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교과서. 이 명칭을 들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디지털교과서를 본 적 없는 사람들은 교과서를 디지털화 시킨 전자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또한 수년 전에 연구학교 발표회 등을 통해 디지털교과서를 접해본 사람들은 기존 교과서에 각종 멀티미디어 자료나 평가 문항들이 삽입된 e-교과서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2013년부터 2015년에 걸쳐 개발된 현재의 디지털교과서는 기존의 전자화된 교과서나 e-교과서와는 다른 개념과 형태를 가진다. 이펍(e-Pub)이라는 웹(web) 표준에 따라 개발된 디지털교과서는 기존 교과 내용(서책형 교과서)에 용어사전·멀티미디어 자료·평가 문항·보충 심화학습내용 등 풍부한 학습 자료와 학습지원 및 관리기능이 부가되고, 교육용 콘텐츠 등 외부 자료와의 연계가 가능한 교재이다. 즉, 기존 교과서에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을 더한 것은 물론 교수와 학습활동을 지원하고 개선하기 위한 여러 가지 기능과 장치가 포함되어 있다.
기존 e-교과서와 다른 개념
현재의 디지털교과서는 비용효과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전자책과는 달리, 인터넷 기술을 교육적으로 활용함으로써 21세기에 적합한 교수·학습 패러다임 전환과 21세기 학습자들에게 적합한 학습환경, 학습도구, 학습내용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디지털교과서 개발과 적용에서는 항상 ‘학습자 중심의 학습환경 구축’과 ‘수준별 교육의 구현’, ‘자기주도적 학습력 향상’ 등이 강조돼 왔다.
2016년 6월 현재, 디지털교과서는 전국 128개의 연구학교를 중심으로 그 유용성과 효과성을 검증하고 있다. 실제로 디지털교과서는 2015년부터 일반 학교에 이미 개방되었고,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연구를 원하는 학자들에게도 일정한 절차를 거쳐 자료가 제공되고 있다. 현재 디지털교과서는 초등학교 3·4·5학년 사회와 과학, 중학교 사회1, 과학1만이 개발되어 있다. 그리고 윈도우(7과 10), 스마트패드(안드로이드, iOS), 스마트폰(안드로이드)에서 구동된다.
1990년대 후반부터 디지털교과서 도입 연구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연구는 정보화 강국과 교육정보화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로 정보화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19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논의되었고, 5년 후인 2007년에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7년 3월 ‘디지털교과서 상용화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2008년부터 디지털교과서를 시범 개발했다.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를 대상으로 시범 적용하면서 디지털교과서의 효과 측정 및 교수·학습 모델 개발 등을 추진하였다. 이러한 초기의 노력은 2012년 6월 발표한 ‘스마트교육 추진전략에 따른 교과서 개선 계획’을 통해 더욱 구체화되었다. 이 계획에서는 서책형 교과서와의 병행 사용을 전제로 디지털교과서를 전면 도입하도록 명시하였으며, 이에 따라 디지털교과서에 교과용 도서의 지위를 부여하기 위한 관련 제도와 절차에 대한 정비도 추진되었다.
그러나 디지털교과서 전면 도입에 앞서 사회적 합의 및 학교의 교수·학습 환경과역기능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는 사회 각층의 요구가 잇따랐다. 특히 디지털교과서 활용을 위한 학습환경(무선망, 디바이스 제공)구축에 투입되는 막대한 예산에 대한 언론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이에 교육부는 그간의 문제점과 요구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2013년 디지털교과서 개발 및 적용 방안’을 마련하고, 디지털교과서를 연구학교 중심의 시범 적용을 연장하면서 다방면에서의 효과성 검토와 현장의 준비 역량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신중을 기하였다. 이 과정에서 2015년부터 디지털교과서를 상용화하겠다는 교육부의 정책은 시장의 신뢰를 한번 잃었다. 그리고 디지털교과서는 연구가 시작된 지 20년, 구체적인 모습으로 구현되고 현장 적용을 시작한지 10년 동안 정책적인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증강현실, 가상현실, 물리엔진 등 신기술 접목
2016년 6월 10일 행정 예고된 교육부의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디지털교과서 개발·적용(안)’에는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춰 개발되는 디지털교과서의 과목·학년·형태를 안내하였다. 디지털교과서로 개발될 과목은 총 4개로, 지난 수년간에 걸쳐 현장 적합도가 검증된 사회와 과학을 포함하여 수준별 학습구현과 해외 수출에 적합한 영어와 수학이 추가되었다. 이는 전체 과목 중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디지털교과서 정책이 그간의 연구결과와 실증적 데이터에 기초해서 추진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디지털교과서 적합도 조사결과를 토대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까지 학년 범위를 확대하였다. 디지털교과서는 서책과 병행 개발 및 적용되는 형태여서 서책형 교과서의 개발 시점이나 적용 시점과 동일하다.
새롭게 개발될 디지털교과서는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디지털교과서의 무거운 용량이나 접근의 불편함 등과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면서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물리엔진 등 신기술 접목을 통해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클라우드(cloud) 기반의 디지털교과서 플랫폼 구축·확장을 통하여 학습 분석 기능을 강화하고자 한다. 학생들이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데이터와 학습결과는 학습 분석 기능을 통하여 수집·분석되어 1차적으로 대시보드(dashboard) 형태로 교사에게 제공된다. 교사는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적합한 피드백과 학습 과정을 안내할 수 있다. 나아가 새롭게 개발될 수학이나 영어는 수준별 학습이 가능하도록 콘텐츠를 개발하여 다양한 수준의 학습자들에게 맞춤화된 학습경로를 제공한다. 아울러 디지털교과서나 교육과정과 관련된 민간의 우수한 교육용 콘텐츠를 플랫폼을 통하여 상호교류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활용을 활성화하고자 한다. 이것은 학생이나 교사들에게 다양하고 풍부한 교육용 자료를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할 것이며 교과서 및 교육용 콘텐츠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민간 시장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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