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립 차별은 교육적 위선…‘반쪽교육’엔 희망이 없다

2016.09.01 09:00:00

박재련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 회장


“억울해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순간, 그가 독백처럼 내뱉었다. 사학인으로서, 사립교장들의 대표로서, 그리고 40여 년간 교단에 선 교사로서의 소회를 응축한 한마디였다. 박재련 대한사립중고등학교교장회 회장(서울공연예술고 교장, 사진)은 “사학이 부패 집단으로 매도되고, 정부로부터 각종 차별에 시달리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억울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사상 처음 직선제로 치러진 제22대 회장선거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당선됐다. 임기는 올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3년. 그는 재임 동안 사학의 정체성을 살리고 사립교장회의 위상을 높이는 데 힘을 쏟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공·사립 간 차별을 없애기 위해 부당한 대우에 침묵하지 않는 강력한 교장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진보진영 교육감들의 반(反)사학정책과 학생 수 감축, 김영란법(法) 등 산적한 현안과 맞닥뜨려 있는 박 회장을 만나 허심탄회한 속내를 들어봤다.

첫 직선 회장으로서 임기 8개월을 보냈다. 소감은?
부담이 크다. 사립학교를 둘러싼 안팎의 환경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정책에서공·사립 차별은 여전하고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다 보니 학교 여건은 갈수록 열악해 지고 있다. 김영란법은 교원은 물론 명예직에 불과한 사학 임원들까지 옥죄고, 여기에 언론 등 세간의 시선은 사학을 비리 집단처럼 여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극히 일부 사학의 잘못을 마치 전부인 양 확대 해석해 매도하는 것을 보면 어떤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나라가 어려울 때 우리 사학은 교육의 기틀을 마련하고 인재 육성에 커다란 이바지를 했다. 공치사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푸대접은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임기 동안 사학에 대한 오도된 인식을 바로잡고 국민들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숨겨진 의도’란 무슨 뜻인가?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사학에 대한 잣대가 너무 엄격하고 가혹하다. 사학에서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면 수십 년 전 잘못까지 끄집어내 도리질을 한다. 심지어 사실이 아닌데도 제대로 확인 한번 않은 채 감사하고, 고발하고, 범죄 집단 다루듯 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부정적인 사건 기사를 쓸 때면 꼭 ‘○○사립학교’라는 꼬리표를 붙여준다. 그러니 사학들은 조그만 실수에도 ‘주홍글씨’를 가슴에 달고 평생을 살아가는 고통을 겪는다. 사학을 무력화시키려는 특정 집단의 목적과 특목고와 자사고는 물론 일반고까지 교육력 우위를 보이고 있는 현실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일부 교육 당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 아닌가 싶다.

공·사립 간 차별이 심하다고 했는데.
정부는 공·사립 모두 평등하게 대해주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사학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차별을 느끼고 있다. 비근한 예로 교육청 등 교육 당국에서는 사립학교에 근무하는 행정직원이 공립보다 많다며 종종 문제를 삼는다. 그런데 공립의 경우 학교 시설공사나 교직원 인건비 지급, 물품구매, 입찰 등 모두 교육청에서 전담하고 지원해 준다. 반면 사립학교들은 이 모든 것을 학교에서 직접 처리해야 한다. 적어도 2~3명의 인원은 달라붙어야 처리가 가능한 업무들이다. 문제는 교육청이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육청에서 행정직원 증원을 안 해주니 늘어나는 행정업무를 감당할 수 없는 사립학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학교운영비를 쪼개가며 행정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차별은 이뿐 아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사립학교엔 상치 교사들이 제법 있다. 사립의 폐교·폐과 또는 학급 감축으로 과원이 되는 교원은 관련법령에 교육공무원으로 특채될 수 있는 길이 마련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교육청은 이를 시행하지 않은 채 사립의 상치교사 발생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특히 학생수가 격감 하고 있는 농·산·어촌 소규모 사립학교의 교사 수급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고 있어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이나 학습권 실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사립 간 교원교류가 활발하면 인사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교육청이 공립특채를 거부하고 있으니 현재로써는 방법이 없다. 과원이 되는 사립 교원에게 임용시험을 치른 뒤 공립으로 오라는 것인데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사학법인 간 전보를 허용해 주면 그나마 나을 것 같은데 이마저도 난관이 많아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얼마 전 한국교총을 방문한 이준식 교육부 장관이 ‘법인 간 전보 허용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무선에서는 공개채용을 고집하고 있어 난항이다. 쉽지 않을 것 같다.

학교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립교원이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들었다.
맞는 말이다. 학교안전사고 발생으로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경우 공립 교원은 ‘국가배상법’을 적용받는데 비해, 사립 교원은 ‘민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사립 교원은 자신의 직무 과실이 인정되면 학교법인과 함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중과실만 아니라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배상책임을 지는 공립 교원의 경우와 너무 대조되는 현실이다. 사립 교원이 국·공립 교원과 동일한 자격으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복무·보수 등도 공무원 규정을 준용하고 있음에도, 학교안전사고에 따른 법적 책임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법 적용을 받고 있다는 것은 커다란 사기 저하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장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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