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역설, 컴퓨터 대신 백과사전 찾는다

2016.09.01 09:00:00

세계적인 IT 기업에 다니는 부모들은 어떤 교육을 중요하게 여길까? 미국의 최첨단 정보기술(IT) 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실리콘밸리. 이곳에 있는 구글, 애플 등 대표적인 IT기업의 직원들은 과연 자녀들에게도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스마트 교육을 강조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IT 전문가들이니 마땅히 컴퓨터와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교육에 몰두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이들은 디지털 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학교로 아이들을 보낸다. 그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컴퓨터가 한 대도 없다. 우리나라 교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빔프로젝터 등의 멀티미디어 기기도 없다. 물론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소지할 수도 없다. 대신 분필, 종이, 연필 등 아날로그 교육 기자재를 사용하고, 컴퓨터 검색 대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찾도록 유도한다. 또한 독서 및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해 창의적인 사고와 좋은 인성을 배우고자 애쓴다. 컴퓨터와 같은 디지털 기기가 창의적 사고와 주의력 형상, 학생들 간의 인간적 교감 등 교육의 중요한 목표들을 방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구글사의 한 직원은 “아이패드를 이용한 교육이 읽기와 산수를 더 잘 가르칠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디지털 기술은 사용될 적합한 때와 장소가 따로 있다”고 말한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사에 근무하는 어느 부모는 “컴퓨터를 배우지 않으면 시대에 도태될 수 있다고 하는데, 컴퓨터를 다루는 것은 치약을 짜는 일만큼 쉽기에 좀 더 큰 다음에 배워도 된다”고 말한다(<한겨레신문>, ‘컴퓨터·휴대폰 모르는 실리콘밸리 2세들’, 2011.10.24).

반면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교육학자와 학부모들이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마땅히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들과 콘텐츠들이 넘쳐나고 가장 효율적인 학습법으로 광고되고 있다. 학생들도 학교·학원·가정 등에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학습에 익숙하다. 국가의 교육정책 또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스마트교육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교육부는 2018년부터 초·중등학교에 디지털교과서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한다. 현재는 시범학교를 통해 디지털교과서의 장단점을 연구하는 단계다.

TV 시청 한 시간 늘 때마다 ADHD 발생 가능성 10% 증가
물론 디지털교과서가 갖는 장점이 있다. 동영상, 가상현실 등 멀티미디어 학습자료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동기와 흥미를 유발할 수 있고 다양한 교육 자료를 바로 링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러나 디지털교과서의 전면적 도입이 학생들의 정신건강과 인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더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디지털 교과서는 시각과 청각을 자극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지만 창의적인 사고력을 길러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버드 대학 부속병원의 임상심리학자인 캐서린 스타이너 어데어(Catherine Steiner-Adair)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스마트교육이 아이들의 사고력 발달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즉,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할수록 우리 뇌는 인지 과정과 숙고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단지 외부의 자극에 순간적으로 반응하는 데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결국 단편적인 정보를 수용하는 데만 그치기 때문에 ‘스스로 호기심을 갖고 궁리하여’ 지식을 융합시키거나,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창의적 사고력의 발달이 뒤처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겪고 있는 아동 환자 중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한 아이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다른 전문가들도 디지털 기기가 영유아 아이들에게 뇌 일부만 자극하기 때문에 균형을 깨뜨리고 자율신경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TV 시청 시간이 한 시간씩 늘어날 때마다 ADHD 발생 가능성이 10%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해외에서 발표된 만큼 디지털 기기도 ADHD 발생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이영숙 건양대학교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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