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자의 꽃 한송이도 범죄인가

2016.12.05 11:53:33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달 21일, 4차 관계부처 합동 해석지원 TF를 열어 학생들이 스승의 날 카네이션을 주는 행위도 청탁금지법에 위반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었다. 제자의 꽃 한 송이까지 부정 청탁으로 봐야 할 만큼 교단이 부정적으로 비쳐진 현실에 학교 현장은 허탈을 넘어 자괴감에 휩싸였다. 교총은 즉각 성명을 내 “사제 간의 정을 범죄로 모는 경직된 해석”이라고 재검토를 촉구했고 권익위를 항의 방문했다. 권익위는 부랴부랴 “결정한 바 없다”는 해명자료를 내고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이번 해프닝은 일명 ‘김영란법’ 제정 당시부터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 된 것이다. 지난 60여 년 간 이어온 사제 간의 아름다운 전통을 법적 잣대로만 재단한 안타까운 결정임에 틀림없다. 도대체 스승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상징인 카네이션이 부정 척결의 대상이고 청탁 행위라는 판단 근거는 무엇인가. 이는 국민정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결국 빈대 잡으려다 초가산간 태우는 우를 범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제자가 스승에게 드리는 꽃 한 송이를 처벌하는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경직된 해석은 결국 법을 희화화(戱畵化) 해 청탁금지법 전체의 입법취지만 흐리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미국은 ‘교사주간’(Teacher Apprecation Week)을 정해 기념하고 있고 사과(Apple)로 수업료를 대신하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또 뇌물, 청탁에 매우 엄격한 독일도 학기말에 작은 선물을 주는 부분은 허용하고 있고, 심지어 일부 주에서는 상한선까지 명확하게 규정해 감사 표시를 하고 있다. 
 
금품수수나 부정청탁은 청탁금지법의 취지에 맞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사제 간의 정을 나누는 카네이션 한 송이까지 제재해서는 안 된다. 국민과 학교현장이 납득할 수 있는 판단과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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