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천동설과 지동설

2016.08.01 09:00:00

입시가 문제입니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말입니다. 입시 때문에 공교육이 뒤틀리고, 사교육에 학부모 허리가 휘고, 한국 학생들이 세계 최고로 불행합니다. 입시 때문에 교사 채용과 교직관이 왜곡되고, 다양한 인재가 배출되지 못하고, 새로운 교육방법들이 뿌리를 내리지 못합니다. 그래서 입시정책이 달라지지 않고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모두 다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해결책으로 거의 매년 새로운 수능시험 제도와 입시제도가 도입되긴 합니다. 입학전형이 바뀌고, 수능 영역이 바뀌고, 등급 평가 방식이 바뀝니다. 실은 너무 자주 바뀔뿐더러 규칙과 절차가 너무 많아져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혼란스럽고 힘들어서 입시폐지 운동까지 할 지경입니다. 제가 대학에 갔던 시대에는 일차 떨어지면 이차에 갔으니 입학전형이 2가지밖에 안 된 셈입니다. 그게 현재는 2,000개가 넘는다고 하니 갑자기 천동설과 지동설이 떠오릅니다.

입시정책에도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프톨레마이오스(Klaudios Ptolemaios)의 천동설은 모든 천체가 우주의 중심인 지구를 완벽한 원으로 이루어진 궤도로 공전한다는 가설입니다. 그러나 완벽한 원이 아닌 행성의 궤도를 묘사하기 위해서 큰 원에 작은 원들을 계속해서 추가하게 되었고, 결국 80개의 주전구와 이심구가 동원되었습니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복잡한 구조를 지니게 되었지만 여전히 모든 궤도를 다 소화해 낼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 갈릴레오(Galileo Galilei), 케플러(Kepler, Johannes)에 의해서 천동설이 지동설로 대체 되니 갑자기 모든 게 간단해지고 명료해졌습니다. 궤도의 중심을 지구에서 태양으로 옮기고, 궤도의 틀을 완벽한 원이 아니라 타원으로 바꾸자 모든 행성의 움직임이 단 세 개의 원칙으로 깔끔하게 설명되었습니다. 이게 사고방식의 전환이고 혁신인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입시정책도 이와 같은 혁신이 필요합니다. 기존 틀은 유지하면서 부차적인 것들을 끝없이 수정하고 보완하는 게 아니라 아예 교육의 중심을 옮기고 기본 틀을 바꿔야 하겠습니다. 새로운 교육방법과 내용을 2~3년 준비 기간을 두고 부분적으로 시도하는 게 아니라 2030년도를 새교육 원년으로 삼아서 오늘날의 유치원생들부터 새로운 평가 기준에 맞춰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2030년도는 오늘날의 유치원생이 대학에 입학하는 연도에 해당합니다.

‘입시제도는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변할 뿐이다’
바뀌어야 하는 게 많겠지만 최소한 두 가지를 언급하고자 합니다. 첫째, 행성 궤도의 중심지를 지구에서 태양으로 옮겼듯이 교육 내용물의 중심을 인지적 영역에서 정서적 영역으로 옮겨야 합니다. 둘째, 모든 궤도를 하나의 축에 얽매어두는 원에서 이심률이 허용되는 타원으로 바꾸었듯이 교육시스템도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학위독점체제에서 다양한 교육시스템이 존재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학위인증제로 개방해야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교육의 대중화가 시작되던 1900년 초에 개발된 인지능력 평가지표인 IQ와 사람을 상과 벌로 다스리는 행동주의적 교육철학이 지난 100년간 지배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인생 성공의 유일한 지표가 정서지능이며 감동과 행복감 등 내적 동기에 대한 연구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EQ와 정서기반 학설들이 아마도 앞으로 100년을 지배할 것입니다. 교육의 백년지계란 이런 큰 흐름에 맞춘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입시제도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단지 변할 뿐입니다. 고려와 조선시대의 과거제도가 현대의 입시제도로 바뀌었습니다. 그 후로 근 100년이 지나면서 우리 사회는 농경화에서 산업화와 정보화를 거쳐서 문화사업화(드림 소사이어티)에 이미 들어섰습니다. 기존 교육시스템의 최고 결과물인 명문고 출신이 아니라 엉뚱한 ‘알파고’ 출신이 일자리를 싹쓸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교육의 입시제도가 다시 한 번 근본적으로 바뀔 때가 되었습니다.
조벽 동국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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