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대학 평가 믿을만 한가?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재학생 급감에 따른 대학 재정난 가중을 해소하기 위해 부실대학을 퇴출하려는 목적’으로 대학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학은 물론 국민 모두 공정한 평가와 개혁을 통해 고등교육이 새로운 활로를 찾아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교육부를 믿어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구조개혁 평가에 불만이 제기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예를 들면 지난해 강원도에서 평가대상이 된 4년제 대학은 모두 8개이다. A등급에 사립 1개교, B등급에 사립 2개교, C등급에 국립 1개교와 사립 1개교, D등급에 국립 1개교와 사립 1개교, E등급에 사립 1개교가 각각 포함되었다. D등급 국립대는 소위 지역거점 국립대이다.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러한 평가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 대학은 D등급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여건이 다른 대학들에 비해 훨씬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 역시 지역 내 최고의 대학으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정도다.
이러한 잘못된 평가는 강원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구·경북이나 충북 등 많은 지역에서 주민들의 평가와 교육부의 평가가 다르다. 물론 수요자의 평가가 언제나 옳을 수는 없다. 하지만 교육부가 대학에 대해 학생·학부모 또는 전문기관의 평가보다 더 정확한 평가를 한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장관은 2주기 평가에서 부실대학을 골라내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수많은 국립대가 부실대학으로 평가되었는데도 그러한 생각을 고수하고 있다면 문제가 크다. 잘못된 평가는 고등교육시장을 왜곡할 뿐이다. 교육부가 제대로된 콘텐츠를 가지고 대학평가를 실시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졸자 취업률 추계, 지방대학에 불리
정부는 대학평가를 활용한 구조조정이 건전한 지방대학을 살릴 수 있는 특효약처럼 공언하고 있다. 정부가 구조개혁을 선제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지방의 전문대와 사립대 순으로 문을 닫게 될 것이므로, 구조조정을 통해 지방대학을 살리고자 한다는 것이다. 얼핏 타당한 것 같지만, 이 또한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지방대학에게 불리한 지표들이 대학평가에 사용되고 있고, 지방대학이 경쟁력을 가진 지표들은 아예 제외되어 있어 지방대가 부당한 차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대를 살린다는 주장과 실제 평가결과는 상반되게 나타난다.
우선 수도권대학들은 하나의 전공에 상당히 많은 학생을 수용하고 있다. 대학원생도 많고, 편입생도 많이 몰린다. 그래서 수도권대학들의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지방대보다 훨씬 많으며 당연히 OECD 평균에 비해서도 아주 많으며 그 수치가 대부분 정상 고등교육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그러니까 수도권 대학은 지방대로부터 편입생을 받아 재학생 충원율을 높일 수 있어 좋지만,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불리해지는데 이 항목은 평가 배점이 낮아 지방대학들보다 이중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 취업률이다. 여기에서 지방대는 결정적으로 불리하다. 단순히 지방대의 취업률이 낮아서 불리하다는 말이 아니다. 취업률 추계시점이 지방대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현재 졸업생 취업률은 졸업 6개월 후의 취업상태를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5년 현재 대졸자들이 첫 취업에 걸리는 평균 소요기간이 11개월에 이른다. 정보가 부족한 지방대 출신들은 수도권 출신 학생들보다 취업기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졸업 후 6개월 시점은 지방대에 불리한 기준인 것이다.
다음으로 지방대가 수도권대학과 비교하여 뒤떨어지지 않는 지표가 교수 1인당 연구논문의 수이다. 비록 수도권 대학보다 교통은 열악하지만, 연구 여건은 양호한 지방대학이 많고 이들 대학의 교수들은 매년 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교수의 주된 임무가 교육과 연구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지표야말로 대학을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는 이 지표가 아예 없다. 이외에도 교지 확보율이나 기숙사 확보율 등 지방대에 유리한 지표들은 모두 제외되어 있다. 공정한 평가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평가 기준이 수도권 대학에 유리하고 지방대학에 불리하다 보니, 지난해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최하위인 D, E등급을 받은 대학의 66%가 지방대였다.
지방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대학은 지역의 경제·사회·문화의 중심이다. 대학은 지역의 유력한 고용주로서 많은 교수와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다. 대학의 예산은 대부분 지역에서 지출되어 지역민들의 소득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이 뿜어내는 열기가 지역을 젊고 활기차게 한다.
대학에서 개설되는 여러 가지 강좌를 통해 지역민들은 지식에 대한 갈증도 풀고, 새로운 문화도 접하게 된다. 교수들은 각종 기관의 자문역할도 맡고 시민단체 활동을 함으로써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다. 따라서 대학이 사라지면, 그 지역은 경제적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게되고 젊음을 잃은 조용한 도시로 전락하게 된다. 자녀를 외지로 유학을 보내는 데 따른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도 커질 것이다. 한마디로 지방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그러나 교육부의 정책 방향은 오히려 지방대를 죽이고, 지방대 운영자를 달래기 위해 학교자산의 일부를 보상받도록 하는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아니다. 교육부안대로 진행되어 지방대학을 포함한 평가지표가 나쁜 대학들이 문을 닫게 된다면, 교수와 직원의 최소 1/4-1/3 가량(교수 15,000~20,000명, 직원 10,000~15,000명)이 직장을 잃게 된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음의 원칙을 대학정책에 적용하기를 교육부에게 강력히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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