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다. 국회가 국회의원 234명 찬성으로 탄핵소추안을 가결해 헌법재판소에 낸지 92일 만의 현직 대통령 파면 선고다. 그럴망정 박근혜 대통령 파면은 지난해 10월 29일 1차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19차까지 연인원 1500만 명의 국민이 참여해 이뤄낸 시민혁명이라 할 수 있다. 쾌거의 국민 승리라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이정미 재판관은 선고에 앞서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내는 힘의 원천”이라고 밝혔다. 비로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가 그저 법조문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 듬직하게 자리잡고 있음이 실감난다.
사실 필자는 이미 ‘아무리 생각해도 참 이상한 나라’(한겨레, 2012. 12. 27.)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지난 대선에서 득표율 51.6%, 1577만 3128표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된 걸 보고 쓴 글이다. 독재자의 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나라가, 그에게 표를 준 절반 넘는 국민이 이상하기만 했던 것이다.
물론 그때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을 예상한 건 아니지만, 지금도 대한민국이 참 이상한 나라인 건 마찬가지다. 소위 탄기국 사람들의 죽기를 각오한 맹목적이고도 무조건적인 박근혜 탄핵반대를 대하는 기분이 그렇다. 그들은 “무효다. 무효!”, “나라가 망했다”, “대한민국이 작전세력에 넘어가 이 날로 정의와 진실은 사라졌다” 따위 망발을 뇌까리며 절규했다.
실제로 탄핵반대 시위현장에서 3명이 죽는 불상사로 이어졌지만, “법치가 죽었다”며 목청을 높이는 친박 국회의원이나 “올바른 재판이 아니다”라는 대통령측 대리인단 어느 변호사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심지어 탄핵인용에 대해 “김일성의 주체사상으로 대한민국의 국시를 바꾸려는 반역세력들의 대한민국 국시에 대한 도전”이라는 대통령측 대리인단 변호사도 있었다.
자다 봉창 두드리는, 그래서 황당하기 그지 없는 소리를 많은 돈 들여가며 일간신문 광고까지 내고 있는 그가 과연 온전한 정신이고 상식적 사고(思考)의 국민인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기자회견까지 열어 “박영수 특검은 온 국민을 90일간 공포에 떨게 만드는 공포 검찰을 연출했다”고 말한 바로 그 변호사다.
또한 그들은 탄핵심판이 있기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탄핵이 인용되면 아스팔트에 피가 뿌려질 것이다. 어마어마한 참극을 보게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특별검사 집 앞에서 야구방망이를 든 채 시위하며 “이제는 말로 안됩니다. 몽둥이맛을 봐야 합니다”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빨갱이들은 죽여도 된다”는 플래카드를 내걸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70여 년 전 해방정국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갖게 했다.
그뿐이 아니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58명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각하 또는 기각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탄핵은 내란이다. 내란은 진압해야 한다. 내란에 가담한 기자⋅검사⋅판사⋅특검⋅국회의원 들은 반역세력이다. 핵심적인 주모자는 교수대로 보내야 한다” 따위 정신병자이거나 또라이가 아니고선 도저히 할 수 없는 주장을 쏟아내기도 했다.
일개 민간인에 휘둘려 대통령으로서 해선 안 될 잘못을 많이 저질렀는데, 그들에겐 그것이 범죄는커녕 아무 문제도 아니란 말인가. 탄핵반대 그것은 대선에서 어느 후보를 지지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법과 원칙이 통하지 않는 그들은 사이비종교의 교주에 맹신하고 복종하는 신도들의 광기(狂氣)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파면당한지 56시간이 지나서야 사저로 옮겨간 박 전 대통령의 작태는 또 어떤가. 승복과 함께 지지자들에게 자제 요청을 간절하게 당부하긴커녕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는 대독 메시지는 결국 탄핵인용 불복을 의미하는게 아닌가. 1차 담화문부터 끝까지 대통령다운 국가 지도자의 모습은 아니다.
그렇다면 누적 인원 1600만 명이나 되는 국민이 그 혹한 추위에 떠는 등 20차례나 모여 ‘뻘짓’을 했단 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하긴 박 전 대통령은 박사모에 “고맙고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적어도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 대통령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해선 안 되는 노골적 부추김이 아니고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