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이 필요해요”…수석교사 찾는 교사가 늘고 있다

2016.07.01 09:00:00

교과전문성으로 교육현장에 새로운 활력소
올해로 교직 3년 차인 A 교사, 누구나 선망하는 선생님이 됐지만 마음 한구석 회의감을 느낄 때가 많다. 수직적 학교 문화 속에 학부모에 치이고 학생들에게 시달리다 보니 임용 시험 때의 패기와 열정은 오간데 없이 무력감에 빠져있다. 교과 수업은 갈수록 어렵고, 각종 교수법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어떤 것이 우리 반 아이들에게 효과적인 것인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할 뿐이다.

A 교사처럼 수업의 전문성을 높이고 학교생활에 새로운 활력을 찾고 싶은 교사들이 ‘광주 초등수석교사회’로 몰려들고 있다. 창의적인 수업방법과 다양한 수업기술, 그리고 교직생활의 어려움을 함께 풀어나갈 멘토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이들은 새내기부터 40대 후반의 고경력 교사까지 다양하다. 회장을 맡고 있는 송미나 수석교사(광주 수문초)는 “교직생활의 새로운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전문성 향상을 통해 보람과 만족을 찾고 싶은 마음에서 수석교사들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난 4월 광주초등수석교사회 주최로 열린 수업혁신 위크숍에서 그대로 그러났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광주지역 초등교사 2백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날 행사는 ‘역량 중심 2015 교육과정 개정 설명’부터 ‘하브루타를 적용한 초등영어수업’, ‘아카펠라를 활용한 음악수업’, ‘액션리서치로 수업 전문가 되기’, ‘사회 이슈를 활용한 배움 중심 도덕수업’ 등 요즘 각광받는 수업기법들이 소개돼 주목을 끌었다.


이뿐 아니다. 6월에는 수석교사와 일반 평교사가 멘토와 멘티 관계를 맺고 함께 수업 개선을 모색하는 멘토링 사업을 실시하고 이어 목요연수회, 요청수업, 수업나눔 행사 등이 줄줄이 예약돼 있다. 특히 ‘수석교사 멘토링’은 올해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수석교사가 영어나 수학 등 멘토 과목을 공개하면 일반 교사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분야를 수강 신청하는 방식이다. 수업내용은 교과 수업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학급 경영과 교직생활 전반까지 폭넓게 다룬다. 일회성에 그치는 컨설팅 장학의 한계를 극복하고 폐쇄적인 학교 문화에 ‘소통’이라는 활력소를 불어 넣기 위해 마련됐다.

그래서일까? 멘토링 신청서에는 ‘올해 교과전담을 처음 맡았는데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두려움이 앞선다는 교사부터 수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연구활동을 하고 싶다는 교사, 새로 옮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걱정이라는 교사들까지’ 속 깊은 사연들이 담겨있다.

김동군 수석교사(광주 치평초)는 “교과 전문성 뿐 아니라 학생지도와 학부모 응대법 등 학교생활의 모든 영역을 조언하게 된다”며 “쉽게 드러내기 힘든 교사들만의 고충을 함께 해결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별로 선후배 교사들 간 멘토링 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서로가 부담을 느끼는 탓에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는데 착안했다면서 “직접 면담은 물론 전화나 문자로 피드백을 해주다 보니 교사들이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탄탄한 실력으로 최고 전문가 집단 자리매김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마다 일반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목요연수회’도 흥미롭다. 처음에는 수석교사들의 자기역량강화를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유익한 정보를 우리끼리만 공유하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에서 일반교사들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요청수업’은 광주초등수석교사회의 위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교사들이 원하면 수석교사들이 학교를 방문,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방식이다. 경우에 따라 전체 교사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거나 담당교사와 팀티칭도 하는 일종의 ‘출장 수업’인 셈이다.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아 신청이 늘어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처럼 수석교사가 일선 교사들로부터 환영을 받는 데는 ‘실력’이라는 확실한 보증수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뛰어난 교과 전문성과 풍부한 교직 경험을 바탕으로 세미나와 공개수업, 문제 해결 리서치 등 끊임없는 자기계발에 힘쓰고 있다. 실제로 광주초등수석교사회 구성원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공부하기 좋아하는 선생님들의 모임이라는 점이다. 교재연구하고 학생들 가르치는 것이 좋아 수석교사가 됐다는 정유경 수석교사(광주 하백초)는 “후배 교사들에게 유익한 ‘수업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수석교사가 교직사회의 새로운 도전과 희망이 되고 있다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얼마 전만 해도 교장, 교감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뒤처진다는 인식이 교직사회에 팽배했지만 이제는 수업 전문가로서 열심히 아이들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대우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는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송 수석교사는 “관리 직렬과 교수 직렬이 학교에서 서로 윈윈하며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우리 교육현장이 열린사회로 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강조했다.

“수석교사 절대 부족”… 정부가 정원 확보 나서야
‘선생님의 선생님’으로 불리는 수석교사들. 이들은 요즘 우리 실정에 맞는 수업기법을 개발하는 데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외국의 교육이론들을 무비판적으로 사용하다 ‘열린교육’ 열풍처럼 한순간에 사라져 버릴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다. 특히 ‘좋은 수업’이란 본질적인 고민은 뒤로 한 채 각론만 쫓아다니는 ‘연수 쇼핑’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긍지와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수석교사들이지만 정부의 지원정책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수석교사들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정원 문제를 꼽았다. 현행 제도상 교감과는 달리 수석교사는 정원을 정확히 명시하지 않은 데다 시·도교육청의 재량에 따라 선발토록 해 놓다 보니 정책의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 특히 부족한 수석교사 정원은 이들의 역할 수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 광주지역의 경우 초등학교는 154개이지만 수석교사는 22명에 불과하다. 송 수석교사는 “직급은 있는데 정원은 없는 기형적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학교 교육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수석교사 정원 확보가 가장 시급한 선결과제”라고 호소했다.

수석교사제는 유·초·중·고교의 교사가 교감이나 교장 등 관리직으로 승진하지 않고도 일정한 대우를 받고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지난 2008년부터 4년간 시범 운영을 거쳐 2012년 법제화됐다.
장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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