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일으킬 한 사람, 바로 선생님입니다

2017.01.07 15:34:50

충남교육청 사제동행 프로그램 ‘으랏차차 아이사랑’ 반향
교사 1명에 부적응 학생 1~4명…마라톤‧등산 등 다양한 활동
신뢰 형성되자 말 많아지고 친구관계 넓어져…달라진 아이들
교원들 “학생, 가르칠 대상 아닌 동행하는 존재…시선 달라져”




“반복되는 교직생활에 점점 무기력해진 순간, 힘들다는 이유로 나도 모르게 학생들을 외면하고 손을 놓지 않았나…. 으랏차차 프로그램을 접하고서 머리를 한 방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가슴속에 숨어있던 사명감이 되살아난 듯, 남은 교직생활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 계기가 됐다. 짧은 시간에도 나눔과 소통으로 학생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감동이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이규복 온양용화고 교사
 
지난해 충남교육청이 처음 운영한 ‘으랏차차 아이사랑’ 프로그램이 교원들에게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학업중단 위기 학생들을 위한 충남교육청의 사제동행 프로젝트다. 지난해 4월 교장, 교감, 교사 등 교원 471명으로 출범한 ‘으랏차차 아이사랑 지원단’은 교원 1명이 1~4명의 학생을 밀착 지원하는 형태로 활동했고 도교육청은 예산 3억 원을 편성해 뒷받침했다. 참여 학생은 중학교 694명, 고등학생 587명이었다.
 
교사들이 평소 관찰을 통해 참여 학생들을 선발했기에 효과는 더욱 컸다. 자존감이 낮거나 감정 기복이 심한 학생, 친구와 어울리지 못하거나 점심을 혼자 먹는 학생, 낙서나 SNS로 자살을 암시한 학생, 공격적이고 반항적이며 학교폭력에 노출된 학생 등 교사들은 다양한 형태의 학업중단위기 및 고위험군 학생들을 발견해 프로그램에 참여시켰다. 
 
프로그램은 크게 세 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 ‘마음 열기’는 먼저 인사하고, 이름을 불러주거나 관심 있는 말 한마디를 건네는 등 매일 1회 이상 교사가 학생에게 라이프코칭을 하는 일이다. 2단계 ‘용기 주기’는 심부름을 시키고 칭찬하거나 학급 내 역할을 맡겨 학생을 작은 활동부터 차근차근 학교생활 참여자로 만드는 과정이다. 학생 상황에 따라 Wee센터를 통한 치유도 병행된다. 
 
마지막 3단계는 휴일이나 연휴, 방학을 활용해 떠나는 ‘함께하기 활동’이다. 교사와 학생들은 1박 2일에서 3박 4일까지 자유롭게 일정을 짜 캠프를 떠났고 도교육청은 기간에 따라 1인당 15만원에서 35만원까지 비용을 지원했다. 활동 형태나 방법에 제한을 두지 않은 덕에 결과 또한 다양하게 나타났다.
 
비행기를 한 번도 못 타본 제자를 위해 함께 제주도 여행을 떠난 팀, 파스타를 한 번도 못 먹어봤다는 말에 패밀리 레스토랑에 다녀온 팀도 있었다. 서울로 여행을 가거나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함께 음식을 해 먹으며 진정으로 마음을 나눈 교사부터 산악자전거,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땀 흘리며 정을 나눈 교사들까지 다양한 활동이 이어졌다.
 
변영우 충남 예산전자고 교감은 2학년 담임들에게 3명의 학생을 추천 받아 강원도 영월에서 래프팅 체험을 했다. 부모님 이혼 후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고 있는 아이, 아버지의 암투병으로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이 더 편한 아이 등 이런 저런 이유로 상처받은 아이들은 마음의 문을 꼭꼭 닫고 있었기에 자칫 잘못 다가가면 더 큰 상처를 입힐까 걱정도 됐다. 
 
변 교감은 참여수기를 통해 “아이가 조금씩 벽을 허물고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였다”며 “래프팅도 하고 영화도 보고 산악오토바이도 타면서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아이들이 차츰 친구관계도 넓어지고 미래를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충남 한산중은 6명의 교사와 1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해 마라톤부터 덕유산, 지리산 종주까지 다양한 활동을 했다. 한 달에 한 번은 금강으로 단체 자전거 라이딩을 떠나기도 했다. 교직생활 21년차인 장한별 교사는 “그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해야 하는 교육의 대상으로 생각했었는데 으랏차차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동행하는 존재로 바라보게 됐다”며 “올해도 프로그램에 지원해 더 많은 경험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운영 결과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는 90%를 넘었고 95%의 교사가 재신청 의향을 밝혔다. 도교육청은 올해도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한다. 관련 예산도 3억 6000만원으로 확충했다. 
 
프로그램을 고안한 한길자 장학사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변화하는 사제지간을 보고 이 사업이 얼마나 소중하고 필요한 사업인지를 깨달았다”며 “교권이 추락했다고는 하나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이 희망이고 선생님의 따뜻한 시선이 아이를 살린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교육이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사제지간의 신뢰 회복에서 비롯되고 그러기 위해 함께하는 시간과 진실한 대화가 필요하다”며 “다른 교육청에도 비슷한 사업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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