들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목적과 가치관을 두었습니다.” “창업할 당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세상을 변화시킬 꿈만 갖고 있었습니다.”

세계 최고 창업 선구자들이 사업을 시작할 때에 제시한 비전이었습니다. 뭇사람을 현혹시키기 위해서 마케팅 전략으로 사회봉사니 인류 평화라는 그럴듯한 구호를 내세운 게 아닙니다. 뭔가를 잘못했기 때문에 면책용으로, 특별사면 받고 면피용으로, 사회 분위기 눈치 보며 선심용으로 몇 푼 기부하는 게 아닙니다. 상속세를 감면 받고자 계산기 두드리고 잔머리 굴리지 않습니다. 죽음을 코앞에 두고 인생의 허무함을 뼈저리게 느끼거나 어차피 죽을 땐 빈손으로 가야한다는 공수래공수거의 참뜻을 깨달아서도 아닙니다.

빌 게이츠는 45세 때였고 주커버그는 겨우 서른 초반일 때 기부하였습니다. 한창 일을 하면서 돈 버는 재미를 느낄 때입니다. 세계 최고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비상 자금을 보유해야 한다는 사업가의 촉감이 가장 예리할 때입니다. 갓 부모가 된 마당에 자식의 미래를 확실히 보장해주고 싶은 보호자의 본능이 발동할 때입니다.

젊은 그들의 기부가 아름다운 이유
그러나 이들은 사익 대신 공익을 택했습니다. 사회에 이로우면 결국 자신들에게도 이롭다는 공익의 이치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게 공동체의 지혜라는 것을 젊었을 때부터 직감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이 한 말에 책임을 진 것입니다. 이들은 언행일치하고 표리일체합니다. 빌과 멜린다 게이츠 부부에 이은 마크와 프리실라 주커버그 부부의 기부 공표는 그래서 더 감동적입니다.

저와 제 처도 이번 기회에 이 칼럼을 빌려 공표하고자 합니다. 저희 재산을 공익을 위한 일에 쓸 것입니다. 죽은 후에 남기고 가는 유산 형태가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우리 사회에 행복씨앗을 심는 일에 사용하고자 합니다. 저희 부부가 결혼 초에 서로 약속한 일을 이제 공개합니다. 저희 부부가 열심히 일하고 아껴 쓰면서 저축한 재산이지만 미미한 액수라서 세간의 관심을 끌 일이 전혀 아님을 잘 압니다. 저희 부부는 그냥 적은 돈으로 세계 최고의 기부자가 누리는 멋을 조금이나마 맛보고자 합니다.
조벽 동국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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