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보호 못하는 교권보호조례

2016.09.01 09:00:00

유치원을 비롯한 초·중등학교 현장에서 교권침해가 문제시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교권침해 사례와 유형이 다양화되고 있고, 일부 사안의 경우 매스컴에 보도될 만큼 중대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2016년 5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접수된 교권침해 사례는 488건에 달하며 10년 전인 2006년의 179건보다 2.7배나 늘었고, 2014년의 439건과 비교해도 11.2%가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한국교육신문(2013.10.14.)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일선 교육현장에서 교권을 침해한 사례가 무려 2만 건에 달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공식적으로 집계된 통계 외에 학교 차원에서 또는 교사 개인 차원에서 해결하거나 그냥 넘어간 사례를 포함하면 실제로 교권침해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교권조례는 교육활동 보호 최소 방어선
교권침해문제는 직접적으로 교사의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저해하고, 피해 당사자에게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학생들의 적극적인 학습권에 손해를 끼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교사·학생·학부모로 구성된 교육공동체를 파괴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권보호를 위한 국가(교육부)와 지방자치단체(시·도교육청) 그리고 교육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교육부는 ‘교권 보호 종합 대책’(교육부, 2012)과, ‘교원치유지원센터’ 시범운영(교육부, 2016.3.30.) 등의 대책을 수립하였고, 종래의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추가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으로 개정하여 2016년 8월 4일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일부 시·도교육청은 교권보호조례나 교원보호 기본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법적·정책적 대응만으로 교권침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반론도 제기될 수 있지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선을 구축하였다는 점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교권보호에 관한 법령이나 대책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특히 교권보호조례가 실제로 교권을 보장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첫째, 교권보호조례는 교권의 개념과 범주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권보호조례의 제정 목적과 조항에서는 권위와 권리로서의 교권을 신장 한다는 조항이 일부 포함되어 있으나, 세부적인 항목에서는 권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A 교육청(2012)의 ‘교권보호와 교육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를 살펴보면, 교권보호라는 목적과 직접 관련 있는 조항은 총 11개 조항 중 제4조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와 제5조의 ‘차별 및 불이익의 금지’라는 2개 조항만이 해당되며, 나머지 9개 조항은 조례의 제정 목적을 포함하여 교원의 교육활동을 지원하고, 교권침해 등의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절차나 기구 설립 등과 같은 보완장치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에 명시된 항목들은 교원의 권리 즉, 교육활동권의 보호를 중심으로 규정되어 있다. 물론 권위의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사항을 명문화하기는 쉽지가 않다. 권위란 문서로 규정하여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교원 스스로가 개별적으로 인정받아야 진정한 권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교원들이 보호받고 싶어 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권위라는 점이다.

둘째, 교권보호조례 제정의 목적에 대한 정당성이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교원보호조례가 제정되면 교권의 보호는 물론, 학교공동체 구성원인 교사와 학생 모두의 인간 존엄성과 가치를 바탕으로 상호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된다. 그러나 권리의 보호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조례를 통해 권위가 보장될 것이라는 생각은 권위와 권리의 관련성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교원의 권리 보호는 이미 국가 수준의 법령(국가공무원법·교육공무원법·사립학교법 등)으로 규정되어 있어 굳이 조례가 별도로 필요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학생인권조례와 상충하는 경우 어떤 조례가 우선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실제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 보호받아야 할 자유와 권리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영역까지 포함한 반면, 교권보호조례는 이미 법률로 보장된 교원의 권리를 재확인하고 재보장하는 성격이 강하다. 이처럼 권리 중심의 교권보호조례는 교육활동 전반에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학생인권조례에 대하여 얼마나 우선권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넷째, 교권을 교사의 권리만으로 한정할 경우 교권보호조례 제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거나, 제정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 교사의 교육권은 학생을 교육할 권리이지만,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와 상대적 개념이 아닌 상관개념이며(허병기, 1998 : 352~356), 교사라는 직위에 있는 누구에게나 부여된 고유한 권리가 아니라, 교육전문가에게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역사적 맥락에서 발생한 권한이다. 그리고 교사가 자신의 가치 체제를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교육력을 행사하면서 학생에게 명시적으로 전달하거나, 묵시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혹은 스스로 형성한 ‘권위’에 의한 것이다(이돈희, 1995). 이처럼 교사에게 권위가 반드시 필요하고 그 가치가 소중한 이유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의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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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종 우석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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