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가 일파만파(一波萬波)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작금. 연일 각계각층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대통령 하야를 부르짖는 국민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극에 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국가의 미래가 안갯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갈수록 경제는 얼어붙고 국가의 위상이 땅에 떨어져 더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나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다. 특히 대한민국 국적을 가슴에 새기고 국가를 위해 세계 곳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우리 한국인과 재외교포들이 이번 일로 기죽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국가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을 보좌했던 사람들은 무엇을 했는지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또한, 국가의 기저(基底)가 일개 몇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左之右之)되었다는 사실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화가 치민다. 한편 우리 아이들이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는 국가로 인식하지 않을까 교사로서 걱정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도 있지만 연일 드러나고 있는 최순실 비리 보도 때문일까? 출근하는 선생님의 어깨가 축 처져 보인다. 어떤 선생님은 이런 뉴스에 진저리가 난다며 아예 뉴스 자체를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조 선생이 지난달 10월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화재 사건에서 승객을 구한 뒤, 말없이 떠난 의인(義人)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화제의 주인공이 고등학교 윤리교사라는 것만 얼핏 알고 있었을 뿐, 그 사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거의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조 선생의 이야기가 지금 장안의 화제인 최순실 게이트 사건보다 더 구미가 당겼다. 사실 전공이 사회인 조 선생은 언론사의 모든 뉴스를 인터넷을 통해 다 알고 있을 정도로 박식했다. 그리고 뉴스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적나라하게 전달해 심지어 일부 선생님은 인터넷 뉴스보다 조 선생이 말하는 뉴스를 더 좋아했다.
조 선생은 그날 있었던 사고 내용과 뒷이야기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줬다.
화제의 주인공은 강원도 동해시 모(某) 고등학교 윤리교사이며 그날 부모님의 생신을 위해 연가를 내고 고향인 경남 창원으로 내려가던 중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불길이 치솟는 현장에서 버스 유리창을 깨고 승객들을 구조, 병원까지 이송했다고 했다.
자칫 잘못하면 더 큰 참사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사건을 그의 의행(義行)으로 최소화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신분을 자세히 밝히지 않고 홀연히 그 자리를 떠났고 하마터면 묻힐 뻔한 그의 선행이 드러난 것은 사고 며칠 뒤였다고 했다.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그는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라며 자신의 공(功)을 낮추었다고 했다. 그리고 한 대기업의 ‘의인 상’ 수상자 선정과 상금 5천만 원의 전달에 상 받을 일을 하지 않았다며 완강히 거부했고 심지어 그 상금을 의롭고 필요한 곳에 써달라며 취재진의 취재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조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최순실 사건으로 복잡했던 머릿속이 조금이나마 씻겨지는 듯했다. 무엇보다 평범한 한 교사의 선행(善行)은 불법과 위선, 비리로 얼룩져 가는 우리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새삼 조 선생이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어떤 경우라도 이번 사건은 모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철저한 진상규명이 있어야 할 것이며 죄가 드러난 사람은 대통령을 막론하고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뤄야 할 것이다. 이제 대통령은 더는 국민을 우롱하지말고 국민의 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국민의 채찍을 달게 받아야 하고 진정 국민을 섬길 줄 아는 책임 있는 대통령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