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함께 놀기” 가동초의 따뜻한 감성교육

2016.07.01 09:00:00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 나무꾼은 텅 빈 양철 몸 안에 ‘따뜻한 심장’을 넣고 싶어 도로시를 따라나섰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바로 ‘따뜻한 심장’인 배려와 나눔의 감성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36.5℃ 따스한 감성으로 매일매일 집밥을 먹이듯, 새 생명을 키우는 봄비 같은 ‘감성 교육’을 하고 있는 서울가동초등학교를 찾았다.

친구들과 어울려 딱지치기를 하거나, 함께 몸을 부대끼고 뒹굴며 놀던 ‘놀이 문화’가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서울가동초등학교의 점심시간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했다. 학교 공간마다 아이들의 건강한 호흡과 티 없는 웃음소리로 온 학교가 들썩거린다. 이 아이들을 웃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여럿이 함께 신나게 뛰어노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서울가동초등학교의 가장 대표적인 감성교육프로그램은 ‘즐겁게 함께 놀기’이다. ‘우리’라는 말보다 ‘나’라는 말이 익숙한 학생들에게 올바른 심성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여럿이 함께 신나게 뛰어노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다.

서울가동초 학생들은 중간놀이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교실에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전통놀이를 하며 옛 멋을 즐기는가 하면 짓궂은 남자아이들은 야구·농구·축구·배드민턴 등 다양한 스포츠클럽 활동에 구슬땀을 흘린다. 그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운동장 걷기’이다. 땀 흘리기 싫어하는 여학생들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산책하듯 운동장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역시 풍요롭고 따뜻한 감성은 ‘좋은 친구와 어울려 놀 때’ 가장 왕성하게 싹튼다.


36.5℃ 따스한 감성으로 ‘365일 행복한 감성 학교’
서울가동초등학교의 교육목표는 ‘365일 행복한 감성 학교’이다. 조병래 교장은 학생을 행복하게 하는 힘은 ‘감성 교육’이라고 믿는다. 어려서부터 문학·음악·미술·바둑·운동 등 예술적 감성을 익히면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게 된다. 또 풍부한 상상력을 비롯해 자유자재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창의력을 길러주며, 자신의 삶을 탐구할 수 있는 바탕이 만들어 진다. 그래서 ‘감성 교육’은 사는 동안 누구나 한 번쯤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자신을 위로해주며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휴식처 역할을 해준다. 조 교장이 ‘감성 교육’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이유이다.

방과후학교 역시 감성프로그램으로 진행 중이다. 마술·논술·요리·주산암산·큐브·바둑·체스·건축교실·창의과학 등 창의영역, 우쿨렐레·플룻·클라리넷·첼로·방송댄스·음악줄넘기·농구·디자인미술 등 예술영역은 물론 해법수학·한자급수·생명과학 등 교과영역까지 70여 개의 부서가 운영 중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되다보니 학생들의 참여율은 무려 92.3%. 전교생 953명 중 880명이 참여하고 있다.

‘즐기고 체험하는 수학’으로 학업성취도 ‘쑥쑥’
서울가동초등학교의 복도와 운동장에는 ‘양감(量感) 체험코너’가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수학적 안목을 높이고 수학에 대한 가치와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올해부터 2018년까지 교육부 지정 수학교육 연구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이 학교의 수학교육 목표역시 ‘즐기는 수학’이다. 학생들은 수학 학습에 성공 경험을 제공하는 수학클리닉, 수학 이론을 실생활에 활용하는 수학 동아리, 방학 동안 열리는 수학캠프 등 수학을 테마로 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수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는 물론 수학에 대한 자신감마저 끌어 올리고 있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어떨까?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즐기고 체험하는 과정중심교육을 하다 보니 학업성과가 오르고,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행복해하니 당연히 만족도와 신뢰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마련한 ‘가동 가족사랑 음악회’, ‘가동 가족 걷기대회’, ‘가동 가족 산행대회’ 등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지지를 표현하고 있다.

‘마시멜로 실험’의 교훈, 진정 필요한 교육은 무엇인가
‘감성지수(EQ : Emotional Quotient)’를 연구한 미국 스탠퍼드대학 윌터 미셀(Walter Mischel) 교수의 이른바 ‘마시멜로 실험*’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줄 아는 아이가 성장 후에도 학업성취도는 물론 삶을 통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감성지수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학습을 통해 얼마든지 계발할 수 있다. 다만 일찍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 시절의 습관이 커서도 지속되기 때문이다. 꽉 짜인 일정에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아가기 힘든 우리 아이들이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인지,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 그리고 긴 고민 끝에 ‘36.5℃ 따스한 감성으로 365일 행복한 교육’을 실천하는 서울가동초등학교는 우리 교육의 해법을 찾는 첨병(尖兵) 역할을 하고 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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