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끝의 世紀

2016.09.01 09:00:00

1980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 1월호 커버스토리에 PC가 등장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대개 화제의 인물이 실리던 타임지의 표지 사진에 예외적으로 PC가 전면을 장식한 것이다. 그 후 36년이 지났다. 그동안 인류는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21세기를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바꿔 놓을 것이라는 기대와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PC가 일반사람들에게 보편화된 것은 1980년대 후반 미국에서부터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후반 이후 급격히 확산했다. PC의 등장은 온 세계를 변화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엄청난 정보를 축적할 수 있었고 몇 초 만에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도 있게 되었다. 엄청난 정보량과 초고속 정보처리시스템은 우리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2016년 1월 다보스포럼(Davos Forum)에서 지적하듯 4차 산업혁명의 격랑 속에 우리의 삶과 교육이 맡겨지고 있는 셈이다.

新 3R 교육이 필요하다
이러한 지식정보화사회의 확산은 이제 시간과 공간 그리고 국적과 언어를 초월한 학습시대를 맞고 있다. 이 점에서 교육의 기능은 가상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정보를 쓸모없는 정보와 쓸모 있는 정보로 구분하여, 유용한 지식(useful knowledge)을 선별해내는 기능으로 바뀌고 있다. 즉, 교육의 기능이 종래의 3R(읽고 쓰고 셈하기) 기능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21세기가 요구하는 소위 ‘新 3R’이라 부를 수 있는 올바른 때(right time), 올바른 내용(right contents)을 가르쳐 적시에 활용(right placement)할 수 있는 역할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교육이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이라고 한다면, 오늘날의 교육은 즉시 써먹을 수 있는 교육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교실 중심, 교과서 중심, 시험 중심, 암기 위주 교육은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교육방법은 혁명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교사의 역할과 학습자들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단순히 온라인(on-line) 교육이라는 큰 틀의 패러다임 변화만이 아니라 학습자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체험중심의 가상 현실형 방법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교육 콘텐츠 개발과 콘텐츠를 통한 자기주도적학습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방법에서도 요즘 대학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과 브랜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이 중요한 학습방법이 될 것이고, 현장과 교실을 연결하는 경험중심학습과 프로젝트 중심학습, 문제해결능력과 창의성을 배양할 수 있는 문제중심학습(Problem-based learning : PBL) 등 많은 새로운 교육방법이 확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와 같은 교육이 전혀 필요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교육방법, 절차, 내용, 가르치는 기법 그리고 교사 중심의 틀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4차 산업혁명에 맡겨진 교육
특히 교육은 생애발달과정에서 삶의 한 단계로만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친 지속적 과정이라는 점이 다르다. 현재와 같은 지식정보화 사회의 교육적 화두는 창의성, 도전정신, 네트워크, 공존과 협력에 있는데 이 모두 교육 콘텐츠와 방법론에 따라 이룰 수 있는 화두들이다. 빌 게이츠는 21세기를 ‘손가락 끝의 세기(fingertips century)’라 지칭하고 있는데 손끝으로 키보드 몇 개만 클릭하면 몇 초만에 세계를 볼 수 있는 세기라는 뜻이다. 우리 교육도 이제는 ‘손가락 끝의 세기’에 부합하는 철학, 방법, 콘텐츠가 필요한 때이다. 21세기 교육은 1등을 만드는 교육이 아니다. 2등도, 3등도, 심지어 꼴찌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세기이다. 이들에게 만약 창의적 사고와 도전정신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지혜와 심성을 갖췄다고 하면 모두가 1등일 수 있는 것이 21세기이다. 교육은 앞을 보는 일이고 뒤를 마음에 담는 일이며 오늘을 가꾸는 일이라는 점에서 세기적 변화를 주시하지 않으면 교육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교육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지만 지금과 같은 틀은 사라질 것이며 학습자의 욕구가 있는 한 교육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습자 스스로가 시대에 맞게 교육 받을 수 있는 틀과 방법과 결과 활용이 요구되는 것이 지금까지와 다른 21세기 교육의 기능인 것이다.
이현청 한양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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