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을 위해 나를 위해 창작활동 왕성"

2016.12.06 09:07:18

정기해 대전 봉명중 수석교사

틈틈이 그려온 작품 20점
대전교육청 30일까지 전시
"한국화, 창의·인성·치유효과"

 

정기해(61) 대전 봉명중 수석교사는 교내 ‘명물’로 꼽힌다. 그가 그린 작품 하나하나가 온 학교를 빛내고 있어서다.
 

현관입구부터 교실, 교장실 등 곳곳에 한국화 액자가 걸려 있다. 누가 봐도 한 사람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독창성이 돋보인다. 산, 나무, 물 등 자연을 주제로 했지만 선과 색은 마치 서양화처럼 과감하다.
 

학생들과 합작한 작품들도 곳곳을 수놓고 있다. 그림뿐 아니라 한지로 만든 우산, 부채 등 공예품, 또한 학생들이 그린 점묘화와 캐리커처, 복도유리창에 그려 넣은 스테인드글라스들도 잘 어우러져 있다. 심지어 교사들이 사용하는 머그컵에도 그의 그림이 프린트됐다. 학교 곳곳에 정 수석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가르치는 틈틈이 창작활동도 꾸준하게 펼치는 그는 지역 내 미술전시회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유명작가다. 교직생활 동안 200회가 넘는 그룹전과 개인전을 열었다.
 

정 수석은 "대학 3학년 때 한국화에 빠져 40년 간 해오고 있는데 수석교사가 된 후부터 개인전 초대가 많아져 작품 활동을 더욱 왕성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연말에는 대전교육청 내 대전교육미술관 1층 갤러리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이~ 새로운 생각 속으로’ 주제로 작품 20점을 전시하고 있다. 대전교육미술관 전시는 2012년부터 거의 매년 하고 있어 이번에 네 번째로, 지난달 1일 시작해 30일까지 약 2개월 간 진행된다.
 

가르치랴 그림 그리랴, 너무 바쁘지는 않을까. 정 수석은 짧은 시간 내에 완성할 수 있음을 한국화의 매력으로 꼽았다. 서양화는 스케치부터 해야 하는 데 비해 한국화는 붓 하나만으로 ‘선의 예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붓으로 몇 획만 그으면 난 하나가 완성된다"며 "한국화는 5분 만에 멋진 작품 하나를 완성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해 취미생활에도 좋다"고 예찬론을 폈다.
 

물감 대신 먹을 사용하는 자체도 우리 체질에 더 잘 맞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먹을 갈고 그 향을 맡으며 평안함을 유지할 수 있고, 붓에 적신 뒤 자연을 주제로 쓱쓱 흰 종이에 그려 넣다 보면 자연스레 마음까지 치유되고 인성교육도 된다는 것이다. 적당히 여백을 남겨둔 완성품은 화려하게 가득 채움 못지않게 멋스럽다. 한국화만의 특색이자 자랑이다.


 

 

게다가 창작은 수업으로 연결된다. 오히려 창작하면서 체득한 내용은 제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면서 시너지로 작용한다. 한국화에 서양화 방식을 융합하는 그의 작품을 학생에게 가르치면 고정관념을 깨고 창의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실제 그의 작품은 물론 교내에 걸린 학생들의 실습 결과물 역시 한국화와 서양화를 절묘하게 결합한 흔적이 엿보인다.
 

정 수석은 "한국화를 그리면서도 고흐, 고갱, 이중섭의 표현방식을 접목하고 있다"며 "이러한 창작은 창의·융합교육으로 연결되고 학생들의 호응도 좋다"고 전했다. 이어 "학생을 늘 먼저 생각하는 것이 왕성한 창작의 비결이기도 하다"고 귀띔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과의 융합도 진행하고 있다. 진로진학상담과 연결한 ‘미래명함 만들기’, 보건과 결합한 ‘학생흡연금지 부채 만들기’, 생활안전지도부와 함께 ‘친구사랑 그림 그리기’ 등은 좋은 교육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평교사 때부터 이런 창의교육에 힘을 기울여 왔고 수석교사가 된 이후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결과 30여 년 간 학생미술지도교사상 15회, 교사미전 10여회 수상했다. 내년 정년퇴임하는 그는 이제 시민들을 상대로 강의하고 창작도 이어나간다는 각오다.
 

정 수석은 "지금까지 해왔듯 늘 그림 그리고 가르치며 즐겁게 지낼 것"이라며 담백한 웃음을 지었다. 

한병규 기자 bk23@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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