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현장실습’ 자살…취업률 연계 "이제 그만"

2017.03.17 14:33:23

콜센터서 실적 압박 시달리다 목숨 끊어
교사들 “학교평가와 취업률 연계 말아야”
학생 소모품 취급…기업 인식 변화 필요
교육부 “상시 모니터링 체계로 점검 강화”



최근 전주의 한 통신사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여고생이 자살한 것과 관련해 현장실습 제도의 근본적 손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3이었던 A양은 현장실습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전북 전주의 한 콜센터에서 근무했다. A양이 일했던 부서는 고객의 계약 해지를 방어하는 ‘SAVE’ 팀으로 장기근무자들도 꺼려하는 감정노동이 극심한 곳이었다. A양은 상사들의 판매 실적 강요와 콜 수를 채우기 위한 잦은 야근 등 극도의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이 진상조사에 나선 상태다. 
 
현장실습생들의 안타까운 사건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충북 진천공장의 현장실습생 B군은 동료들의 괴롭힘으로 투신자살했고, 2012년에는 울산의 건설현장에서 C군이 전복된 작업선에 깔려 사망했다. 때문에 교육계 안팎에서는 현장실습생들의 열악한 업무환경을 개선하고 이들을 ‘소모품’ 취급하는 기업의 인식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는 교육부가 16일 발표한 ‘2016학년도 특성화고 현장실습 실태점검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지난해 현장실습에 참여한 학생 4만4601명 가운데 표준협약 미체결 사례는 238건이었다. 이밖에도 근무시간 초과(95건), 부당한 대우(45건), 유해위험 업무(43건), 임금 미지급(27건), 성희롱(17건) 등이 뒤를 이었다. 
 
현장 교원들은 이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평가와 취업률을 연계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D특성화고 E교사는 “솔직히 좋지 않은 업체라는 것을 알면서도 취업률 압박에 어쩔 수 없이 학생을 내보낸 적이 있다”며 “학교의 재량권은 빼앗아 놓고 무슨 사건이라도 터지면 전부 학교 탓이 되는 상황에서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천 F특성화고 G교사도 “현장실습 학생들을 한 달에 한 번 정도 방문하는데 학생이 ‘그만두고 싶다’고 해도 취업률 때문에 ‘조금만 참아라’, ‘방학만 넘겨보자’고 종용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학교도 의지를 갖고 노력하고 있는데, 현장 사정은 고려하지도 않고 취업률을 50% 이상 달성하라, 아니면 예산지원을 줄이겠다는 식의 협박 아닌 협박을 접할 때마다 정말 힘이 빠진다”고 하소연했다.
 
경기 H특성화고 I교사는 기업체들의 인식개선을 촉구했다. 그는 “예전에 비해 인식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일부 업체의 변화가 느린 것은 사실”이라며 “아이들을 도구적 시선으로 보기도 하고 ‘우리 때는 다 혼나면서 했으니 너희도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완전히 불식되지는 않았다”며 “교사들이 주의 깊게 보고 추수지도도 하지만 혼자 수많은 아이들을 상대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놓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교원들은 기업과 학교의 소통창구 마련, 취업지원관 제도 확대 등도 제안했다. G교사는 “현장실습 전에 기업 CEO를 비롯한 담당자들이 취업설명회 형태로 학교에 방문해 근무시간 준수, 부당대우 금지 등에 대해 학생들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충남 J특성화고 K교사는 “취업지원관 채용이 1년 이내 단기계약으로 이뤄지다보니 업무연속성도 떨어지고 기업체에서도 담당자가 자주 바뀐다는 불만이 제기된다”며 “최소 3년 정도는 연속근무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정확한 사안조사를 통해 위반 사례에 따른 과태료와 벌금을 부과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전북은 지금까지 취업률로 학교평가를 한 적이 없지만 이번 사안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유관기관과 협조해 다방면의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취업률이 높은 학교에 운영비 혜택을 더 많이 주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해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을 개정해 현장실습 계약 체결 의무화, 실습시간 주 40시간 이하 등의 기준을 마련했지만 아직도 일부 불미스러운 사례가 적발되고 있는 만큼 학생 안전과 권익보호에 역점을 두고 상시적 모니터링 체계를 통해 지도․점검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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